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에 맛있고, 조리도 간편한 음식을 우리는 ‘패스트푸드’라고 부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건강을 위해 패스트푸드를 줄이라고 경고했다. 패스트 패션도 마찬가지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저렴하게 유통시키는 패스트 패션은 2000년대 중반부터 자라, 유니클로, 포에버 21 등 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제조 과정에서 남용된 화학제품이 지구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사진출처 -빈폴
사진출처 -빈폴

 

한 철 입고 버린다는 특성상 대규모로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 의류에 대한 환경 책임론이 부상하자 글로벌 패션 업계는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패션에 앞장서고 있다. ‘프라다’(PRADA)는 2020 F/W 여성복 컬렉션에서 플라스틱에서 얻은 재생 섬유로 만든 소재를 접목시킨 패션을 선보였으며,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는 2021년 S/S 컬렉션에서 패브릭의 무려 93.5%를 지속 가능한 소재를 활용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페이크퍼, 자연분해가 가능한 천연소재나 신소재를 활용한 상품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과는 다르게 일각에서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 활성화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이 대세가 되면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패션 업계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면서도 소비자들의 소비를 장려해야 한다는 모순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전 세계 명품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중국인들, 그 중에서도 젊은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패션의 핵심 소비자가 아니라는 점도 발목을 붙잡았다. 명품 전문매체 ‘징데일리’(Jing Daily)가 지난해 11월 R.I.S.E. Lab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속 가능한 패션의 중국 소비자’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기후 변화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제품을 구매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으나 모든 응답자 중 29%만 실제로 지속 가능한 패션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않은 90년대 이후 또는 00년대에 태어난 젊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비싼 가격의 지속 가능한 패션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글로벌 패션 업계는 중국 패션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상품을 흥행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산업 사슬의 본거지인 중국 시장을 잡아야 패스트 패션의 환경 오염 문제를 결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브런치
사진출처 -브런치

 

팬데믹이 전환점이 될 2021년 봄·여름 패션 트렌드는 직장과 집을 무리 없이 잇는 편안한 케쥬얼 웨어가 대세를 이루며 예년과 달리 모던하고 심플한 클래식 무드가 디자인의 큰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에 패션기업들은 앞다투어 소비자에게 보다 더 편안하고 활용도 높은 디자인과 유행을 타지 않는 시즌리스 아이템으로 라인을 갖추고 있다. 당분간 계속될 재택 병행 근무에 따라 편안한 STAY HOME STYLE(집콕패션)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춰 캐주얼 상하복 등 데일리 홈웨어는 소프트한 컬러감의 릴렉스 셔츠와 편안한 핏 감이 편안한 팬츠로 디자인의 큰 방향을 정했다.

또한, 직장인의 출근복인 수트의 경우 유행과 계절을 타지 않는 편안하고 실용적인 수트를 베이스로 부드럽고 가벼운 소재와 클래식한 컬러감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산뜻한 컬러로 재해석된 블라우스, 원피스 아이템에 클래식과 레트로 무드를 모던함으로 적용한 제품들도 출시되어 지고 있다. 한편, 해외나 국내 먼 곳으로 여행이나 이동이 어려운 가운데 집, 동네, 직장 등 일상 속에서 쉽게 착용할 수 있게 불필요하고 복잡한 디테일은 과감하게 배제시킨 심플하고 현대적인 스타일이 가미된 제품들도 선보인다. 올해도 직장과 재택을 병행하는 시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패션의 추세에 맞춰 편안하고 지루하지 않는 패션이 강세를 나타나며, 소비자 접점 채널 역시 온라인의 성공적 안착을 기반으로 온-오프 믹스 전략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펼칠 것이다.

패션디자이너 제니안은 구찌오구찌의 에스페리언자와 폴란티노ㆍ라프시몬스 디자이너이자 구찌오구찌의 에스페리언쟈 부사장을 맡고 있는 패션 전문가다.
패션디자이너 제니안은 구찌오구찌의 에스페리언자와 폴란티노ㆍ라프시몬스 디자이너이자 구찌오구찌의 에스페리언쟈 부사장을 맡고 있는 패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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