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삶의 질 보장위해 인상 필수 VS 인상 시 경영 파탄
乙인 노동자 기준에서 방향 잡아 상생 결과 도출해야

최저임금 인상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최저임금 인상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최저임금 논쟁이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벌써부터 공방을 주고받았다.

노동계는 2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률이 1~2%대로 낮았던 만큼 이번엔 대폭 인상을 벼르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최근 코로나 불황에 산안법·중대재해법·노조법 등 제도 개편까지 잇따르며 기업 경영에 타격을 받았다며 대폭 인상 결사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우선 노동계는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10.9%, 2020년 2.9%, 2021년 1.5% 순으로 빠르게 낮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한 올해 1%대 인상률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노동계는 다가오는 심의에서 2020~2021년 인상률을 지난해 보다 높게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만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등에 있어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해 긴밀한 공조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그동안 (최저임금 심의의 키를 쥔) 공익위원들에게 노동자들이 끌려가는 모양새였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대 노총이 새로운 접근 방식을 논의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은 지난해 7월에도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 대선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을 노동 분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같은 달 민주노총 부산본부도 "경영계는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직면했다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거나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기는 분위기다. 직장인들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최소 최저임금이 1만원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달 나가는 고정 생활비를 제외하면 저축할 돈도 없다는 게 대다수 직장인들의 하소연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현태(36, 가명) 씨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2030 세대들에게 민감한 문제"라며 "직장만 다녀선 돈을 모을 수도 없고, 비정규직 같은 경우 월급 180만 원도 못 번다. 월급이라도 많이 줘야 살아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계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 동결·인하 주장들에 대해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소득주도 성장 방향에서 볼 때 최저임금 인상은 경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 기업 활성화 → 신용도 향상이라는 경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임금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방식에 근거해 최저임금 논의를 바꿔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 정부 초기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전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도 지난해 5월 ‘소득 주도 성장, 3년의 성과와 2년의 과제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효과는 미미했다”면서 “저임금 노동자 중심으로 소득 개선 효과가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경영계, “최저임금 인상으로 파산 위기다”

노동계와 달리 경영계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손실이 컸기에 최저임금 인상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게 되면 많은 기업이 도산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최근 수년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등 사업주 지불능력이 최저임금을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2018~2020년 3년 누적 인상률이 32.8%에 달한다는 점, 코로나19 확산 지속을 근거로 올해는 동결 또는 낮은 수준의 인상 결정을 바라고 있다.

이태희(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정부 지원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최저임금 심의에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최저임금은 지난 3년간 30% 넘게 올라 이미 현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장기간 경제 불황 속에서 향후 기업들의 지급능력과 경제 상황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의 법적·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편의점주협의회도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하로 사업 지속의 희망과 여력이 생기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편의점주협의회도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편의점들의 지급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최저임금 계산 시 주휴수당 시간을 포함토록 한 산정 방식 폐지, 최저임금의 업종별·규모별 차등 적용 등을 촉구했다.

편의점주협의회는 "점주들은 최저임금을 주지 못해 범법자가 되거나 폐업을 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위기를 반영하고, 자영업자가 근로자와 공존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인하, 최저임금의 업종별·규모별 차등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형 유통 업체인 코스트코는 이번 달부터 최저임금을 시간당 16달러로 올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젤리넥 CEO의 업계 최고 대우로 이직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거 경영계는 낮은 최저임금으로 많은 수혜를 봤다. 이젠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경영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정도의 최저임금이 지급돼야 한다. 동시에 경영자들의 고충도 반영된 임금 안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의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심의를 요청하는 법정 기한은 3월31일 까지다. 3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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