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라돈침대 처리 연구용역 실시 후 소각 결론
발암물질 인과 관계 피해 조사 없이 기업 편에 선 행정

신승호 대진침대 대표
신승호 대진침대 대표

[공정뉴스_조나단 기자]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의 처리가 또 다른 환경 위협이 되고 있다. 라돈 매트리스는 천연방사성 폐기물. 환경에 위해한 매트리스 560t이 군산시에 소재한 '환경부 지정 폐기물 고공처리장'에서 소각 계획이 알려졌다.  환경단체는 지자체, 주민과의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소각 계획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군산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참여자치군산시민단체 등 4개 단체들은 6일 전북 군산시 소룡동 '환경부 지정폐기물 공공처리장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환경부의 라돈 매트리스의 소각 계획을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중단을 촉구했다.

라돈 매트리스는 대진침대(대표 신성호)가 생산한 제품. 발암물질'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는 2018년 5월부터 충남 천안시 대진침대 본사 야외에 방치되어 왔다. 법정 처리 시한도 지났다. 환경부에 폐기물 처리 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환경부가 나선 것. 강제 소각한 뒤 비용을 청구하기로 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라돈 매트리스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암 물질이 대기 중에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대책 마련이 선행된 뒤 소각 절차를 진행했어야 했다. 환경부는 지역 주민과 협조해 소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군산시와 시민은 물론 전북도에도 알리자 않은채 소각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할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돈 매트리스 사건은 2018년 5월에 처음 알려졌다.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에서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음이온 효과’가 있어 건강에 좋다는 '모나자이트'라는 방사성 광물을 입힌 침대 매트리스를 제작한다. 모나자이트는 바닷가에서 주로 발견되는 광물로, 토륨과 우라늄이 소량 포함됐다. 이들이 붕괴하면 방사성 원소 토론과 라돈이 발생한다.

대진침대는 10여년 동안 7만여개를 판매해 12만여명의 소비자가 발암물질에 노출됐다. 이후 방사성물질이 발견되자 정부는 전국 우체국 직원 3만명과 차량 3200대를 동원해 매트리스를 수거했다. 2018년 충남 당진시 당진항(평택·당진항 고대지구) 고철 야적장으로 밀반입됐다. 당진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생산자 책임원칙에 따라 대진 천안공장으로 옮겨졌다. 소각과 매립 등 절차가 결정되지 않아 4년간 방치됐다.

환경부는 라돈침대를 처리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해 소각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냈다. 지난해 세금을 들여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까지 개정을 마쳤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각에 따른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9월 30일부터 이틀에 걸쳐 환경방사선감시기를 설치해 시범 소각을 진행한 결과 방사능 수치 영향은 없었다.  작업자의 피폭량도 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하루 7∼9t씩 총 2∼3개월 동안 침대 폐기물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환경·시민단체의 판단은 환경부의 주장과 달랐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대량의 방사능 제품을 소각하는 일은 초유의 일"이라면서 "소각 계획량의 2.5%를 시범 소각한 결과치로 방사능 농도를 판단하기가 어려워 안전성이 확보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위험천만한 소각계획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전성이 입증될 수 있는 과정을 지역 주민과 단체들이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18년 5월 28일부터 7월 12일까지 두 달간 433명(194가구)의 상담 접수를 진행한 결과 유방암 9명, 갑상선암 5명, 위암 2명, 대장암 2명, 폐암 1명, 자궁암 1명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누구를 위한 환경 행정

환경부의 라돈 소각 정책에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자치단체인 군산시는 환경부의 소각 결정 과정에 빠져 있었다.  해당 소각장이 환경부 지정폐기물 공공처리시설로, 결정권도 환경부에 있다는 게 군산시가 빠진 이유로 알려진다. 

시 관계자는 “군산에서 라돈 침대를 소각하기로 환경부가 결정했고 정확한 절차나 과정은 알지 못한다”면서 “12월에 80t,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480t 라돈 침대를 들여와 소각한다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환경부의 행정대집행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환경 오염과 집행 비용 부담을 두고 잡음이 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8년 10월 25일 오전 충남 천안 대진침대 본사에서 당진항서 가져온 라돈침대 매트리스 해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시스
2018년 10월 25일 오전 충남 천안 대진침대 본사에서 당진항서 가져온 라돈침대 매트리스 해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시스

이성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정책실장은 “라돈 침대가 시민들에게 어떤 건강 피해를 미쳤는지 정부가 조사하지 않았다.  그 사이 ‘침대를 사용한 사람과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검찰과 법원에서 민·형사 결론이 나왔다. 대진침대 측의 매트리스 처분 책임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검은 2020년 라돈이 폐암 유발 물질은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침대 사용과 폐암 발병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대진침대의 사기 혐의를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중앙지법도 같은 판단을 했다. 소비자 69명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8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실장은 “소각장 근처 (군산시)주민이 매트리스 소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문제”라며 “안전하지 않은 소각 방식을 택하기보다 라돈 가스 유출을 차단할 수 있는 밀폐장을 만들어 보관해야 한다”고 했다.

라돈(Rn)이 건강을 위협한다

라돈은 방사능을 가진 원소, 즉 방서성 원소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방서성 원소는 5개이다. 라돈은 1899년에 발견됐다. 

라돈이 위험한 것은 원자핵이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붕괴한다. 이 붕괴과정에서 원소는 '붕괴산물(decay product)'이라는 것을 만드는데 이는 인간의 몸에 해롭다. 

먼지에 붙은 붕괴산물은 폐로 들어간다. 폐에 붙은 붕괴산물은 체내에서 다시 한번 붕괴한다. 이 과정에서 방사선인  α선이 방출한다. 이는 폐 내 세포 DNA를 변형시켜 폐암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2009년 라돈이 세계 폐암 발병 원인 최대 14%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적정 기준치를 넘기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다. 라돈의 안전 기준치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의 경우 실내 공기질 라돈 권고 기준은 148베크렐(Bq/㎥)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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