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3세 이선호 리더, 2년 전 마약사건 연류에도 임원 승진
한화 김동원 부사장·두산 박진원 부회장도 마약 사건 연류
법원, 재벌가 마약류 사건에만 '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 논란'

29일 재계에 따르면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과거 마약스캔들에 연루됐던 재벌3세들의 승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선호 CJ제일제당 리더,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부회장 순. ⓒ 각사 취합
29일 재계에 따르면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과거 마약스캔들에 연루됐던 재벌3세들의 승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선호 CJ제일제당 리더,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부회장 순. ⓒ 각사 취합

 

마약 스캔들을 일으키며 사회적 공분을 야기했던 재벌 3세들의 경영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더욱이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에서 '공정(공평하고 올바른)' 논란이 불거졌다.

실형 선고 후 자숙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초고속 경영 복귀와 브레이크 없는 승진 행보가 바로 공정 논란의 이유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같은 행위가 주주가치 훼손을 야기한다며 범죄 연루 오너 일가의 경영복귀를 제재할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장은 이와 관련, "강력범죄를 저지른 총수일가들이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오너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을 부를 수 있다"면서 "주주들이 정기주주총회 등을 통한 정관변경에 나서 범죄 연루 오너 일가의 경영복귀를 제지할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CJ의 해법…1년4개월 

29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씨가 지난 27일 단행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 경영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이선호씨는 재벌가 마약 스캔들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13년 CJ그룹에 입사(공채)했다. 이후 6년 만에 CJ제일제당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 부장은 2019년 인천공항을 통해 변종마약인 대마오일 카트리지와 캔디·젤리형 대마 180여개를 밀반입하다 적발돼 구속기소됐다. 또한 미국 LA 등 해외에서 6차례에 걸쳐 대마를 흡인한 혐의도 받았다. 

인천지방법원은 같은해 10월 이선호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해외에서 마약을 들여온 중대 범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해당 선고와 관련 논란이 일었다.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선호씨가 밀수한 마약의 종류와 양이 많았고,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마약을 흡입했던 점이 논란이 됐다. 

선고 직후 CJ그룹은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선호 부장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해고 다음으로 강력한 징계다. 

그러나 이선호씨의 복귀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년 4개월 만인 올해 1월 CJ제일제당 부장으로 조용히 복귀했다. 그리고 단 1년 만에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부문 임원으로 승진했다. 


◆한화의 해법…"마이웨이"

한화그룹에서도 마약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김승연 회장 슬하의 3형제 중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과거 마약 사건으로 곤혹을 치뤘다. 

김 부사장의 마약 사건은 2012년 경기도 오산의 미군 공군부대에서 시작됐다. 주한미군 소속 M상병이 군사우편을 통해 밀반입한 대마초를 국내에 유통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김동원 부사장과 함께 범현대가 계열 3세가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았다. 

당시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 중이었던 김 부사장은 마약류 관련법 위반 혐의로 2014년 2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상당한 자숙 기간이 예상됐지만 한화그룹의 해법은 '마이웨이'였다. 

김동원 부사장은 같은 해 5월 한화L&C(현 한화첨단소재)에 매니저로 입사해 경영기획실 파견근무를 시작했다. 

2015년에는 한화생명 전사혁시팀 부실장을 맡아 '핀테크' 사업을 주도하며 국내 첫 인터냇은행인 'K-뱅크' 주주단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그룹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전무로 승진했고, 올 7월에는 한화생명 임원 직제 조정을 통해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두산의 해법…'간판 바꿔달기'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부회장도 마약류 관련 전과 기록이 있다. 박 부회장은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이다. 

박 부회장의 마약 관련 사건은 비교적 최근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 한 성형외과에서 주기적으로 프로포폴을 처방받았다는 사실이 지난해 5월 알려졌다. 

프로포폴은 '우유주사'로 불리는 전시마취제 중 일종으로, 2011년 2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됐다. 해당 사건에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애경그룹 채승석 대표 등도 포함돼 재계에서는 '약물스캔들(프로포폴스캔들)'로 불렸다. 

박 부회장은 해당 사건과 관련, 지난 6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 사실은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와 수단·결과·정황 등을 참작해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반면 같이 수사를 받았던 채 전 대표와 이 부회장은 모두 기소돼 법원에서 각각 실형과 벌금형을 받았다. 

박진원 부회장 역시 자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그는 두산메카텍 부회장에서 두산산업차량 부회장으로 간판을 바꿔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솜방망이 처벌 vs 양형기준 부합 

법조계에서 마약류 사건은 강력사건 중에서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다. 대부분의 피의자들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약류 사건으로 기소됐던 재벌가의 경우, 앞선 사례들처럼 집행유예 선고가 적지 않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이는 이유다. 

법원은 이에 대해 "양형기준에 부합되는 판단"이라며 "형량 판단은 판사의 재량에 속한다"고 밝혔다. 법률에서 정한 양형기준에 맞춰 판사가 재량으로 결정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수사기관과 법원을 대하는 대응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재력이 효과적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력이 뒷받침 되는 만큼 실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처음부터 논리적인 변론에 나섰기 때문에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했다는 것.  

정치권에서도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양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범계(현 법무부장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 "다른 마약사건들과 관련해 재판부의 판결이 지나치게 가볍다"면서 "국민정서에 반하는 양형기준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