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5·60대-여성-비정규직’ 실직 도미노 겪어
실직 장기화 위험신호... 실직자 과감한 경제적 지원 필요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악화돼 실직자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악화돼 실직자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없는 고용시장 한파가 불어 닥쳤다. 코로나 시대 1년의 시간 동안 직장을 잃은 실업자만 100만 명이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 가운데 1년 이내 취업 경험이 있는 실업자가 99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100만 명의 실업자가 1년 사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도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1년 전에 취업 경험이 있는 실업자는 28만 1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20.8%다. 실업자 5명 중 1명은 직장을 그만둔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대 여성 가장 치명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장 문유경)이 최근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코로나19 1년 여성노동자 일자리 변동 현황 조사' 결과, 코로나 19 사태 이후 20대 여성 노동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5명 중 1명(20.9%)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었다. 퇴직 경험이 있는 여성은 퇴직 경험이 없는 여성에 비해 임시·일용직(퇴직경험 유 48.6%, 퇴직경험 무 28.1%), 10인 미만 사업장(퇴직경험 유 45.8%, 퇴직경험 무 32.4%)에 근무했던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20대 여성 4명 중 1명 이상(29.3%)이 코로나19 시기 일을 그만둔 적이 있고, 감염병 위기에 취약한 일자리에서 일하다 퇴직한 경우가 다른 연령대 여성보다 더 많았다.

코로나19 시기 퇴직한 20대 여성 5명 중 1명은 숙박음식점업, 5명 중 2명은 서비스·판매직에서 일하다 그만뒀다. 비필수·고대면·재택근무 불가능 일자리에서 그만둔 비중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여정연은 "코로나19 위기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임시·일용직 여성노동자에게 더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이들 일자리는 대면 업종 등 감염병 확산에 특히 취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휴업·휴직 등 고용조정을 겪은 여성 10명 중 약 4명은 해당 조치를 여성·임산부 및 육아휴직자를 우선 대상으로 시행했다고 답해 과거 경제위기 때와 같은 성차별적 구조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다.

취약계층 비자발적 실직 급증

코로나 19는 20대 여성뿐 아니라 사회적 취약계층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임시·일용직과 영세사업장 등 취약층에서 비자발적 실직자가 급증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지난해 실직을 경험했다.

지난 1월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일을 그만둔 지 1년 미만인 비자발적 실직자는 219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실업 통계를 개편한 2000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준으로 2019년 147만5000명보다 48.9% 증가했다. IMF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0년 186만 명,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있던 2009년 178만9000명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비자발적 실직자 사유로는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가 110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이 48만5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명예퇴직·조기퇴직·정리해고는 34만7000명, 직장의 휴업·폐업은 25만9000명이었다.

특히 지난해 비자발적 실직자 가운데 취약층 비중이 컸다. 실직 전 지위는 임시근로자가 40.3%(88만5000명)로 가장 많았다. 일용근로자가 23.2%(51만 명), 상용근로자가 18.2%(40만 명) 순이었다.

산업별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점업에 종사했던 비자발적 실직자가 12.5%(27만4000명)로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36.8%(80만8000명), 50대(19.4%·42만5000명), 20대(18.2%·39만9000명), 40대(13.2%·29만 명), 30대(10.9%·24만 명) 등의 순이었다.

같은 날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4월·6월·9월·12월 4차례에 걸쳐 전국의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기간 실직을 경험한 노동자의 비율은 4월 5.5%에서 6월 12.9%, 9월 15.1%, 12월 17.2%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정규직의 실직 경험률은 3.5%, 4.0%, 4.3%, 4.2%로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률은 4월 8.5%에서 6월 26.3%, 9월 31.3%를 거쳐 12월엔 36.8%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로나로 인한 고용 위기에 대해 오상봉(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직 근로계층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관련 행정 인프라를 개편하고, 실업급여를 일시적 지원 연장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라고 제시했다.

유명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국민 대다수는 경제 활성화 보다 방역성과를 우선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식한다"면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 기회의 불평등은 일자리나 임금 등의 경제문제에서 높게 나타난 만큼 관련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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