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장 '로비 창구'된 세정 협의회…국세청, 해체 검토
세정협의회 회원 "세무조사 도움... 보험 성격과 특혜"

국세청관계자가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체 대표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사실이 확인됐다. 만남 장소는 관할 세무서. 당시 자리를 참석한 관할 세무서장과 업체 대표는 삼페인을 나눠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YTN은 22일 <[단독] 보령제약, 종로세무서와 '샴페인 만남'..세무조사 기간이라 더 논란>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난 5월 18일 종로세무서 김모 서장과 보령제약 관계자 간에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당시 종로세무시장 김모, 체납징수과장 나모, 그리고 보령제약 안재현 대표는 종로세무서 내 휴게공간에서 삼페인을 나눠 마시는 자리를 가졌다. 만남의 명목은 세정협의회. 보령제약은 세정협의회 회원이 아닌 사실이 밝혀다.  당시 보령제약이 정기 세무조사 기간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만남이라는 지적이다.

보령제약은 YTN에 "정기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시기다"면서 "관례적인 수시 업무 회의였다면서 세무조사와의 연관성은 없다"고 로비 의혹에 대해선 손절했다.

종로세무서 측은 YTN에 "비회원인 보령제약이 왜 세정협의회에 참석했는지 알지 못한다.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정협의회는 각 세무서 단위로 운영되는 민간 협의체이다. 1971년 박정희 정권 시절 조직됐다. 세무서와 납세자의 소통창구 역할을 한다는 취지이다. 

지난 10월 6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종협의회가 로비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뉴시스
지난 10월 6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종협의회가 로비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뉴시스

◇김두관, 세정협의회 로비창구 악용 의혹 제기

세정협의회는 오랜 기간 동안 로비 창구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두관 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세정협의회 로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행자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문제 제기에 힘을 얻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0월 6일 "서울 종로 세무서 세정 협의회 회원인 김모 보령약품 대표로부터 '고문료 지급' (관행)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고문료란 협의회 회원이 관할 세무서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은 뒤 해당 서장이 퇴직한 뒤 1년간 주는 현금이다.

김 의원은 "전직 세무서장이 세정 협의회 회원으로부터 사후 뇌물을 받는 것은 '국세청 게이트'"라면서 "전국의 전직 세무서장을 전면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남 해남군의 김모 세무서장은 협의회 회원으로부터 고가의 선물 세트를 받아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어겼다가 국무총리실에 적발됐다. 이 사건은 국무조정실 제1차 조사 후 국세청 감사담당관실로 이첩된 상태다.

◇현직서 특혜 제공, 사후 뇌물.

현직에서 민간에 특혜를 제공하고,  뇌물은 퇴직후에 받는 방법이 동원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정협의회 민간 회원들은 관할 세무서로부터 세무조사 유예, 세원 관리 등의 특혜를 제공한다. 세무서장은 각종 민원을 들어준 대가로 퇴직 후 1년간 고문료 명목으로 답례를 받았다는 것. 

서울 소재 27개 세무서 별로 각각의 세정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일선 세무서가 운영하는 세정협의회 민간 회원은 509곳. 종로세무서 등 일선 세무서 1곳 당 19개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1년 8월26일 기준).

국세청 공무원이 퇴직 뒤 세정협의회 소속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00산업은 2014년 3월 서울 잠실세무서로부터 기재부장관상을 받았다. 2015년 6월 이모 잠실세무서장이 퇴직하자, 시차를 두고 2018년 3월 그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2019년 3월 00산업은 잠실세무서 세정협의회에 가입했다.

기재부장관상을 받으면 3년간 세무조사 유예 및 납세담보 면제, 무역보험 우대 외에도 공항출입국 우대, 의료비 할인, 대출금리 등을 받는다. 무엇보다 국방부, 방위사업청 입찰 적격심사 시 가점을 부여받는 등 파격적 혜택이 뒤 따른다는 것.

국세청은 세정 협의회를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은 "대내·외적으로 잡음이 나오는 협의회를 해체하는 것을 포함, 다각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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