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좌당 11억원 회원권을 13억원에 구입...이사회서 논의 불리한 조건에도 찬성
김선제 교수 "정도 경영 위해 이사회 책임 강화...잘못하면 배상 책임 져야"

이사회의 책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은 선진 지배구조 핵심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형태이다. 일부 대기업 오너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아예 등기 임원에 등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근 대법원은 이사회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 등을 한 경우 연대해 회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이사회의 책임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사회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 등을 한 경우 연대해 회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연구소가(CGCG)가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과 흥국화재 전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1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흥국화재 주주인 CGCG는 시세보다 비싼 골프장 회원권 매입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 소송을 냈다.

태광그룹의 소속 계열사인 흥국화재는 지난 2010년 8월 같은 그룹의 계열사로부터 1구좌당 11억원인 골프장 개인회원권을 구좌당 13억원으로 계산해 24구좌를 매입한다. 312억원이다.

흥국화재는 골프장 개인회원권 구매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사회에 참석한 경영진은 흥국화재가 통상의 거래 조건보다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회원권을 매수하는 것에 찬성한다. 이는 구보험업법 등을 위반한 것이다. 

원고 CGCG는  "구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대주주와 자산을 통상의 거래 조건에 비춰 보험회사에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골프장 회원권을 불리한 조건으로 구입할 것을 지시하는 등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만큼 흥국화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경영진은 "골프장 회원권 시세는 시설, 운영, 접근성,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항상 변동하는 것"이라며 "특정 골프장 회원권 분양의 정상 가격을 판단할 때는 각 골프장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경영진이 흥국화재에게 약 26억5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했다. 1심은 이 사건 경영진의 지위에 따라 각각 손해액의 40%, 20%, 10% 등을 배상하라고 정했다.

1심은 "이 사건 법률 규정은 보험회사가 그 대주주와 자산 거래를 할 경우 통상의 거래 조건에 비춰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골프장 회원권 구입은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화재가 같은 계열사로부터 거래 조건보다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매입한 것으로 이를 통해 경영진은 법률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0년에도 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대체로 떨어지는 추세였고 흥국화재가 회원권을 매입할 당시 주변 골프장의 회원권 거래 시세가도 11억원 미만"이었다며 "경영진은 흥국화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2심은 이호진 회장고 전 경영진이 흥국화재에게 약 11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심은 "경영진 중 그룹의 회장과 부회장 등은 계열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사회에서 골프장 회원권을 사도록 하는 등 그 책임이 무겁다"고 봤다.

이어 "다른 경영진은 영향력으로 인해 찬성한 만큼 책임의 정도를 같이 보기 어렵다"며 "경영진이 이 사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사사로이 취득한 이익이 달리 없는 점 등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양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시민단체들은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환영했다.

CGCG가 선수급환급보증(RG)보험 사고 책임에 대한 배상을 요구한 것 역시 원심 판단이 바르다고 봤다.

흥국화재는 2006년 8월~2008년 5월엔 선박 84척에 대한 RG보험을 인수했다. 하지만 2010년 9월까지 선박 25척에서 보험사고가 나 2105억원가량을 회수하지 못했다. RG보험은 선주가 조선회사에 선박 제조를 주문하면서 계약대로 인도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이다.

CGCG는 RG보험 사고가 회사 측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발생했다면 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회사가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재벌개혁운동, 금융시장개혁운동, 소액주주운동을 이끌어온 각계의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제고” 와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시장의 구축” 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지배구조관련 전문연구소이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교 교수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경한다"면서 "회계에서는 지배회사가 종속회사에 어느 정도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면 종속회사의 영업 결과를 지배회사의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지분법 회계를 수행한다. 지분법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한 의사결정 요건 중 하나가 경영의사 결정에 대한 영향력 여부이다. 이사회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 등을 한 경우 연대해 회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기업의 정도(正道) 경영을 위해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선진 경영이다.  현재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 정보만 공시된다. 사내이사들의 참석현황도 공시 대상이 돼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사회의 책임이 무거워졌다. 고의 또는 과실로 정관을 위배했을 경우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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