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 모회사 LG화학 시총 반토막…주주권 침해 원성
SSG닷컴, 쿠팡 기준으로 고평가됐지만 한국시장 포화상태
대선 이슈도 부담…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규제 필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1년 3월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창단 포부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1년 3월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창단 포부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딜레마다. IPO(기업공개)를 앞둔 SSG닷컴이 쪼개기(물적분할)와 주주가치 훼손 노란에 휩싸인 탓이다. 

승부수를 띄웠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도 부담스럽다. 한국 이커머스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잇딴 규제 발언은 진땀을 빼게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모두 규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 부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사다. 정용진스럽게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평소 발언과 행동은 지지와 비난을 오갔지만 늘 당당했기 때문이다. 

18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올 하반기 중 기업공개에 나설 계획이다. 추정 기업가치는 10조원. 흥행에 성공할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마트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탓이다. 

SSG닷컴이 신세계그룹 신성장 동력의 첨병으로 꼽히는 만큼 상장할 경우, 모회사 이마트의 지분 가치가 희석돼 기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이유에서다. 

SSG닷컴은 2018년 이마트 내 온라인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됐다.

이후 신세계몰을 흡수합병해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이 됐다. 지분현황은 이마트 50.1%, 신세계 26.9%이다.  현재 모회사인 이마트의 최대주주는 정용진(18.56%) 부회장이다. 이어 국민연금 12.65%, 이명희 10.00%, 소액주주 57.62% 등이다. 정부회장은 이마트를 통해 SSG닷컴을 실질 지배하고 있다.

투자은행업계가 전망한 SSG닷컴의 예상 시총은 10조원으로 추산된다. 고평가 지적이 나온다. 모기업인 이마트 시총의 두 배가 넘는다. 이마트 시총은 지난 17일 종가 기준 3조4984억원이다. 

실적만 따져봐도 다윗과 골리앗이다. 

SSG닷컴은 2020년 매출 1조2941억원을 달성했다. 매년 증가세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영업손실 469억원, 당기순손실 338억원으로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마트를 보면 같은 기간 동안 개별 기준  매출 14조2137억원, 영업이익 2949억원, 당기순이익 5607억원이다. 

SSG닷컴의 예상 시총 평가 기준은 쿠팡. 쿠팡은 지난해 3월12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당일 종가 기준 시총은 100조4000억원. 공모가 35달러 대비 40.7% 상승했고, 거래액 대비 2.5배 수준이다. 이에 투자은행업계는 SSG닷컴의 연간거래액(GMV) 5조6000억원(2021년 추정치)의 2배 수준인 10조원을 시총으로 추산한 것. 

학계는 투자은행업계의 추정치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한국은 규모에서 차이가 있다. 2019년 기준 세계 증시 시가총액 현황을 보면 미국(34조4520억 달러), 중국(6조2570억달러),일본(6조2570억 달러) 순"이라며 "한국은 1조4265억원에 불과하다. 2~30배 가량 차이가 있다. SSG닷컴을 쿠팡과 같은 비교 선상에 시가총액을 산정한 것 자체가 과도한 평가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투자전문매체 역시 비슷한 논조다. 

미국의 투자전문 매체 시킹알파는 쿠팡이 현재 시가에서 55%이상 고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해당 매체는 "한국 이커머스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진행중인 사업 다각화의 수익성이 떨어진다. 사업의 해외 확정이 어렵다" 등을 이유로 꼽았다.

안갯속 

SSG닷컴은 앞서 언급된 것처럼 물적분할, 이른바 쪼개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과 달리 모회사의 주주가 신설 법인 주식을 하나도 받을 수 없다. 반면 지배주주는 모회사 지분만 가지고도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기존 주주들 입장에선 알짜 사업이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 주가 타격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 해 만든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7일 상장했다. 이후 모회사인 LG화학의 시총이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최고치인 73조원에서 이달 17일 45조7438억원으로 주저 앉은 것.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LG화학의 2.5배 수준인 105조7680억원이다. 

쪼개기 폐해가 공론화되자 대선주자들도 한 목소리로 규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자본시장 육성과 투자자 보호에 관한 공약을 발표하면서 “주식 물적 분할 요건을 강화하고 주주 보호대책을 제도화하겠다”며 “분할 자회사 상장을 제한하고 상장 시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배정하는 방안 등 보호대책을 확실히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도 “물적분할로 모회사의 대주주는 지배력과 이익이 높아지겠지만 소액주주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대한 합리적인 보호를 통해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안 후보는 물적분할된 자회사의 상장을 금지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심 후보 역시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자 기업들의 태세전환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재계에 따르면 물적분할 카드를 만지작 거렸던 기업들이 계획 자체를 전면 수정 중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신세계 내부에서는 올 하반기로 예정됐던 기업공개 계획에 대해 미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익명을 원한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주관사 선정 당시 올해 도전하겠다고 했지만 국내외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서 적기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상 시총 10조원과 관련, "시장 평가는 감사하다. 한국 이커머스시장의 성장성을 반영한 결과로 본다"며 "시장 기대를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쪼개기 논란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반했다.

이 관계자는 "SSG닷컴은 최근 논란이 된 B2B기업과 체질적으로 다르다. 이미 4년전 물적분할 후 투자 유치 등을 거쳐 법인 출범했다"면서 "상장 후 물류 등 인프라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이마트와 신세계 등과 함께 성장하는 구도"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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