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5·10조 넘는 대기업도 대상 포함...IT·부동산·사치품 등 호황 업종 탈세
법인 명의로 84억 단독주택 매입...자녀 회사 일감 몰아줘 편법 승계 조사대상

국세청@뉴시스
국세청@뉴시스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 대기업·중견기업 사주 일가 30명의 세무 조사에 나선다. 자녀 회사에 일감몰아줘 편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대물림하고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9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가적 위기를 틈타 일감 몰아주기, 사업 기회 제공 등 교묘한 방법을 써가며 공정 경제 구현과 사회 통합을 저해한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정보기술(IT)·부동산·사치품 등 호황 업종을 영위하며 고액 급여·배당금을 받고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등 반사 이익을 사적 편취한 탈세 혐의자 12명 ▲자녀 명의 회사를 부당 지원한 편법 승계 혐의자 9명 ▲변칙 자본 거래 등 대기업 탈루 행위를 모방한 중견기업 관계자 9명이다.

조사 대상 기업의 2020년 평균 매출액은 7514억원이다. 전년(7063억원) 대비 6.4%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사주 일가 총재산은 9조3000억원가량이다.  1인 평균 3103억원씩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9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에서 대기업 및 사주 일가 등 탈세 혐의자 30명을 세무 조사한다고 밝히고 있다@뉴시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9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에서 대기업 및 사주 일가 등 탈세 혐의자 30명을 세무 조사한다고 밝히고 있다@뉴시스

또한, 호황 업종 이익 사적 편취 혐의자 12명의 경우 동종 업계, 타 임직원 대비 높은 급여를 받으며 기업 이익을 가로챈 의혹을 받고 있다.

A씨는 조사 대상 기업 명의로는 시가 7억원 상당의 독일제 리무진 차량, 84억원 상당의 서울 용산구 단독주택, 26억원 상당의 콘도 회원권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B씨는 조사 대상 법인이 보유한 사치성 재산 가액을 합하면 슈퍼카·요트 등은 141억원, 고가 주택·별장은 386억원, 고가 콘도 등 회원권 2181억원에 이른다.

또한 편법 승계 혐의자 9명은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 등을 자녀 명의로 세운 뒤 일감을 몰아주고 떼어줬으며 끼워넣기까지 하면서 부를 편법적으로 대물림했다.

자녀 회사에 사업 시행권·부동산을 무상이나 염가로 이전하고 무형 자산을 비싸게 사들이는 등 방식으로 '꼼수'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5년(2016~2020년)간 조사 대상 사주의 10대 자녀 재산은 506.3%나 폭증했다. 20대 증가율은 161.7%, 30대는 282.8%, 40대는 106.6%에 이른다.

국세청은 "'부모 찬스'를 통해 10대에 법인 주식과 종잣돈을 증여받은 뒤 20대에 일감 몰아주기, 사업 기회 제공 등으로 가치를 부풀리고 30~40대에는 고액 급여·배당금을 받아 재산을 증식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중견기업 관계자 9명은 편법 탈세를 위해 각종 금융 기법을 악용했다.

법인이 콜 옵션부 전환 사채를 발행한 뒤 주가가 오르면 행사권을 포기, 사주·사주 자녀에게 콜 옵션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사주·사주 자녀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환 사채를 사들인 뒤 주가가 오르는 시기에 주식으로 바꿔 시세 차익을 누렸다.

사주 일가가 국외 부외 자금을 역외 펀드로 위장한 뒤 계열사 주식을 우회 거래하고 그 수익을 축소 신고하기도 했다. 차명 보유 국외 법인과 부당 거래해 기업 이익을 나라 밖으로 빼돌린 사례도 있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증빙 자료 조작, 차명 계좌 이용 등 고의적으로 탈세한 행위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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