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비정규직 40% 실직... 급여 정규직 절반 수준
대기업 역대급 실적에 성과급 선심... 비정규직과 공생 생각할 때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비정규직은 실직과 급여 감소 등 생계 자체에 위협을 받는 반면, 대기업들은 역대급 실적으로 성과급 나눠주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전국의 만 19∼55세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노동 현실을 조사했다.

조사 기간 정규직의 실직 경험률(3.5%→4.2%)은 대동소이했다. 반면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률(8.5%→36.8%)은 고공 상승했다.

지난해 1월 이후 일자리를 잃고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노동자는 77.3%에 달했다. 비자발적 휴직을 경험한 응답자 209명 중 59.3%는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휴업수당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55.3%로 정규직(17.5%)의 3배를 넘었다. 같은 응답을 한 사람 중 월급 150만원 미만 노동자의 비율이 61.7%에 달했다.

정부가 프리랜서·특수고용노동자 등 고용보험 바깥의 노동자 대책으로 내놓은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대상자 가운데 9.5%에게만 지급됐다.

코로나19 여파는 사상 처음으로 임금 근로자의 수도 감소시켰다. 특히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의 일자리 감소폭이 더 컸다.

지난해 10월2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8월 임금근로자는 2044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만3000명 감소했다.

임금근로자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각각 1302만 명(63.7%)과 742만6000명(36.3%)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만8000명(0.4%), 5만5000명(0.7%)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시장 충격으로 비정규직이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업종에서 비정규직 일자리 감소가 더욱 컸다. 숙박 및 음식점업(7만1000명), 제조업(6만9000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4만2000명), 교육서비스업(4만1000명)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비정규직의 평균 급여는 171만1000원으로 정규직(323만40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정규직이 6만9000원 증가한 반면 비정규직은 1만8000원 줄었다.

권두섭(직장갑질119) 대표는 "일을 하고 있든, 휴업·실업 상태이든 상관없이 소득이 줄어든 모든 노동자·소상공인에게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기존 소득의 70%(휴업수당 지원 기준)를 지원하는 가칭 '재난실업수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쪽박 차는데 대기업은 성과급 잔치

비정규직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생계 위협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대기업들은 역대급 실적에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36조원의 역대급 실적을 이끈 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주요 경영진에도 두둑한 보수를 지급했다.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2020년분 성과급 규모는 모두 3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부회장 등 등기이사 11명에게 지난해 보수 총액 337억 원을 지급했다. 이들에게 2019년 지급했던 보수 총액 179억 원의 2배 수준이다.

2019년에도 현 경영진에서 김 부회장은 2019년 보수로 34억5000만원을 받았다. 급여 13억7000만원 외에 상여금 19억6000만원, 복리후생 등 기타 근로소득 1억2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28억3000만원,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25억8000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임직원들에겐 연봉의 최대 50%에 달하는 성과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사업부별로 반도체부문이 연봉의 47%, IM부문과 CE부문은 연봉의 50%를 받았다. 생활가전사업부도 37%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SK하이닉스도 2020년분 초과이익분배금을 연봉의 20%(기본급의 400%)로 지급한다고 1월 28일 공지했다. SK텔레콤도 호실적에 따라 사내 복지 포인트 300만원을 성과급에 더해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LG전자의 키친어플라이언스 사업부(냉장고·식기세척기 등)와 리빙어플라이언스 사업부(세탁기·건조기·스타일러 등)는 각각 750%(기본급 기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에어솔루션 사업부(에어컨 등)는 600%의 성과급을 받았다.

키친어플라이언스 사업부와 리빙어플라이언스 사업부에 소속돼 연봉 8000만원을 받는 책임급 직원이라면 이번에 약 3000만원(세전)을 성과급으로 받게 된다.

LG전자의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의 TV와 AV(오디오·비디오)는 200%, 홈뷰티는 100%의 성과급을 받았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기본급의 최대 400%, 생명과학 부문은 300%, LG에너지솔루션은 245%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와 같은 양극화 심화에 대해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속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정규직 전환지원금과 세액공제 등의 재정지원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직고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정규직 전환 정책을 넘어서 비정규직에 대한 추가적 안전망을 만들어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희(고려대 노동연구소) 교수는 “비정규직은 위기 상황에서 소위 파리 목숨이라 불릴 정도로 위기 상황에 취약하다”며 “정규직 전환의 민간기업 확산과 더불어 우리사회의 소득·고용안전망이 가진 사각지대를 빨리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