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징역형 18명 중 9명 집행유예, 형 종료 6명 만기 출소 사례 전무
전문경영인 집행유예 비율 85.8%...총수 일가보다 징역형 낮아
유죄확정 이후 총수일가・전문경영인 83.3%가 계열회사 임원 재직
현 정부의 재벌 범죄 엄단의지 이재용 부회장 사면・가석방 문제 달려

대한민국은 법(法)이 실종됐다. 법과 원칙은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판결 기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돈이 있으면 무죄이고, 돈없으면 유죄라는 의미이다. 권력과 돈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나쁜 풍토가 영화와 드라마 속 나쁜 인물에 전형이 재벌과 법률가들이다. 실제 현실에서도 재벌은 얼마나 법과 원칙을 잘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재벌범죄 양형과 처벌 과정을 분석해 게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8ㆍ15광복절 특사가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심사대상자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뇌물죄 사건에서 징역 2년 6월형을 받은 이 부회장은 형기 60%를 채워 대상자가 된 것. 시민단체에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심사 자체가 특혜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실제 재벌 범죄에 대해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경제를 볼모로 부정이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성, SK,   롯데, 한화, CJ, 부영, 효성, 한국타이어, 금호석유, 동국제강 등 10개 기업에서 재벌 총수와 최고경영자(CEO)가 배임,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11건(2011.1~2021.5.)을 대상으로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형사처벌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소된 70명(총수일가 22명, 전문경영인이 42명)가운데 총수일가 19명, 전문경영인 32명에게 유죄가 선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11건의 재판 결과, 70명 중 56명(총수일가 19명, 전문경영인 32명, 기타 5명)에게 유죄가 선고 됐다. 총수일가 3명, 전문경영인 10명, 기타 1명 등 14명은 무죄를 받았다.

유죄를 받은 총수일가 19명 중 18명은 징역형(최소 1년~최대 4년)이 확정됐다. 이 중 9명은 실형, 9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 실형을 받은 9명 중 6명은 형이 종료됐다.  형량을 모두 채우고 만기출소한 경우는 한 명도 없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각각 사면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CJ이재현 회장도 사면을 받았다. 이재현 회장은 병으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실제로 복역한 날이 많지 않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가석방으로 조기출소했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과 이선애 전 태광산업 이사는 병으로 형집행정지를 받고 형기만료 전 사망했다.

조석래 명예회장 역시 파기환송 전 1심과 2심에서 모두 실형이 선고되었으나 건강상 문제로 구속되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에 재판이 끝나 현재 복역 중인 3명의 경우에도,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과 이중근 ㈜부영 회장이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다 형 확정 후 재수감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면 또는 가석방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경영인, 총수 지시 거부 어려위 소극적 가담에 감경

형이 확정된 전문경영인 31명 중에서는 실형이 4명, 집행유예 24명, 벌금형 3명으로 집행유예 비율(85.8%)이 총수일가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운 전 효성 부회장을 제외한 결과이다. 

징역형 28명 중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4명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에로 풀려났다. 범죄를 주도하는 총수일가 피고가 집행유예를 받는 비율(50%)이 높기 때문에 전문경영인들의 집행유예 비율(85.8%)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전문경영인들의 경우 흔히 직책상 또는 총수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워 소극적으로 범죄에 가담한 점, 범죄로 인한 이익을 사적으로 보유하지 않은 점 등이 감경사유가 된다.

◇취업제한 조치 있으나 마나

5억 원 이상 횡령·배임 범행을 저지른 자에게는 징역형이 끝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특정경제가중처벌법 14조).  법무부는 2019년 특정경제사범관리위를 출범시켰다. 횡령, 배임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재벌 범죄의 재범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취업 제한 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운영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벌에게 특정경제가중처벌법 14조나 특정경제사범관리위는 날파리나 걸리는 거미줄에 불과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기소 당시 계열회사에 재직 중인 총수일가와 전문경영인 42명의 기소 이후 2021년 4월 1일 현재 재직현황을 분석한 결과. 유죄확정 이후에 일시 퇴직한 사례는 13명(총수일가 16명중 4명, 전문경영인 26명 중 9명)에 불과했다.

기소일 현재 재직자 42명 중 76.2%(32명)가 기소 이후 재판진행 중에 계속 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정일 현재 재직 중으로 확인된 30명 중에서는 83.3%(25명)이다. 유죄확정 이후에도 계속 재직했거나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승연 회장은 확정판결 직후 2014년 2월 7개 계열사에서 퇴직했다. 총포 화약법, 특경가법 등의 취업제한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알려졌다. 김 회장은 취업제한 기간이 끝나고 지난 4월 1일에 ㈜한화・한화건설・한화솔루션 등 3개 계열회사에 미등기임원(회장)으로 복귀했다.

이중근 회장 역시 확정 판결 직후 2020년 8월부터 11월까지 17개 계열회사 이사직을 전부 사임했다. 이 회장의 아들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도 2020년 9월 사임했다).

삼성그룹 최○○ 전 미래전략실장 등 4명은 2017년 2월 28일 기소와 동시에 퇴직했고 미래전략실은 해체되었다.

한화그룹에서는 홍○○ 전 여천NCC 대표이사가 1심에서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되어 사임, 이후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복귀하지 않았다.  김○○ 전 한화건설 대표는 집행 유예가 확정된 상태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다 김승연 회장과 동반사퇴했다.

부영그룹 이○○ 전 오투리조트 대표는 이중근 회장과 마찬가지로 확정판결 직후 11개 계열회사 등기임원직을 전부 사임했다.

태광그룹 오○○ 전 태광산업 대표와 박○○ 전 대한화섬 대표는 1심 선고 전 이호진 회장과 동반사퇴했다.

◇재벌은 감옥에서도 재직

총수일가 16명 중에 12명은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등기임원을 유지했다. 나머지 4명 중 퇴직한 이호진 회장을 제외하고 3명은 등기이사직만 내려놓고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했다.

장세주 회장은 2015년 6월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임, 이재용 부회장은 2019.10 삼성전자 사내이사 임기만료 후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형사재판과 함께 진행된 증권선물위원회의 해임권고취소 소송에서 패한 후 2017년 7월에 효성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하여 재직 중이다.

유죄가 확정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이재현 회장 등은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했다.  김승연 회장은 퇴직했다가 복귀했다. 작년에 형이 확정된 이중근 회장과 이성한 전 대표이사는 퇴직한 상태다. 

◇취업제한 강력한 처벌 요구

경제개혁연구소는 "총수일가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비율이 높고 유죄판결 이후에도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현실이다. 재벌 총수일가의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고 유사한 범죄가 반복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회사와 주주들에게 충성하기보다 총수일가의 사적이익을 우선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인센티브의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가치 훼손 범죄행위자의 임원자격을 제한하는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제도는 그동안 제대로 집행이 되지 않았다. 최근 일부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무보수 미등기임원은 ‘취업’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회피하는 사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상장회사들에 대해 배임・횡령 등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한 자를 임원(미등기임원 포함)으로 선임하지 않도록 ‘준수 혹은 설명’ 방식의 공시를 통해 자율규제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기업들의 개선노력을 찾아보기 어럽다는 경제개혁연대의 분석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재벌 총수일가의 범죄를 억제하고 전문경영인이 전체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충실히 역할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법상 이사의 자격규정 신설 검토,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제도의 엄정한 집행, 범죄이력 및 취업제한 관련 정보 공시 확대 등의 개선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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