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가격인상해도 국내 매출 상승, 기부는 외국에... 한국 호갱 취급
‘명품병’에 2020 국내 명품시장 고공성장... 소비자 인식 개선 필요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출처= 뉴시스]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출처= 뉴시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도 명품 매장은 호황불패 중이다. 고가 명품 매장에선 평일에도 오픈 전 대기자들이 몰리는 ‘오픈런’ 현상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명품답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수천억 원의 돈을 벌어가지만, 기부 등 사회적 책임엔 인색하다.

돈은 한국에서 벌고, 기부는 중국에

해외명품업체들의 기부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선 기부를 꺼리면서 세계 주요 명품 소비시장인 중국에선 기꺼이 기부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직후인 지난해 1월 말 루이비통과 불가리 등을 거느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은 중국 적십자에 230만 달러(약 28억 원)를, 구찌와 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케링(Kering) 그룹도 110만 달러(13억 원)를 기부했다.

에르메스는 중국 자선단체 쑹칭링기금회에 71만 달러(9억 원)를,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과 에스티로더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13조2900억 원으로 세계 8위다. 지난해에도 같은 순위다. 시장 성장률로 따지면 인도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4번째로 높다.

명품 업계가 한국 시장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국가적 위기엔 기부에 인색함을 드러냈다. 일부에선 이런 명품기업들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한국 시장에서 벌어가는 액수에 비해 사회적 책임은 나 몰라라 하고 있어서다.

이은희(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명품'이라는 가치에 걸맞게 기부금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묻지마 명품 사랑’ 등 명품업체 갑질 부추겨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가 국내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면서 명품업체들은 수시로 가격인상을 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명품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를 무시해도 소비자들의 명품 사랑은 오히려 증가 추세다. 명품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역차별 해도 명품 소비자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명품들은 수십만~수백만 원을 올려도 오히려 수요가 더 증가하는 이상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명품 업체 호갱이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명품'에만 집착하는 소비자들은 경제 불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명품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우습게 보는 이유가 다 있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맹목적 집착과 미비한 국내 규정은 이들의 갑질을 더 부추기고 있다. 소비자들 스스로가 명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글로벌 '호갱'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명품업체들의 배짱 영업의 또 다른 이유는 명품업체에 국내 백화점의 매출이 결정되는 현실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백화점은 명품 브랜드와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다. 백화점 전체 이미지와 매출을 명품 브랜드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실제 '3대 명품 브랜드'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가 입점한 백화점 매출은 다른 매장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경기불황에서 백화점을 살린 것도 명품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내 대다수 상품군이 역 성장한 가운데 명품 매출은 오히려 15.1% 증가했다.

3대 명품이 입점한 백화점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년 대비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안승호(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의 국내 위상은 경쟁이 덜하기 때문"이라며 “유통업계가 해외의 새로운 명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해서 제조업체 사이의 경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요가 분산되고, 여러 브랜드가 경쟁하면 특정 명품에 대한 충성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고객들이 해외명품품을 고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고객들이 해외명품품을 고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코로나19도 울고 갈 명품업체 고공성장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에르메스부터 루이비통, 프라다, 디올까지 모두 가격을 인상했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는 이달 중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는 내달 일부 품목 가격을 올린다.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명품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격 상승에도 수요가 늘어나니 샤넬과 LVMH, 에르메스(Hermes) 등 주요 럭셔리 브랜드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계속 상승세다.

지난해 3분기 루이비통 브랜드를 소유한 LVMH의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2% 늘었다. 에르메스의 매출도 6.9% 늘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는 그들과 무관했다. 명품의 가격 인상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은 지난해 명품 시장에서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28.2%)과 신세계백화점(25.3%), 롯데백화점(21.0%) 모두 20%대 성장을 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해외여행 취소 등에 따른 보상심리가 명품 구매로 몰리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주식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이 늘어난 이들의 명품 구매가 늘어난 영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 소비층인 'MZ세대'의 명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호황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욜로(YOLO) 트렌드와 과시 소비를 뜻하는 플렉스(Flex) 문화가 MZ세대의 명품 소비로 이어졌다.

김선제(성결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에 해외여행 금지, 바깥 활동 자제로 돈을 쓰지 않으면서 금전적 여유가 생긴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며 “잦은 가격 인상에 미리 제품을 사두려는 수요와 고가에 다시 되팔기 위한 리셀러들 까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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