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효성- kcc-금호-한진 등 가족간 경영권 분쟁에 회사 두 동강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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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업의 핵심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이다.  한국 기업은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 때문에 저평가되고 있다. 재벌로 통칭되는 기업 오너들이 지분보다 많은 권한을 행사한다. 자녀에게 지분을 승계하면 회석된다.  지분이 낮어졌으도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온갖 편법이 동원된다. 삼성ㆍSK 등에서 발생한 문제 대부분이 승계 과정에서 발생했다. 학계는 해외 선진국처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 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정뉴스>는 소유와 경영 분리를 전제로 한 한국 기업문제를 분석한다.

 

 

최근 재벌들의 경영승계는 1, 2세대 시대를 지나 3, 4세로 이어지고 있다. 1, 2세대 간 경영승계는 자식에게 불려주는 부자경영이 대세였다. 반면 3, 4세 경영승계에선 형제경영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효성그룹은 지난 4일 조현준 회장의 동생인 조현상 총괄사장의 부회장 승진을 담은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효성그룹은 형제 공동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조 부회장은 차남 조현문 변호사가 일으킨 '형제의 난' 가운데 승계구도에서 장남인 조 회장과 함께 투톱 체제를 이뤄왔다.

효성그룹은 이미 조홍제 선대 회장이 장남인 조 명예회장과 차남 조양래 회장, 3남 조욱래 회장에게 각각 효성물산, 한국타이어, 대전피혁 등을 계열 분리했다. 형제경영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이후 2018년 6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에도 조 회장과 조 부회장 형제는 각각 ㈜효성 지분 21.94%, 21.42%를 나누며 공동경영 체제를 만들었다. 두 형제는 다른 자회사 지분도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다.

KCC그룹도 정상영 명예회장이 지난달 30일 별세한 이후 계열분리를 통해 본격적으로 형제의 독립경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삼형제가 지난해 말 계열분리를 마무리 지어 경영권 분쟁 소지가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KCC그룹은 장남 정몽진 회장이 KCC를, 둘째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를, 막내 정몽열 회장이 KCC건설을 각각 경영하고 있다.

정몽진 회장과 정몽익 회장을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는 2019년부터 본격화됐다. 2019년 7월 KCC가 KCC글라스로 인적분할을 결정했고, 지난해 1월 신설법인 KCC글라스가 출범했다. KCC 대표이사를 맡아온 정몽익 회장이 대표이사 사임 후 KCC글라스를 맡게 됐다.

정몽열 회장은 2005년부터 KCC건설을 독자 경영해왔다. 정몽열 회장은 2016년 故 정상영 명예회장으로부터 KCC건설 보유 지분 전량을 증여받았다.

장점도 있지만, 형제경영 등 가족경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표면화 된 사건이 금호家의 경영권 분쟁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은 박찬구 회장 일가와 박철완 상무의 대립 구도로 일명 ‘조카의 난’으로 불린다.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은 금호그룹의 형제경영부터 살펴봐야 한다. 금호그룹은 과거 형제경영의 모범 사례였다. 창업주인 故 박인천 회장의 장남 故박성용 명예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은 이후 동생들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기는 형제경영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어 둘째 故 박정구 회장, 셋째 박삼구 회장까지 순탄하게 승계가 이뤄졌다. 하지만 2009년 박삼구 회장과 넷째 박찬구 회장이 ‘형제의 난’을 벌였다. 금호가(家)의 형제경영은 2015년 박찬구 회장이 석유·화학 사업을 가지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분리하며 끝났다.

박찬구 회장과 박 상무의 갈등이 깊어진 건 지난해 7월 단행된 그룹 인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는 승진했는데, 박 상무는 승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상무 입장에선 부친이 일찍 작고한 후 경영수업도 받지 못하고, 삼촌들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수도 있다. 금호석화의 최대주주이지만, 경영엔 관여하지 못해 불만이 쌓여왔을 것이란 해석이다.

전문경영 성공사례, ‘KT&G-유한양행’

 

전문경영인 체제의 모범을 보인 유한양행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
전문경영인 체제의 모범을 보인 유한양행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 사회가 더 윤택해지게 하고,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삼성그룹이 4세 경영은 없다고 공식화한 셈이다.

이 부회장이 공언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춘 대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 그 와중에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지난해 KT&G의 창사 이후 최대 실적 배경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선진화된 지배 구조가 있다는 평이다.

KT&G는 2003년 한국 기업 최초로 ‘KT&G 기업 지배 구조 헌장’을 선포하면서 현재까지 이사회 중심의 지배 구조를 확립했다. 사외이사들은 선출 시 전문성을 가장 핵심에 둬 법조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현재 KT&G는 ‘독립된 이사회’를 이사회 운영의 근간으로 삼아 사외이사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지배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한다.

이사회 구성도 사외이사가 다수를 차지한다. 현재 KT&G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사외이사는 5명이다. 비율은 약 71%에 달한다.

KT&G의 사외이사는 최적의 의사 결정을 위해 회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자료 요구권을 갖고 있다.

올해로 설립 95년을 맞이한 유한양행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국내 대표적 기업이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故 유일한 전 회장이 1969년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반세기 넘게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라는 유일한 박사의 신념대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했다.

지난해 11월26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경영체제는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모범으로 평가 받는다. 최대주주는 유한재단(15.4%)으로 전문경영인들의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높은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현재 1천500여명의 임직원 중 유 박사의 친인척은 한 명도 없다. 회사 관계자는 “전 직원들은 누구나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어 생산성 향상의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회사는 성장보다 안정을 추구한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이정희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된 2015년 이후 유한양행은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가며 제약업계 선두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최근 2년 간 5건의 기술수출을 통해 계약금과 기술료로만 1천700여억 원을 벌어들였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늘리고, 다각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로 혁신적인 신약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 발굴을 통해 지속성장의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한양행은 평균 근속연수 11년 2개월로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 중 가장 길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으로 임직원 중심 경영을 펼쳐 고용 안정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문 경영인 체제에도 문제점도 많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대한전선이다. 50년 흑자기업이던 대한전선은 창업자 고(故)설경동 회장에 이어 경영권을 승계했던 설원랑 전 회장이 2002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전문경영인 임종욱 전 대표 겸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다.  실권을 쥔 임 전 대표는 회사의 발전보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데 몰두했다. 회사는 파산하고 배임ㆍ횡령으로 감옥에 갇힌다.    전문 경영인 한 사람이 회사를 어디까지 망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대한전선 문제를 계기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선진 지배구조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얻고 있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한국증권경제연구소 소장)은 "전문 경영인의 대부분이 단기 성과 위주로 경영을 한다.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다"면서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기 위해서는 이를 견제하는 구조가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도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투자 성과나 운영 절차를 제대로 따져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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