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CEO 조직 문화 개선 실패 책임 사임 의사 밝혀
동부, 현대카드, 한샘 등 성폭행 사건 발생...꼬리 자르기 무마

직장 내 성폭행 문제가 심각하다. 국내 가구업체 한샘, 현대카드(기업), 서울시ㆍ부산시ㆍ충남도ㆍ창녕군(지방자치단체), 군대 등 사회 곳곳에서 직장 내 성폭행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 뿐만 아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미국 게임업체), 맥도날드(프랜차이즈). 알리바바(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등에서 직장 내 성폭행 의록이 불거졌다.직장 내 성폭행 은폐 논란이 불거졌던 액티비전 블라자드의 보비코틱 최고경영자가(CEO)가 최근 사임을 시사했다. 조직문화 개선을 적기에 개선하지 못할 경우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국내 일부 기업들에서는 성폭행 문제가 불거져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ESG경영이 대세를 이루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구 시대의 관습처럼 남은 왜곡된 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프랑스의 시위대가 지난 2017년 11월 25일  세계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파리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직장 성추행을 근절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프랑스의 시위대가 지난 2017년 11월 25일 세계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파리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직장 성추행을 근절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직장 내 성폭행 사건 은폐 논란에 휩싸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보비 코틱 최고경영자(CEO)이 사임을 시사했다.  조직문화 개선을 적기에 이뤄내지 못할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것.

코틱 CEO는 19일 사내 성희롱·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조직 내 성차별적인 문화 등을 빠르게 개선하지 못한다면 퇴진도 염두에 두겠다고 밝혔다. 사퇴를 직접 언급했다.

사내 성희롱ㆍ성폭행이 불거진 뒤 코틱 CEO의 퇴진을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한 직원은 1700여명이 넘는다. 전세계 약 1만명의 블리자드 직원 중 17%에 해당한다.

사태를 축소하고 은폐를 시도한 코틱의 리더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것.

미국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자료화면
미국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자료화면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지난 7월 블리자드가 성차별적인 문화 등을 묵인해 주법을 위반했다며 회사를 고소했다. 당시 사측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트루이스트 파이낸셜과 블리자드 주주인 SOC 인베스트먼트 그룹 등도 코틱 CEO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블리자드의 주요 고객사인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도 현 사태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MS는 블리자드와의 관계 자체를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MS는 게임콘솔 엑스박스(Xbox)를 만들고 있다. 

사회적 여론이 악화되자 코딕 CEO가 스스로 사임 이사를 언급했다.  코딕 CEO는 90년대 초반부터 30년 간 블리자드를 이끌어 왔다.  ‘콜 오브 듀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인기 게임을 개발하며 블리자드를 키웠다.

앞서 블리자드 조직 내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 8월 J 앨런 브랙 사장이 퇴진했다. 이달 초에는 취임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젠 오닐 공동대표가 사임했다. 당시 오닐이 지휘하던 ‘디아블로4′와 ‘오버워치2′의 발매도 연기됐다.

김준기 전 동부 회장이 여비서와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집행유예를 판결했다. 김 전 회장은 "동의있었다고 믿었다"며 성폭행을 합리회했다. 피해자들은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반성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김준기 전 동부 회장이 여비서와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집행유예를 판결했다. 김 전 회장은 "동의있었다고 믿었다"며 성폭행을 합리회했다. 피해자들은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반성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한국은 당사자만 책임

DB그룹의 전신인 옛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비서와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되어 집행유예 형을 선고 받았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별장의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거나 비서 등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7월 질병 치료 명목으로 미국으로 떠났다가 출국 이후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곧장 입국하지 않아 2년 동안 수사가 정지됐다. 2년 2개월 만에 귀국했다. 공항에서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다. 지위를 이용해 위력으로 간음한 것으로 판단했다. 징역형인 집행유예로 마무리했다. 이 선고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전유죄, 유전무죄'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샘의 전 인사팀장 A씨가 12일 직장 내 성폭력 사건으로 징역 1년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한샘의 신입사원 B씨는 지난 2017년 선배 직원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그해 11월 인터넷에 이를 폭로하는 글을 작성한다. 인사팀장인 A씨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B씨에게 수사기관에서 했던 진술을 바꾸도록 강요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이보다 형량을 늘려 판결했다. 따로 진행되던 A씨의 강요 혐의와 강요미수 혐의가 합쳐져 하나의 형을 선고한 것. 위력이나 협박 정도가 심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이 정상 참작에 도움이 됐다.

현대카드에서도 같은해 직장 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다. C씨는 현대카드와 위촉 계약을 맺고 일한다. 회식이 끝난 뒤 집들이 겸 C씨의 집에 가서 한잔 더 하자는 D팀장의 말에 동료직원 E씨 등과 함께 집에 온다. 동료직원 E씨 등은 도망가고 C씨와 D팀장만 남는다. D팀장은 술에 취한 C씨를 성폭행한다. 이 일로 결국 C씨는 회사에 사직한다. 경찰에 고발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현대카드는 개인 간 애정행각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상명하복의 군대 내 성폭행은 심각한 상황.

선임 간부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세상을 떠난 공군 고(故) 이예람(女) 중사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공군에서 또 다시 여군 부사관이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부 뿐만 아니라 현역 장성도 성추행 혐의로 보직 해임되기도 했다.   2012년 3월 여군 부사관 성추행 혐의로 K준장이 보직 해임됐다. K 준장은 부하 직원들과 함께 부대 회식 뒤 노래방에 갔다. 이 자리에는 새로 전입한 여군 A 하사가 동석했다. 술에 취한 K 준장이 A 하사를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려고 하는 등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 부산시, 충남도 등에서 지방자치단체장에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장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부산시장과 충남도지사는 재판을 받았다.

◇성추행과 기업문화

2018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강타했다. 국회의원, 법조인, 교수, 영화배우, 예술인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잇달아 성추문에 휘말렸다. 

구인구직 사이트 인크루트는 2017년 11월  '조직 내 성추행 경험'에 대해 3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4.1%가 성추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추행 상대는 ‘회사 상사’가 52.7%, ‘고위급 임원’이 12.7%로 대다수가 갑의 위치에 있었다.

피해자 대다수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사측에 알리지 못했다는 점. 성추행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중 70.9%가 사측에 알리지 못했다. 이유는 '괜히 큰 문제를 만들기 싫어서'(33.8%)였다. '가벼운 신체 접촉이라서 오히려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까봐', '정확한 증거가 없어서', '상대가 선배 혹은 상사여서 안 좋은 이미지를 줄까봐' 등이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직장 내 성폭행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벌금 대신 실형 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처럼 기업인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릇된 조직문화를 개선하지 않고 유지해 성 범죄로부터 직원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제 교수는 직장 내 성폭행ㆍ성추행을 막는 방법으로 예방 교육과 관련 법 개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직장 내 성희롱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행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관련 법 개정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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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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