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채석장 사망사고…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
송파구-파주시 역사 유물 파괴 논란 및 환경 문제
정 회장-정대현 대표 등 오너 일가 도덕적해이 비판

삼표산업(왼쪽) 경기도 양주시 채석장에서 지난달 29일 토사가 무너져 내려 작업자 3명이 매몰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채석장 아래쪽에서 석재를 발파하려고 천공기로 바위에 구멍을 뚫다 위쪽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자들이 매몰돼 사망했다. 정도원(오른쪽) 삼표그룹 회장@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공정뉴스
삼표산업(왼쪽) 경기도 양주시 채석장에서 지난달 29일 토사가 무너져 내려 작업자 3명이 매몰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채석장 아래쪽에서 석재를 발파하려고 천공기로 바위에 구멍을 뚫다 위쪽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자들이 매몰돼 사망했다. 정도원(오른쪽) 삼표그룹 회장@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공정뉴스

 

삼표그룹 정도원호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부터 역사 파괴 논란까지 잇딴 인재형 사고가 원인이다. 

이에 정 회장과 정대현 대표 등 오너 일가의 도덕적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채석작업 중 토사가 쏟아져 작업자 3명이 목숨을 잃은 삼표그룹 계열사 삼표산업(윤인곤ㆍ이종신 대표)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또 양주사업소의 현장 관리소장 1명과 삼표산업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달 27일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은 1명 이상 사망하는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과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리도록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10분경 토사가 무너져 내려 작업자 3명(천공기사 2명, 굴착기 기사 1명)이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천공기 기사 중 한명은 삼표산업에 입사한 지 6개월 된 28살 노동자였다. 2일 발견된 또 다른 천공기 기사는 지난해 12월 입사한 52살 노동자였다. 굴착기 기사는 55살 지입차주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추가 조사 등을 통해 삼표산업의 산안법과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 산업안전법에 따라 작업 전 지반 균열 등을 미리 점검할 법적 의무를 다했는지, 한장 위험 요인을 반영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했는지 여부도 들여다 본다는 방침이다. 

경찰 역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와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현장사무실, 협력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이달 1일 현장 발파 팀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삼표그룹이 인재형 재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표산업 포천사업소에서 지난해 6월 비산방지망을 설치하던 노동자가 위에서 떨어진 바위에 맞아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 전 미리 제거했어야 할 암석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양주 사고와 유사하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사고 이후에도 방호망 설치와 위험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양주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면 엄정처벌 대상이라고 밝힌 만큼 삼표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표산업 외에도 삼표시멘트, 삼표피앤씨 등도 중대재해 기업이다. 삼표시멘트는 산재 사망사고가 잦기로 유명하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5월 강원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삼표시멘트를 꼽았다. 삼표시멘트 산재 사망 사고는 2019년 1건, 2020년 3건, 2021년 1건 등 5건이 발생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3년째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삼표시멘트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아울러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을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으로 지정했다.

민주노총 강원본부는 이와 관련, "기본적인 일들만 지켰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며 "고용노동부가 2020년 8월 특별감독으로 적발한 사측의 위법행위는 471건이다. 개선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안전 투자 보다 중요한 사항은 삼표시멘트 자본이 이익 극대화에 치중해 노동자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자세가 만들어낸 인재"라고 비판했다. 

환경ㆍ역사파괴 

삼표그룹은 환경과 역사 파괴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 송파구와 성동구 등에서 환경파괴 논란이 불거졌다. 각종 비산먼지가 발생해 주민들이 고통을 받았다. 실제 2020년 10월 청와대 게시판에는 '풍납동 삼표 공장은 즉시 이전해야 합니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앞서  2016년 풍납공장에서 시멘트 사이로 부품 이음새가 파손돼 0.5톤가량 시멘트가 인근 지역으로 날아가는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삼표산업의 송파구 풍납동 공장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추진되는 사적 서울 풍납동 토성과 붙어 있다. 삼표를 지나는 풍납토성 서성벽 일부가 불법 콘크리트 매립으로 훼손됐다. 경찰은 주범으로 삼표를 추정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내사종결 처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월에는 국가보물 제93호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파주 쌍미륵불 인접지역에서 대규모 채석을 추진해 논란이 됐다. 광탄면 용미리 용암사(龍岩寺) 경내에 위치한 마애이불입상은 고려시대에 제작된 석불입상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쌍미륵 석불입상으로 천연바위벽을 이용해 제작했다. 거대한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하고 그 위에 목·얼굴·갓 등을 따로 만들어 얹어놓아 아름답고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사일생?

정도원 회장 일가는 중대재해법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삼표산업의 경영 책임이 없기 때문. 오너일 뿐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삼표산업 지분은 삼표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식회사 삼표가 98.25%를 소유하고 있다. 지분현황은 삼표(98.25%), 에스피네이처(1.75%), 정대현(0.01%)등이다. 상환우선주 500,000주는 에스지아이비에스피제일차와 에스지아이비에스피제이차가 각각 33.33%(166,666주)와 66.67%(333,354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표그룹의 지주회사인 삼표 주식의 65.99%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가지고 있다.

삼표 지분 현황.ⓒ공정뉴스
삼표 지분 현황.ⓒ공정뉴스

정 회장과 정대현 대표는 삼표의 사내이사만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은 2000년 3월 29일에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취임한다. 이후 대표이사직(2000.3.9.~2007.6.1, 2014.1.12.~2019.6.28.)을 사임했다. 현재는 사내이사만 맡고 있다.  정 대표는 2019년 3월 28일 사내이사에 취임해 2020년 3월과 2021년 3월에 중임한다. 

삼표는 2013년 11월 공정거래법상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에스피네이처, 삼표시멘트, 삼표자원개발, 엔알씨, 청암, 삼척이앤씨, 홍명산업, 삼표레일웨이, 삼표피앤씨, 삼표해운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삼표의 실적을 보면 2020년 연결기준 매출 1조4452억원, 영업이익 719억원, 당기순손실 466억원이다. 

현재 삼표그룹에서는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고 있다. 창업주 고 정인욱(1912~1999)회장에서 정도원 회장(2세)을 거쳐 정대현 대표(3세)로 승계되고 있다. 경영승계 완성은 삼표 경영권. 정 대표는 삼표지분(11.34%)와 자신이 최대주주인 에스피네이처(19.43%)을 합쳐도 부친 정 회장의 지분(65.99%)에 비하면 조족지혈. 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정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아야만 가능하다. 

정 대표가 삼표 인수를 위해 내세운 카드가 에스피네이처. 에스피네이처는 삼표의 2대 주주이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정대현(71.95%)이다. 정지선(9.62%), 정지윤(10.14%),정도원(4.66%)를 보유하고 있다.

출발은 2004년 만들어진 건설기계대여업체 대원. 정 대표의 개인회사. 그룹내 물류 일감을 독차지 한 삼표로지스틱스 지분 50%를 소유한 지배 회사이다. 대원은 2013년 삼표로지스틱스을 흡수한다.  대원은 다시 대원과 신대원(현 에스피네이처)으로 분할한다. 대원이 삼표에 흡수된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 대표는 개인지분을 삼표에 현물 출자해 정도원, 에스피네이처에 이어 3대 주주 지위를 차지한다. 정 대표는 대원(100%), 네비엔(&0%), 삼표건설(59.6%), 알엠씨(70%)를 보유하고 있다. 대원은 삼표로지스틱스(50%)→삼표기초소재(69.3%)ㆍ홍명산업(69.0%)를, 네비엔은 동양지원(50%)ㆍ경한(13.5%)ㆍ네비엔알씨(100%)를 보유하고 있다.


삼표그룹은?

삼표그룹의 뿌리는 1952년 설립된 강원탄광이다. 고(故) 정인욱(1912~1999) 창업주가 강원도 철암 골짜기에 탄광개발업체 강원탄광을 설립했다. 석탄은 1960~1970년대 우리나라가 가진 유일한 에너지원이었다. 

강원탄광은 1963년 서울근교에 연탄공장 3개를 짓고, '삼표연탄' 신화를 알렸다. 1966년 삼표연탄 수송을 위해 삼강운수(현 삼표의 전신, 삼표그룹 공식홈페이지는 삼강운수를 모체로 설명)를 만들었다. 1960년대 중반 강원탄광은 강원산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골재·레미콘 등으로 사세를 넓혔다. 1970년대엔 철강사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재계 26위로 30대그룹 반열에 올랐다. 국내 전기로 3위 강원산업, 콘크리트파일·레미콘업체 삼표산업, 철강재 유통판매 삼표상사, 산업기계생산 삼표제작소 등 29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무리한 철강분야 증설이 외환위기와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위기를 맞이한다. 주력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 돌입한다. 그 무렵 창업주가 타계한다. 창업주 2세 중 장남 정문원씨는 강원산업을 사돈집안인 현대차그룹 계열의 인천제철에 매각하고 재계를 떠난다.

차남 정도원 회장이 이끈 삼표 계열은 명맥을 이어간다. 2000년대 아파트 경기가 살아나면서 레미콘·골재 산업 위주의 삼표는 워크아웃 졸업한다.  삼표산업(레미콘·골재) 삼표시멘트(옛 동양시멘트) 삼표피앤씨(콘크리트) 삼표레일웨이(철도) 등 국내계열사 27개를 가진 중견그룹으로 성장한다. 

정도원(74) 회장은 고(故) 이상순 일산실업 명예회장 딸 이미숙(63)씨와 결혼해 1남2녀를 뒀다. 첫째딸 정지선(49)씨는 1995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결혼한다. 둘째 정지윤(47)씨는 1998년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씨와 혼인한다. 막내이자 외아들 정대현(45) 대표는 2011년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장녀인 구윤희씨와 결혼한다. 정 대표는 2006년 입사해 삼표기초소재, 삼표레일웨이, 삼표시멘트 등 여러 계열사를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는다. 2018년 초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부사장)에 취임한다. 명실상부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이듬해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현재는 사장(사내이사), ㈜삼표 경영전락실장(사내이사), 삼표레일웨이 사내이사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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