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홍 "성폭력 신고 피해자 방치...후진적 軍 문화가 양성평등 인지능력 저해"
軍 조직적 은폐ㆍ축소 등 공정한 재판 불가...2차 가해 피해 노출 결국 전역

 6월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6월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군의 성(性) 문제가 심각하다.  성추행에 시달렸던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군대 내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국방부 양성평등센터 등은 4년간 성폭력 피해를 입은 군 간부(장교·부사관)가 739명 중 12%가 군을 떠났다. 성범죄에 대한 군 당국의 조사와 처벌이 느슨한 데다,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 피해자 사후 지원 등이 후진적이라는 탓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17일 국방부와 육·해·공군, 해병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4년 동안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간부는 739명이었다. 장교 245명, 부사관 494명이었다. 이 중 89명(12%)는 군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간부의 전역은 2018년 40명(25.5%), 2019년 33명(17.4%), 2020년 16명(9.3%)으로 감소 추세였다.  성폭력 피해 간부는 2018년 157명, 2019년 190명, 2020년 172명, 올해는 지난 6월 기준 22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었다.

성폭력 피해 간부가 급증한 이유는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공군 이모 중사 사건 이후 국방부가 대대적인 신고 캠페인을 벌인 까닭으로 추정된다.

이모 중사는 지난 6월 21일 선임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중사는 피해를 신고했으나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 부대 상관들의 사건 은폐, 회유 등 조직적인 2차 가해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6일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이 중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왼쪽), 서욱 국방부 장관(가운데),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청와대 제공
지난 6월6일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이 중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왼쪽), 서욱 국방부 장관(가운데),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청와대 제공

윤 의원은 “공식 접수된 사건이 이 정도인데 각급 부대에서 쉬쉬하며 묻은 사건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남아 있는 피해자들도 군에 가해자 처벌과 피해 회복을 기대하며 전역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용기를 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했더라도 피해자·가해자 분리 등이 즉각 이뤄지지 않고, 피해자를 ‘유별난 사람’으로 낙인 찍는 후진적 문화 탓에 군이 아까운 인재를 잃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지난 2014년 모 부대 사단장의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불러오자 2015년 3월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성추행·성폭행 가해자는 '원아웃' 퇴출을 원칙으로 하고 성희롱 가해자는 진급을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성추행,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현역 군인에게는 정직(1∼3개월), 계급 강등, 해임, 파면 등의 중징계를 내려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후에도 영·내외를 아랑곳하지 않고 성범죄는 계속됐다.  성범죄를 저질러도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군인들의 양성평등 인지능력 향상에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당국의 조사와 처벌이 느슨한 데다,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 피해자 사후 지원 등이 후진적이라는 탓이다.  축소·은폐는 군대 안에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실제 이모 중사를 극단적 죽음으로 내 몬 초동 수사 부실 책임자로 지목됐던 공군 전익수 법무실장 등 수사 지휘 라인이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됐다.  재판의 공정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군은 상명하복 기관에다가 군의 특성상 군법무관 판사ㆍ검사ㆍ변호사가 한 공간에서 머물고 있어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윤한홍 의원
윤한홍 의원

윤 의원은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2차 가해 행위와 방지 책임자를 명문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책임 간부를 강력히 징계해야 한다. 성폭력 같은 비군사적인 범죄는 군대 내 권력관계가 작동하지 않는 일반 법원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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