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 '2022 1000대 기업 여성 대표이사 현황' 조사
여성 CEO 32명 중 오너 일가 80% 장악, 전문경영인 멸종 위기
이부진-조희선-김선희-최수연 등 매출 1조 클럽 가입 등 활약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2018년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유리천장 OUT''이라고 적힌 우산과 미투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2018년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유리천장 OUT''이라고 적힌 우산과 미투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공정뉴스=조정필 기자] 한국 기업 사회에서 여성의 승진을 막는 '유리천장' 현상이 고위직으로 올라 갈수록 심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000대 기업의 대표이사 약 1300명 중 여성은 32명으로, 100명 중 2명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이들 중 80%는 오너 일가다. 로열패밀리를 제외한 전문경영인은 7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의 다양성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여성 CEO가 활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22년 1000대 기업 여성 대표이사 현황'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14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상장사 중 지난해 매출(별도 기준) 상위 1000곳이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 중 대표이사급 CEO는 총 1350명. 이 가운데 여성은 32명에 불과했다. 비중은 2.4%. 

대학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단계를 밟아 올라갔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낙제점 수준이다. 여성 CEO 가운데 78.1%인 25명이 오너 일가였던 탓이다. 나머지 7명만 전문경영인에 해당됐다.

ⓒ한국CXO연구소
ⓒ한국CXO연구소

1934vs1983

여성 CEO 중 최연장자는 1934년생 고은희 대림통상 대표이사 회장이다. 최연소는 1983년생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다. 10년 단위로 출생연도를 살펴보면 1970년대에 출생한 이들이 14명(43.8%)으로 가장 많았다.

깨끗한나라 최현수(1979년생), 삼현철강 조윤선(1978년생), 조광페인트 양성아(1977년생) 대표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1960년대생 8명(25%), 1980년대생 5명(15.6%), 1950년대생 4명(12.5%) 순이다.

1980년 이후에 태어난 MZ세대 여성 CEO는 대동스틸 임주희(1980년생), 에이블씨엔씨 김유진(1981년생),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이수연(1982년생) 대표이사 등이다. 전문경영인 중 유일하게 매출 100대 기업 중 한 곳을 이끌고 있는 최수연(1981년생) 네이버 대표이사도 4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CEO에 이름을 올렸다.

오너vs비오너 

여성 전문경영인을 매출순으로 보면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를 필두로 ▲한세실업 조희선 ▲스튜디오드래곤 김제현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황보경 ▲에이블씨엔씨 김유진 ▲부광약품 유희원 ▲동남합성 박미령 대표이사가 비(非) 오너 CEO 그룹군에 속했다.

ⓒ한국CXO연구소
ⓒ한국CXO연구소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 포함된 곳 중 여성 대표이사가 활약한 기업은 네이버를 비롯해 호텔신라(이부진), 한세실업(조희선), 매일유업(김선희) 4곳으로 조사됐다. 이외 삼양식품(김정수), 깨끗한나라(최현수), 콜마비앤에이치(윤여원) 3곳은 작년 별도(개별) 재무제표 기준 회사 매출이 5000억원을 넘긴 대기업군에 속했다.

여성 CEO 중 주식평가액이 가장 높은 주인공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으로 확인됐다. 이 사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호텔신라에서는 보유 주식이 따로 없었지만,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삼성생명·삼성전자 우선주 등에서 다수의 주식을 갖고 있었다. 이달 1일 기준 이 사장의 주식가치는 5조6498억원을 상회했다.

1000억원대 주식재산을 보유한 여성 최고경영자에는 한현옥 클리오 대표이사와 임일지 대주전자재료 대표이사 두 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 대표이사는 클리오 주식종목에서 보유한 주식평가액만 1286억원 정도였고, 임 대표이사는 대주전자재료 주식가치가 1012억원 수준인 것으로 계산됐다.

콜마비앤에이치와 한국콜마홀딩스, 한국콜마 주식 등을 보유하고 있는 윤여원 대표이사는 698억원 상당으로 4번째로 높았다. 김해련 태경산업 대표이사 회장은 469억원으로 이번 조사 대상 여성 CEO 중 주식재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 주식재산이 100억원이 넘는 여성 대표이사는 ▲신성이엔지 이지선(397억원) ▲삼양식품 김정수(363억원) ▲이연제약 정순옥(347억원) ▲코스메카코리아 박은희(238억원) ▲조광페인트 양성아(195억원) ▲싸이맥스 정혜승(144억원) ▲한글과컴퓨터 김연수(142억원) ▲삼현철강 조윤선(136억원) ▲티에이치엔 이광연(126억원) ▲대림통상 고은희(112억원) ▲깨끗한나라 최현수(103억원) 등 11명으로 나타났다.

32명의 여성 CEO 중 올초 대비 이달 1일 기준 보통주 1주당 주식가치가 가장 크게 오른 곳은 이명화 대표이사가 이끄는 '한국카본'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올초 보통주 1주당 주식가치(종가 기준)는 1만900원에서 출발했는데, 이달 1일에는 1만4000원으로 8개월 새 28.4%나 뛰었다. 여성 CEO가 활약하는 상장사 중 8개월 새 20% 이상 주가가 높아진 곳은 한국카본이 유일했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다양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우수한 여성 리더들이 경영 전면에서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도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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