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를 결정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물밑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총재 선거는 오는 17일 고시, 29일 투개표 일정으로 실시된다. 오는 10월 초 출범하는 새로운 내각은 2024년 9월 말까지 3년 간 일본을 이끈다.

스가 요시히테(菅義偉)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58)행정개혁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4)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전 정무조사회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0) 전 총무상 등의 4파전이 예상된다.  이밖에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행,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정조회장 등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파벌 외에 여론의 입김을 강화되고 있다. 자민당은 1955년 요시다 시게루가 이끄는 자유당(본류)과 하토야마 이치로가 이끈 일본 민주당(비주류)이 합당해 조직됐다. 당내 힘의 균형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본류에서 방류로 흘러간다. 한일관계가 불편해진 것도 이때부터다.

현재 당내 최대파벌인 호소다파(세와이정책연구회)ㆍ니카이파(지사회)ㆍ이시하라파(근미래정치연구회)등이 비주류였던 민주당의 후계 파벌이다.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존이치로,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아베 신조로 이어지는 일본정부는 야스쿠니 신사참배, 독도망언, 교과서 왜곡 등으로 한일관계를 위기로 내몬다. 다케시다파(헤세이연구회)ㆍ시코카이도파(방계)ㆍ기시다파(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등이 자유당 후계 파벌이다. 전 자민당 간사장 이시바 시게루 의원은 '수요회'라는 새로운 계파를 조직한다.

현역 의원 분포로 본 파벌은 호소다파(97명), 아소파(54명), 기시다(46명), 이시바(19명)등의 순이다. 아베와 아소 다로 재무상은 각각 호소다파와 아소파의 리더이다. 압도적 영향력을 가진 킹메이커이다. 둘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파벌 정치

일본의 정치는 파벌 정치사에 근간을 두고 있다. 또 하나는 엘리트 가문 중심의 정치 문화이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를 통해 일본 정치의 구태가 드러나고 있다.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를 이끌고 있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재등장했다.

아베는 2020년 변방 출신의 요가 요시히데를 제99대 총리에 선임될 수 있도록 킹메이커 역할을 인데 이어 이번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을 지원하고 나섰다.

다카이치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을 이끈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단골로 참배해 온 극우파 여성 정치인이다.

고베(神戶)대 출신으로 민영방송 캐스터를 거쳐 1993년 무소속으로 중의원 선거(나라현 선거구)에서 처음 당선됐다. 1996년 자민당에 입당했다. 호소다파에 들어갔다가 이탈했다. 보수 색깔을 앞세워 호소다파의 좌장인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자민당 총재 자리를 노리고 있다.

다카이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신교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총리가 되더라도 변함없이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위대 명기를 위한 개헌을 지지하면서 경제정책으로는 '뉴 아베노믹스'를 내세우는 등 아베 노선의 온전한 계승을 주장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도 자민당 총재에 출마를 하면서 아베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기사다파(46)로선 96명을 보유한 호소다파의 도움없이는 총재 당선에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

 2일 아베 전 총리가 연루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국유지 헐값 매각 특혜) 재조사 촉구했던 입장에서 6일 만에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행정조사가 이뤄졌다.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발 뺐다. 

자민당내 개혁파이자 ‘반(反)아베’ 대표주자인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은 불출마를 고민하는 이시다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자신을 지지에 난감한 상황이 됐다. 고노 다로는 아소파(54명) 소속이다. 아소파는 아베 전 총리에게 호의적 입장이다. 이시다 시게루가 고노 다로를 지원하면서 호소다파와 아소파가 한데 묶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하지만 고노 다로와 다 시게루의 지지율 합계가 50%에 육박한다. 당원·당우(지지자) 투표에서 역전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무파벌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원전 재가동을 원하는 자민당 주류에 반감을 갖고 있어 고노 다로를 개혁상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정가는 보고 있다.

◇고노다로 당선 땐 파벌 변화 

고노 다로가 일본 자민당 총재에 당선될 경우 60년 이상 일본 정치를 이끌어왔던 파벌 정치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1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 무파벌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당원 경선에서 압도적지지를 획득해  하시모토 류타로를 이겼던 전례가있다. 기존의 파벌의 틀을 깨고 고이즈미 당선을 재현시킬 가능성이 있다.

경색 국면에 빠진 한일 관계에 있어 자민당 총재로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 달려있다. 자민당의 보수 기조는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소소한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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