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보장-보호 장치’ 미흡해 오히려 조직으로부터 불이익 당해
보호 대상과 방식 확대·강화해야... 국회-권익위 제도개선 나서

우리나라에선 오랫동안 '익명 신고' 자체가 어려웠다. 감사 부서에 신고할 때는 반드시 이름을 쓰게 하는 식이었다. 또 처리 과정에서 어딘가 모르는 과정으로 자신의 이름이 피신고자에게 들어가 조직의 배신자로서 축출당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는 31일,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현황과 개선과제」 라는 제목의 NARS 입법·정책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 보고서는 공익신고자 보호제도의 현황을 살펴보고, 공익신고자의 보호와 관련해 제기되는 한계점을 정리해 개선과제를 도출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제정·시행 후 10년의 시간이 됐다. 하지만 공익신고자의 비밀보장 미흡과 신고자 보호의 사각지대 존재, 공익신고 관련 법률지원 미흡 등 한계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익신고자 보호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신고자 보호의 대상과 방식을 확대·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고서는 우선 인적사항 유출 및 색출 관련 제재규정을 신설하고, 행정소송 절차에서 신고자의 인적사항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신고자의 비밀보장을 강화해 부담 없이 공익신고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공익침해행위 대상법률과 공익신고기관을 확대하고, 소속기관을 통한 공익신고 처리절차를 개선하는 등 공익신고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좁혀나가는 노력이 중요함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공익신고에 대한 법률지원을 강화하고, 관련 민·형사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등 공익신고에 뒤따르는 각종 고소·고발·제소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제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관계자는 “향후 제시된 개선과제를 보완하고, 시민사회의 자율적인 감시와 준법의식을 촉발할 수 있는 청렴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며 “동시에 공익침해행위 예방과 확산방지의 법․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홍성국 의원은 지난달 3일, 내부고발자가 조직에서 불이익 당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 대한 보호 강화를 위해 '공익신고자보호법'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재 부패·공익신고자 보호제도는 신고자를 직접 공개·보도한 자만 제재하고, 신고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한 자는 제재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권익위의 신고자 비밀보장 위반 실태조사를 통해 신고자에 대한 조직 내부의 색출행위가 문제로 파악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신고자 비밀보장의무 위반 조사를 위한 권익위의 조사 대상범위가 제한적이고, 조사를 거부할 경우 제재수단도 미비한 실정이다.

신고자에 대한 해고·징계·전보 등 불이익조치에 대한 권익위의 보호조치결정을 미이행 시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나 최근 3년 간 보호조치결정 26건 중 미이행 건수가 7건으로 파악돼 이행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개정안은 신고자등을 알려달라고 요구하거나 지시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위반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했다.

신고자의 신분이 공개된 경위를 조사할 때 정확·신속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자료제출과 의견진술 요구 근거도 마련했다. 또 신고자 보호조치결정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이행강제금 상한을 현행 3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했다.

권익위도 지난 1월22일, '2021년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해 앞으로 공익 신고가 접수되면 자격 요건을 따지기 전 먼저 보호 조치에 들어가기로 했다.

통상 보호 조치를 결정하기까지 공익 신고와 불이익 조치 간 인과관계 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2∼3개월 이상 걸렸지만, 앞으론 신고 즉시 보호가 가능할 전망이다.

권익위는 공익 신고자에 대한 보호 조치 결정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신속히 정지할 수 있도록 부패방지권익위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익 신고자의 동의 없이 신분이 공개된 경우 관련 기사 게재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권익위의 신고자 보호조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기관은 명단을 공표한다.

공익 신고자에 대한 변호사 비용 등 구조금 지급 규모도 확대한다. 권익위가 아닌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다른 기관에 접수된 부패 신고에 대해서도 신고 보상금을 준다.

홍성국 의원은 “내부고발자는 용기를 내어 옳은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조직 내부에서 불공정한 처우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면서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조성을 위해 부패와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가 더 강화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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