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에 이은 삼성에버랜드 노조 파괴 전략 불법 판단
삼성 전략기획실 주축 무노조 경영 방침에 어용노조 설립해 노조 방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에버랜드 어용노조는 “설립 무효”라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삼성 어용노조에 대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됐다”고 명시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2부(재판장 김순열)는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에버랜드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 설립무효 확인 소송에서 “에버랜드 노동조합 설립은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어용노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조로서 주체성이 없는 노조는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대법원의 지난 2월 판결을 인용해 에버랜드 어용노조의 설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효인 근거로 △노조가 삼성의 비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하고 향후 자생적 노조가 설립될 경우 그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용자의 전적인 계획과 주도하에 설립된 점 △회사가 자체 검증을 거쳐 노조 위원장 등 노조원을 선정한 점 △노조가 설립 직후 회사와 2011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한 게 진성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봉쇄하기 위한 것이었던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 노조는 그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것"이라며 "헌법 및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그 설립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한편, 에버랜드 노조와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전 미전실 인사지원파트 총괄 임원)과 이 모 에버랜드 인사지원 실장은 1심과 2심 재판부는 각각 징역 1년 4개월,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강  전 부사장은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강 전 부사장은 이와 별개로 2019년 삼성전자노조서비스 '노조와해 공작 혐의'와 관련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고, 지난 5월 징역형이 확정된 뒤에 회사를 퇴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에버랜드에서 벌어진 노조 와해 시도에 대해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 5월 당시 삼성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노조 와해 관련 대국민 사과를 앞두고 , 삼성그룹 노동조합의 연대체가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삼성의 무노조경영 폐기와 노조활동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노총 소속 삼성그룹 노조를 비롯해 화학노련 산하의 삼성웰스토리노조, 공공연맹 산하의 삼성화재노조, 삼성애니카손해사정보험노조, 금속노련 산하의 삼성전자노조, 삼성SDI울산노조, 삼성디스플레이노조 등이 참여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020년 5월 당시 삼성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노조 와해 관련 대국민 사과를 앞두고 , 삼성그룹 노동조합의 연대체가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삼성의 무노조경영 폐기와 노조활동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노총 소속 삼성그룹 노조를 비롯해 화학노련 산하의 삼성웰스토리노조, 공공연맹 산하의 삼성화재노조, 삼성애니카손해사정보험노조, 금속노련 산하의 삼성전자노조, 삼성SDI울산노조, 삼성디스플레이노조 등이 참여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에버랜드는 노조와해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해온 기업이다.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노조는 안된다"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유훈이다. 2세 경영인 이건희 회장도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다.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깨지고 있다. 무노조 경영의 후유증이 여기저기서 폭발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곳이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서비스 등이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했던 방법이 어용노조를 결성하는 방법이다. 1987년 삼성중공업 창원 공장, 1988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등에서 회사가 먼저 어용노조를 설립하면서 노조 설립을 무력화시켰다. 당시에는 복수노조가 하용이 안되던 시절이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자 삼성은 대놓고 노동자들을 협박하며 노조의 싹을 잘랐다.

삼성SDI 수원사업장에서 근무했던 한 노동자는 노조 설립을 준비하던 1999년 회사 관리자에게 납치돼 이곳저곳을 끌려 다녔다. 삼성SDI 부산공장의 한 노동자도 회사 관리자들에게 납치된 뒤 “너 하나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다”는 협박을 당했다.

놀이동산으로 알려진 에버랜드 내에서도 노조 전쟁이 발생했다. 2011년 7월 에버랜드 노동조합이 설립된다. 옛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인사지원파트와 에버랜드 인사지원실이 주축이 됐다. 한마디로 어용노조를 만든 것이다.

당시 삼성은 진성노조가 설립을 대비해 어용노조를 만들어 진성노조를 무력화시킨다는 ‘그룹 노사 전략’이 가지고 있었다.

삼성은 복수노조가 허용된 2011년 7월 직전에 에버랜드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협약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설립된 진성노조인 ‘삼성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

회사는 진성노조를 설립한 조장희 씨를 일찌감치 ‘문제인력’으로 분류하고 징계 해고해 노조활동을 방해했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교수는 "삼성은 글로벌 기업이다. 단순한 제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무노조 경영을 내걸고 노조와 노동자를 탄압하는 이미지를 계속 고수하면 글로벌 경영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라며 "이재용 시대는 선대 이병철, 이건희 회장이 지배했던 무노조 경영을 버리고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염두에 두고 노사 상생 협력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車하청 유성기업 노조와해 패소

현대차의 협력업체인 유성기업의 진성노조와 아용노조 간의 판례가 에버랜드 판결에 인용됐다. 현대차가 유성기업에 노사관계에 개입해 '노조파괴'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제기한 ‘회사 쪽이 설립한 노조는 무효’라며 낸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다. 결국  원고 승소로 끝났다. 

재판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조가 설립된 것에 불과하거나 노조가 설립될 당시부터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려는 것에 관해 노조와 적극적 합의가 이뤄진 경우 등과 같이 노조가 노조법에서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해당 노조는 설립이 무효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유성기업에 대한 판결은 사측이 설립한 어용노조가 무효에 근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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