국민연금, 투자 운용 관련 모든 결정서 ESG 요소 배제

[공정뉴스_조나단 기자]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주주권 행사에 '정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ESG평가 기준이 방대하고 모호해 부작용이 크다는 재계의 비판을 수용한 것. 소유가 분산된 기업의 스튜어드십코드는 강화하되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방침은 미국 공화당이 장악한 일부 주들이 연기금 투자 시 ESG요소를 배제한 것과 같은 의미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소위원회는 주주활동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수탁자책임활동 지침 개정안에서 ESG 평가지표를 삭제하고 명확한 평가 기준을 세우면서 도입을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기존 ‘정기 ESG 평가 등급이 하락한 사안’을 삭제하기로 하고 대신 기후변화·산업재해 관련 중점관리사안 신설을 수용했다.

정기 ESG 평가는 본래 취지대로 내부 기금 운용에만 활용된다.

기존 정기 ESG 평가의 경우 지표 자체가 58개로 방대하고 모호해 중점관리사안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재계에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글로벌 트렌드에 맞게 기후변화 및 산업재해 리스크를 '핀셋'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기후변화·산업재해와 관련해서는 추상적인 용어와 기준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수용해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개선 여부 판단 기준을 병기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 기준인 ‘ESG와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과 중복되는 문제도 해소했다.

소위는 지침 개정안의 핵심 쟁점이자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안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복지부에 결정을 맡기기로 했다.

다음 달 열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소위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복지부는 내부 숙의를 거쳐 입장을 발표하게 된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복지부가 칼자루를 쥐게 된 이상 수탁위가 대표소송 권한을 갖는 방안은 사실상 무산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그간 여론의 반발과 현 정부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의결을 보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ESG평가를 배제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연금을 운용한다. 재무적 요소와 함께 ESG 요소를 활용하여 투자 포트폴리오의 장기적인 수익을 높이고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투자 방식인데도 이를 재계에 불만 만을 받아들여 삭제했다는 지적이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책임투자에서는 윤리적・규범적 기준의 충족을 위해서라면 수익률의 희생을 감수할 여지가 있다. ESG 투자는 장기적 투자 성과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다. 재무적 위험을 감소시키거나 예상되는 재무적 수익의 증대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는 일반 투자와 동일하다, 비재무적 요소를 추가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현재보다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ESG평가를 삭제한 것은 재벌에 굴복해 국민에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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