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법인 부동산 투기 천국... 국회, 농협에 농지 담보 대출 개선 촉구
금감원과 금융위 규제 강화에 견해차... 정부는 규제 강화 검토 中

대구지역 청년 정당 관계자들과 청년 활동가들이 지난 18일 LH 대구경북지역본부 앞에서 LH 투기 의혹 수사를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대구지역 청년 정당 관계자들과 청년 활동가들이 지난 18일 LH 대구경북지역본부 앞에서 LH 투기 의혹 수사를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정부가 세제와 보조금을 지급하는 농업법인(농업회사법인·영농조합법인)이 부동산 투기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지역농협은 허술한 규제 속에 부동산 투기꾼에 대규모 대출을 지원하는 사채업자로 활용됐다.

최근 감사원의 6만4654개 농업법인 점검결과, 482개 농업법인이 등록 후 농사를 짓지 않고, 비목적사업을 수행하다 적발됐다. 이 중 35개 농업법인은 아예 농사를 짓지도 않았다.

부산광역시의 한 농업회사법인은 국세청에 15억3200여만 원을 신고했는데, 모두 부동산매매업으로 인한 매출이다.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배우자는 2016년 9월 경기 평택시 안중읍 현화리 613 토지 중 일부를 농업법인을 통해 5000만 원에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토지대출은 은행에 비해 규제가 약해 감정평가액의 70%까지 대출이 나온다. DSR도 차주별이 아니라 전체 대출 평균으로 160%만 넘지 않으면 된다.

LH직원들이 대출 창구로 이용했던 북시흥농협의 경우 2019년 상반기(6311억 원)부터 2020년 상반기(6772억 원)까지 대출증가율은 7.3%인데, 준조합원과 비조합원의 대출 증가율은 각각 11.8%, 12%에 달했다.

이와 관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이개호)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농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업무현황을 보고받았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여야위원들은 ‘LH 곁에 NH’라는 국민들의 비판을 전달하며, 농협중앙회에 농협이 농업인의 권익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농협조합의 농지 담보 대출이 부동산 투기의 자금줄로 활용되는 현황에 대한 대안 마련 ▲농협조합 임직원이 대출 제도의 미비점을 활용해 부동산 투기를 시행했는지 전수조사 시행 ▲LH직원이 농지 담보 대출을 위해 농협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행태에 대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토지담보대출 규제와 관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규제 강화를, 금융위는 현재 규제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부적으로 행정지도 성격인 상호금융의 토지담보대출 LTV(담보인정비율) 규제를 감독규정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호금융만 적용 중인 토지담보대출 LTV 규제를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전 업권에 적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또한 농지대출도 농업인(조합원)에 한정하는 등의 규제도 고려하고 있다. 신협을 제외한 나머지 상호금융 감독권한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별로 나눠져 있어, 규제 강화로 사전적 관리를 하자는 취지에서다.

반대로 금융위는 '금융 규제'가 아닌 차주의 자금흐름이나 땅 투기 근절 등 '비금융 차원의 해결방안'이 필요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생각은 금융규제를 강화하면 자칫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위가 우려하는 것은 비조합원 대출비중을 줄일 경우 지방의 영세 단위조합 등의 폐점 가능성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많은 단위조합의 사건사고를 모두 다루기 어렵고, 금융사고가 모두 금융당국의 책임으로 귀결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농어업경영체육성법을 개정해 농업회사법인의 비농민 출자한도를 50% 이하로 낮추고, 전수조사를 거쳐 부동산 투기를 비롯해 목적 외 사업을 하는 농업회사법인에 대한 해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농지 취득 및 농지 담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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