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 현대ㆍ기아차엔진 결함 내부고발로 280억 포상금 받아
한국 내부고발자 보호 프로그램 미흡...내부제보자 일자리 등 포상금 지원제도 절실

"이번 군 부재자 투표 과정에서 여당 지지 정신교육과 공개투표와 같은 부정행위가 있었다"

1992년 3월 22일 pm20:00이지문 중위

1992년 3월 22일 제14대 국회의원 선거결과를 이틀 앞두고 공명선거실천운동협의회 사무실에서 이지문 중위가 '군부재자투표부정행위에 관한 증언'을 한다. 1991년 3월 ROTC로 소위 임관했다.  이 중위는 군 입대 전 장교 특채로 삼성에 입사했다. 2년 반 의무복무기한을 마치면 안정적인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기무사는 운동권 사주를 받고 폭로한 것이라고 진술을 강요한다. 국방부는 이 중위의 증언은 허위이고 공정한 투표를 했다고 발표한다. 3주간 구속 끝에 집행유예 석방된다. 이등병 강등되어 퇴역한다. 삼성으로 복직은 물 건너 간다. 조직의 보복에 부방비하게 노출되고 구속과 해고와 같은 불이익을 보여준 대표적 케이스이다. 이지문 중위의 내부고발 사건은 내년 3월 22일이면 30년이 된다. 현재 한국의 내부고발 현실을 알아본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값비싼 보상을 아끼지 말아햐 한다. 

2016년 현대ㆍ기차차의 엔진 결함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MHTSA)에 내부고발했던 김광호(59)전 현대차 부장이 280억원의 포상금을 받게 됐다. 김 전 부장은 현재 공익 제보자 지원 단체인 호루라기 재단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NHTSA은 지난 9일(현지 시간) 현대차와 기아 미국법인의 차량 안전법 위반 관련 정보를 제공한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에게 2400만 달러 이상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김광호 호루루기재단 이사는 "한국의 제도적 공익제보자·내부고발자 보상제도가 부족하다"면서 "미국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상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내부고발 이후 잃은 게 너무 많다. 보상체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이사는 현대차 부장으로 근무하던 2015년 회사 감사팀에 엔진 결함을 제보한다. 하지만 회사는 묵살한다. 2016년 8월 현대·기아차의 의도적인 엔진 결함 은폐에 관한 정보를 NHTSA에 전달한다. 국토교통부·국민권익위원회·언론 등에도 알렸다. 현대차는 김 이사를 해고한다. 그리고 소송을 제기한다. 해고당한 김 이사의 취업 길마저 막힌다. 

NHTSA는 지난해 11월 현대·기아차에 과징금 8천100만 달러를 부과한다. 결함 엔진을 장착한 차량 469만대가 리콜된다. 

김 이사는 "공익제보 뒤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현실 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과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등의 보상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현재 국가권익위에서 청렴교육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범죄 증가...국내 내부고발 초기

기업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삼성, 현대, CJ, SK 등의 오너들은 구속되기도 했다.

기업범죄는 간단하다. 범죄로 얻은 경제적 이익이 처벌에서 비롯되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  시카코 경영대학의 루이지 진갈레스 교수는 2004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기업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는 죄를 저지르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이 짧짤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어떤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40배라고 치자. 이는 해당 기업의 주당 순이익을 1달러만 높이는 쪽으로 주가를 조작하면 40달러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 조직이 방대하고 복잡할 수옥 조작을 밝혀내기 쉽지 않다. 범죄의 비용은 작은데 편익이 크다보니 기업범죄가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는 2016년 7월 ‘한국이 기업범죄에 놀라우리만치 관대한 나라’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영유아 등 사망자 수만 140여 명에 달했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인용한다. 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가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처벌은 제품이 안전하다는 ‘허위광고’에 대한 벌금 4만5000달러가 전부였다. 만약 내부제보자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내부정보를 공개했다면 사건을 달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에서 열린 미국 상원의 소비자보호 분과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청소년의 정신건강 해악성을 알고도 방관하고 유해 정보를 더 노출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등 이윤 최대화에만 몰두했다고 주장했다@뉴시스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에서 열린 미국 상원의 소비자보호 분과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청소년의 정신건강 해악성을 알고도 방관하고 유해 정보를 더 노출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등 이윤 최대화에만 몰두했다고 주장했다@뉴시스

부정적 정보를 외부에 알리는 내부고발자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기업의 잘못된 경영활동을 막는데 내부고발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공익제보자ㆍ내부고발자들은 기업의 배신자로 찍혀 회사에 쫓겨나고 민ㆍ형사 고발을 당해 고통을 받는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내부고발 사건이 발생했다.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지난 10월 5일 워싱턴 상원에서 열린 미국 상원의 소비자보호 분과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이 청소년의 정신건강 해악성을 알고도 방관하고 유해 정보를 더 노출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등 이윤 최대화에만 몰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혐오발언, 허위정보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프랜시스 하루켄의 내부고발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다. 

◇미국 내부고발자 보호 규정 강화

미국 등 선진국은 기업범죄와 관련된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해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8년 4월 각국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하여 적용하던 내부고발자 프로그램을 EU차원에서 통합해 시행할 공통 기준을 만들 것을 제의했다.  2019년 EU차원의 내부고발자 보호 관련 규제안을 채택했다.

내부고발자 이외에 내부고발자를 도운 사람도 보호 대상에 포함시켰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해고, 강등, 차별 등의 보복행위를 금지했다.

직원 50명 이상의 회사는 4년 이내에 회사에 내부고발 채널을 마련할 것을 의무화하였으며 기업에는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보호할 의무를 부여하였다.

미국은 내부고발자에게 보상하는 펀드가 고갈되어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상금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재무부에 별도로 준비된 계정을 통해 포상금을 지불할 수 있는 법안(CFTC Fund Management Act)이 상원에서 통과되었다.

프랑스는 2016년 ‘투명성·부패방지 및 경제활동 현대화에 관한 법률(SapinⅡ)’을 제정했다.  매출규모 1억 유로 이상에 근로자 500명 이상의 프랑스 기업‧공기업 등에 CP(Compliance Program)를 운영토록 규정했다. 기소유예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CP 이행을 강제했다. 이 법에서도 부패행위 및 권한남용에 대하여 기업의 내부고발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권익위, 공익침해 예방 가이드 발표...보호 의무 요원

현재 국내 기업들은 내부고발자 보호와 관련된 의무 강제 등은 미흡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8년 ‘공익침해 자율예방을 위한 기업 가이드’를 발표했다. 신고자 보호를 위한 기업의 의무화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한 예방대책을 제시했다.

국민권익위는 "우리나라는 기업의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프로그램 등이 완비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해외의 경우 기업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마련하여 기업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내부고발 규정을 포함한 내부고발자보호 프로그램을 완비하는 것은 기업 리스크 관리와 주주, 소비자, 내부직원 등 이해관계자 보호의 측면에서 효과적인 윤리경영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기업은 내부고발자 보호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자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내부고발자가 겪는 고통은 너무 크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온갖 소송에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나보면 개인과 가정이 붕괴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내부고발자가 그 힘든 내부고발을 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교수는 "당연히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희생을 무릅쓴 누군가의 ‘정의로운’ 폭로에만 기대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일 수는 없다"면서 "사회적으로도 더 큰 편익을 위해서는 큰 비용을 감수하는 것이 옳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 공정한 사회와 공익을 위해 희생한 사람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이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