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아프간 접수…美대사관 대대적 철수작전
내년 중간선거 결과 따라 바이든 행정부 정책 변화

아프칸에 근무하는 미군. 
아프칸에 근무하는 미군. 

아프칸 전쟁에서 미군의 철군과 관련  "치욕적인 철수" 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전 때 치욕적인 탈출 작전에 빗대 '바이든의 사이공'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철군을 결정한 바이든 행정부가 역풍을 맞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로부터 끝내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점령했다. 아프칸 정부는 사실상 항복 선언을 했다. 이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국외로 도피했다. 주요 대도시를 모두 접령한 텔레반은 본격적인 권력 인수 준비에 들어갔다.

텔레반의 아프칸 접령으로 공포에 질린 수천 명의 시민들이 공항으로 몰려들면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미국은 긴급히 대사관 직원들을 헬기로 대피시켰다. 대사관에 걸려 있던 성조기도 내려졌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 캐나다 등의 대사관도 잠정 폐쇄했다. 다른 국가들도 철수 계획을 밝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설립자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편집국(editorial board) 명의의 사설을 통해 “앞으로 우방국들은 아프간을 손쉽게 포기해버린 조 바이든 미국 정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은 성급한 미군 철수가 직접적 원인’이라는 비판이 서방과 동맹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강조해온 ‘동맹 중시’ ‘민주주의 가치 공유’가 이번 아프간 ‘포기’로 치명타를 맞았다는 것이다. 2001년 9ㆍ11테러 직후 미국의 아프칸 '보복 공습'에 함께 했던 최대 동맹국 영국마져 비판 대열에 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정부가 외교정책에 대한 세계의 불신을 자초했다”고 논평했다. 

1975년 베트남전쟁 당시 사이공 현지인 구출작전에 투입된 항공모함 미드웨이 선상의 베트남인들.
1975년 베트남전쟁 당시 사이공 현지인 구출작전에 투입된 항공모함 미드웨이 선상의 베트남인들.

미 정가도 “바이든이 아프간 전복을 주도한 셈”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실패를 책임지고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미 공화당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은 “아프간의 상황은 베트남 패전 때보다 더 나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칸에서 철군 방침을 박힌지 불과 4개월 만에 아프칸은 이슬람 무장조직 텔렙ㄴ에 넘어갔다.

2001년 9ㆍ11테러 직후 시작된 아프간 전은 미국 역사상 최장기 해외 전쟁이다. 10월에 시작된 전쟁은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고 친미 정권을 수립하면서 승리했다. 하지만 아프간은 미국 정부에 수렁이었다. 전쟁에 투입된 비용만 1조 달러이다. 미군 2,448명이 숨졌다. 미 정부와 계약을 한 요원도 3,846명, 동맹군들도 1,144명이 사망했다. 

전쟁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알카에다에 근거지 제공을 중단하는 등의 조건으로 5월 1일까지 미군을 포함한 동맹군이 철군하는 협정을 탈레반과 맺었다. 새 정부를 이어받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유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목소리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결정했더라도 최종적으로 이행된 것은 바이든 행정부라는 것.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은 9ㆍ11테러 20주년에 맞춰 아프칸전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발표 후 아프칸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도 훨씬 빨리 무너졌다. 불과 2주 남짓한 사이에 아프간 전체를 접령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텔레반의 전투력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명백한 오판이라는 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현지 미군 기지와 대사관을 사실상 놔두고 탈출하는 모습은 1975년 베트남전 패전 직전의 ‘프리퀸드 윈드 작전(Operation Frequent Wind)’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장 마리 게노 컬럼비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은 시리아와 아프간에서의 대실패 이후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며 "서방 국가들이 외부 상황에 관심을 두지 않고, 냉소적이며 국수주의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사회 혼란을 의식한 듯 유화 메시지를 냈다. 탈레반은 이날 성명에서 “아프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 아프간 주재 외교관과 구호 단체 직원들도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4년 임기 중 2년이 지난 후 치러지는 중간선거(Mid-term Election)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철군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의원을 모두 새로 뽑는다. 상원의원 가운데 1/3을 새로 뽑니다. 또한 주지사, 주 검찰총장, 지사 등 선출직도 다시 뽑니다.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지닌다. 선거의 결과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가에서는 내년 치러지는 중간 선거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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