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에 본사 월권-회장 친인척 폭력 갑질
가맹점주 만 죽을 맛... 사회기부 앞서 기업 문화 개선이 우선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은 최근 3년 사이에 각종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로 인해 30년 가까이 쌓아온 기업의 이미지도 추락하고, 가맹점주들의 고통도 가중됐다. 하지만 개선의 정은 보이지 않는다.

우선 교촌치킨은 지난해 11월, 가맹점에 점포 리뉴얼(환경 개선 공사) 비용의 40%를 줘야 함에도 이에 못 미치는 금액을 지급해 공정거래위원회 대구지방공정거래사무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공정위는 교촌치킨이 가맹사업법을 어겼다고 봤다. 가맹사업법에선 가맹 본사가 가맹점에 "점포를 리뉴얼하라"고 부당하게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8년 10월엔 권원강 교촌치킨 창업주의 6촌 동생 권 모 씨가 2015년 3월 대구시 소재 교촌치킨 직영 한식레스토랑 주방에서 직원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때리려는 시늉을 하는 등 직원에게 갑질을 하며 분풀이를 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동영상 속 권 씨는 본인의 분을 참지 못해 여러 직원들에게 때릴 듯이 위세를 가하고, 손바닥으로 밀쳤으며 여성점장 A씨의 머리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권 씨의 폭력 갑질은 간장이 담긴 빨간색 소스 통을 집어 던지고, 직원을 잡아 흔드는 등 4분여에 걸쳐 자행됐다.

교촌치킨 직원들에 따르면, 이 사건 전후에도 권 씨의 폭행과 폭언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폭행 갑질에도 불구하고 권 씨는 퇴사 후 다시 교촌치킨에 재입사해 상무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일부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권 씨는 직원폭행 사건을 조사했던 인사 담당자를 보직과 관련 없는 곳으로 발령해 퇴사시키는 등 보복 조치를 했다. 그 외 몇몇 직원들도 인사 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한 교촌치킨은 2014년 12월, 전국 가맹점에 "매장 내 해충 방제를 위해 A사를 쓰라"고 특정 업체 이용을 강제하다가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는 "교촌치킨이 가맹점에 A사와만 거래하도록 강제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는 거래 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가맹점 중 4곳이 "다른 업체를 쓰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자 교촌치킨은 이들 점주에게 "상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계약을 끊을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교촌치킨 본사와 임원진의 갑질은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물론 가맹점주들에게도 손해를 입혔다.

갑질이 터질 때마다 인터넷상엔 교촌치킨 불매운동 동참글이 잇따랐다. 심지어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교촌치킨 갑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하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수십여 개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가맹점주 A씨는 "오너 일가의 갑질 행위로 안 그래두 어려운 경기에 내가 잘못한 것도 없이 정작 피해는 우리가 받고 있다"며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보니 갑질 사건 이후 매출 감소가 있었다. 무엇보다 교촌치킨=갑질 회사'라는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수년째 반복되는 갑질에 대해 창업주인 권원강 전 회장이나 기업 측은 매번 사과문을 발표하고, 쇄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갑질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교촌치킨에 대한 불신의 골이 해소는커녕 깊어지는 이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촌치킨은 말로만 반성이 아닌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소진세 교촌치킨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글을 보면 교촌치킨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단 자화자찬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소 대표는 홈페이지에서 "2021년 30주년을 맞이하는 교촌치킨은 정도 경영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며 "상생의 가치를 발전시키며 가맹점과 동반 성장을 이뤄냈다. 이는 본사와 가맹점당 매출이 업계 1위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권원강 전 회장도 14일, 최근 쌓인 갑질 기업 이란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서인지 창업 30주년을 맞아 사재 1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 날 “권 창업주의 기부금은 논의를 거쳐 공익재단법인 설립, 협력 업체와의 상생기금 조성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전 회장은 “교촌의 지난 성장은 가맹점, 협력 업체가 함께했기에 가능했다”며 “사회 환원을 통해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권 전 회장의 사회 공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부터 10년 넘게 사회적 어려움이 있는 곳에 장학금이나 상생기금을 기부해 왔다. 즉 사회공헌과 갑질이 함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권 전 회장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권 전 회장의 이번 100억 기부나 10년 넘은 사회공헌이 순수하게 빛을 발하려면 내부 갑질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갑질 막음용 기부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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