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소비자 우롱’하는 경영 관행화... 공정위 제재 후에도 여전
김봉진 창업자 1,000억대 격려금 약속...열악한 라이더 처우 개선 절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과 배민라이더들이 11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배달의민족이 시행중인 번쩍배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과 배민라이더들이 11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배달의민족이 시행중인 번쩍배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MBN이 지난 2019년 방영한 TV드라마 <우아한가>는 대한민국 상위 1% 재벌가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과 거대한 기업이 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킹메이커 오너리스크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내 음식 주문 앱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에 이중적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갑질을, 한편에서는 선행을 배푸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 배달기업의 밑바닥 기둥인 배달기사들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1000억 원대 주식과 격려금 지급 갑질 세탁

배민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출처= 뉴시스]
배민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출처= 뉴시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면서 배민 창업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도 대열에 참여했다. 

전남 완도에서 태어난 김봉진 의장은 지난 2010년 3천만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현재는 기업가치 3조 원을 넘는 유니콘으로 성장시켰다.

올해 2월 18일 아내 설보미 씨와 함께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했다.  더기빙플레지는 2010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시작한 기부 운동이다. 1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이 중 5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해야 회원이 될 수 있다.

김 의장의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통칭하는 ESG경영에 일환이지만, 사회(Social)적 기능을 외면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갑질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근본적 해결책을 외면한 채 '기부'를 통해 책임을 외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다.  

김 의장은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한다. 지난 11일 사재를 출연해 임직원과 라이더, B마트 정규직 직원에게 1000억 원대 규모의 주식과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주식 증여를 받는 대상자는 총 2100명이다. 격려금은 총 2200명이 지급받는다. 주식 부여 조건을 갖추지 못한 라이더 가운데 일정 건수 이상 배달 업무를 수행한 1309명에겐 1인당 1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다.  배달 전용 마트인 B마트 창고 직원과 기간제 직원 등 830명에겐 1인당 100만~150만원의 격려금을 준다. 

김 의장은 “회사 성장의 한 축이었던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향후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기 위해 더 긴밀히 협력하자는 의미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김 의장의 기부 행위와 직원들에게 주식과 격려금 지원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회삿돈이 아닌 개인 재산을 내놨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간 재계에서는 회사 차원에서 기부를 하거나, 그룹 내 사회공헌 사업 부문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 왔기 때문.  김 의장의 기부행위가 사회의 인식 변화에 첫 걸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선행에 대해 논란은 기부시점이다. 왜 굳이 회사나 본인이 구설에 오른 후에 기부하느냐는 것이다. 

우아한 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 논란, 갑질문제. 자영업자와 라이더의 처우개선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김 의장의 기부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5500억원을 기부한 것은 대단하지만 그 돈을 자영업자나 라이더를 위해 썼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는 글부터 ‘5500억원을 주고 명예를 산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올라왔다. 

배달기사 처우문제 심각

배달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3월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1월 도입한 번쩍배달은 주문 한 번에 한 건씩 처리하는 단건 배차 방식. 라이더들은 한 집에 배송이 끝난 후에야 다음 주문을 받을 수 있다. 단 건 배송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빠른 배달을 제공받을 수 있다. 쿠팡이츠의 ‘치타배달’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라이더들은 주문 한 번에 한 건씩 처리하는 배송 방식 때문에 시간 당 배달 가능 건수가 감소하면서 수익금이 자연 감소했다. 부족한 수익을 메꾸기 위해 장시간 일하고 있다. 노동 강도 증가에 따라 이동거리가 늘어나고, 그만큼 사고 등 안전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쿠팡이츠와 배민은 빠른 배송 경쟁을 하고 있다. 반짝배송을 계획하면서 배달을 수행하는 라이어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안전 배달료를 도입해 수익하락을 보전하고,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의  ‘지역 쪼개기’ 수법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중부, 서부 등 권역으로 운영하던 지역을 구 단위로 쪼갰다. 배민은 1~2시간 단위였던 수수료 할증 주기도 30분 단위로 줄였다. 이는 쿠팡이츠가 배달료를 세분화하기 위해 도입한 지역 쪼개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공정위 불정정 약관 시정명령

배달의민족의 불공정 약관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6월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받았다.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 부당 면제 ▲사업자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소비자에게 개별통지 없이 서비스 중단 ▲소비자에게 불리한 사업자 통지방식 등이다.

배달의민족은 소비자나 음식점이 게시한 정보의 신뢰도, 상품의 품질 등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또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았다.

배달의민족은 계약해지 시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리는 절차를 두지 않았다.  계약해지 의사를 통지하기만 하면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했다.

또한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2월부터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건당 배달 수수료를 2019년 말 5000원대에서 4000원대로 1000원 정도 줄였다가 라이더들의 반발을 샀다.

라이더들은 사전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배달 수수료를 올리고,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민 라이더를 중심으로 한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배민이 배달 수수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배민이 라이더를 단기간 대량 모집하기 위해 배달 수수료를 올렸다가 라이더가 많이 모이면 바로 내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며 "프로모션 영향이라고 해도 배달 수수료가 절반가량 줄었는데, 들쭉날쭉한 수수료 체계를 이해할 라이더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줄어든 배달 수수료로 인해 수입을 늘리려는 라이더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한 라이더의 오토바이 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간식이벤트 비용 소비자 전가 논란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19일 배달기사에게 간식을 전해주는 '간식가방'을 앱 이용자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벤트의 비용을 회사가 아닌 소비자가 부담하는 형식이다. 

이에 대해 일부 소비자와 라이더들로부터 "회사에서 해줘야 할 복지를 왜 소비자에게 떠넘기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간식 가방’은 소비자가 배달 기사를 위한 음료나 간식을 넣어서 고마움을 표현하라는 취지로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음식 리뷰를 하는 커뮤니티와 소비자 온라인 모임의 반응은 싸늘했다.

"우리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따로 팁까지 챙겨줘야 한다는 말인가", "배달기사를 향한 갑질이 늘 안타까웠는데, 회사의 이런 방침은 오히려 배달기사 보는 것을 불편하게 만든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걸 보니 회사가 배달기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껴진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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