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한영남 감독과 안정업 제주마을문화진흥원 이사장 의기투합에 해외 영화제 겨냥 제작
'핸드폰 없는 세상, 추사체와 세한도를 만나다'는 제주 귀향 온 추사가 고난 삶 속에서 예술과 조우

추사 김정희의 제주 유배기를 그린 영화'핸드폰이 없는 세상, 추사체와 세한도를 만나다' 제작을 위해 의기투합한 한영남 감독(좌), 안정업 제주마을문화진흥원 이사장(우).
추사 김정희의 제주 유배기를 그린 영화'핸드폰이 없는 세상, 추사체와 세한도를 만나다' 제작을 위해 의기투합한 한영남 감독(좌), 안정업 제주마을문화진흥원 이사장(우).

제주도는 예술의 고향이다. 제주에는 '그림 같은 풍경'에 누구나가 예술가가 된다. 매번 다른 하늘을 보여주는 하늘과 바다, 바람으로 넘실거리는 오름의 풀과 꽃이 탄성을 부른다. 자연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한다.  더 나아가 자연 자체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한다. 그것이 바로 예술성이다. 

제주 출신의 안정업 제주마을문화진흥원 이사장과 배우 출신의 한영남 영화감독이 의가 투합해 제주의 예술을 담은 '핸드폰 없는 세상, 추사체와 세한도를 만나다'를 제작과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핸드폰 없는 세상, 추사체와 세한도를 만나다'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서예가, 화가, 금석학자, 고증학자, 실학자인 추사 김정희(1786.6.3.~1856.10.10)의 제주 유배 생활을 담은 영화이다. 

추사는 1840년(헌종 6년) 안동 김씨가 집권한 뒤 대쪽 같은 성격에 표적이 된다.  결국 윤상도의 상소와 연관되어 제주도로 유배된다. 제주도에서도 가장 벽지인 대정현 유배지에서 감내하기 힘든 고난과 좌절, 체념을 딛고 제자를 가르치고, 글씨 그림 시 산문에 이르기까지 후대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룬다. 추사체를 완성하고 국보180호 ‘세한도(歲寒圖)’를 그린다. 

추사체는 삼국시대로부터 조선에까지 내려오는 한국의 서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한국의 필법 뿐만 아니라 한국의 비문과 중국의 비문의 필체을 담아냈다.

세한도는 제자처럼 아끼던 역관 이상적에 그려준 그림이다. 이상적은 청나라에 가지고 가서 추사의 옛 친구를 비롯해 명사들이 저지를 이어 붙인다. 그 후 이씨 문중에서 떠난 세한도는 130년 동안 유전을 거듭하다가 1930년대 일본인 경성제대 후지쓰카 지카시(藤塚鄰, 1879 ~ 1948)교수에게 들어간다. 서예가 소전(素荃) 손재형(전 대한예술인총연합회 회장ㆍ1902~1981)의 노력과 재력에 힘 입어 국내에 돌아온다.

영화는 180년 전 제주를 찾은 추사가 10년 간의 유배 생활에서 만난 예술 세계를 담아 내고 있다.

영화는 지난 4월 22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제주 추사관에서 크링크인을 했다. 첫날 촬영은 추사가 유배지에서 맞이한 생일 장면이다.

이날의 촬영의 컨셉은 추사가 말년에 쓴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으로, 추사의 생일을 배경으로 그려졌다는 것. "세상에서 제일가는 좋은 반찬은 오이와 생강과 나물이며, 세상에서 제일가는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 손자들의 모임이다"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제작을 맡은 안정업 이사장은 "제주도는 조선시대 육지에서 가장 멀고 험한 땅이다. 유배의 역사가 남아있다. 조선시대 추사를 비롯해 송시열 등 260여명이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제주 귀양살이를 통해 선조들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추사의 예술세계도 제주도에서 무르 익었다. 추사의 영화화는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가 인정 받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출을 맡은 한영남 감독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제주도는 풍광이 아름다운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추사는 제주도에서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견디며 추사체를 완성했다. 명작으로 이름난 세한도를 그렸다. 예술가에게 제주도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바다와 바람을 견디며 살아가는 제주인들에 삶을 추사를 통해 그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부분이 제주도 출신. 주인공을 맡은 고정민(연극배우), 양성수(연극배우), 김도나(영화배우) 등을 비롯해  임완우, 강복실, 이민환, 김순애, 서영자, 조정자, 최지원, 양수경, 양성수, 이복란, 윤순화, 오연심, 고정임, 오연선, 정인자, 강능자 등이 출연했다.

이밖 국악협회(오영희 회장), 제주마을문화대학(고순실 원장), 무용협회(김하월 회장) 등이 참여를 했다. 오영희 국악협회장은 지난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실제 제주도는 풍광이 아름다워 어느 곳에 카메라에 담아도 예술이 된다. 추사의 영화화에 해와 영화제에서 관심이 높다. 

제주를 표현한 가장 한국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영화가 될 '핸드폰 없는 세상, 추사체와 세한도를 만나다'는 화가를 주제로 한 영화 <프라다(2003, 줄리 데이머)>, <에곤 쉴레(2016. 디터 베르너)>, <빅 아이즈(2015. 팀 버튼)>, <우먼인골드(2015. 사이먼 커티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 셀린 시아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4. 피터 웨버)>, <르누아르(2014. 질 부르도스)>,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2016. 다니엘르 톰슨)>, <호그니(2019.랜달 라이트)>, <클림트(2006. 라울 루이즈)>, <라빙 빈센트< 2018.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파올라(2017. 크리스찬 슈뵈초브)>,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2010. 폴 모리슨)>, <폴락(2001. 에드 헤리스)>, <내 사랑(2017. 에이슬링 월쉬)>등을 필적할 만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게 영화평단은 평가한다. 

한편, 제주마을문화진흥원은 그간 제주의 역사와 마을을 복원해 왔다. 매년 3월1부터 11월 까지 제주경제의 바탕이 된 해녀 문화를 활용한 '해녀(海女)의 삶, 그리고 바다의 꿈'을 주제로 해녀문화축제, 문화상품개발, 해녀문화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해녀의 이야기를 문화테마로 옮긴 상생문화재는 2년 연속 문화재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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