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6%대 고공행진…원화 약세 등 영향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 예고…금리 역전 불가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공동취재단

[공정뉴스=조정필 기자] 한국은행이 가보지 않은 길에 나섰다.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한 것. 

한은의 이같은 선택은 소비자물가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에 달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도 고려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후 사상 첫 빅스텝이다. 

물가 

한은의 빅스텝 행보는 소비자물가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에 달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한 영향이다. 또 미국 통화당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미 금리 역전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고려됐다.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4월, 5월 다섯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 1.70%로 올린 바 있다. 올 5월에는 만장일치로 연 1.75%로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성장보다는 물가를 더 고려해 빅스텝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물가가 더 상승할 경우, 상황을 오판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7%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반인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 역시 4%에 육박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가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인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전월대비 0.6%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월대비 상승폭(0.6%포인트)도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상승 폭이다.

미국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2.25%로 미국의 기준금리(연 1.50~1.75%)보다 높지만,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2.25~2.50%로 오르면서 한미 기준금리가 곧바로 역전된다.

금리가 역전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한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0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55포인트(0.8%) 오른 2336.31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시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8.33포인트(1.11%) 오른 759.11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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