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 '역학조사' 아냐"
"시설현황 중 일부 제출한 것도 '자발적 협조'에 해당"
'평화의 궁전' 등 교회 자금횡령 및 업무방해 '유죄'
이만희 측 "유죄 부분, 항소해 다시 법 심판 받겠다"

[사진=뉴시스]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중부일보 제공)
[사진=뉴시스]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중부일보 제공)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급격하게 확산된 계기로 지목됐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와 관련해 기소됐던 이만희 총회장의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이 '역학조사 방해'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횡령 및 업무방해 등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부장판사 김미경)는 13일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방역당국이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다"며 "자료 수집 단계에 일부가 누락됐다고 해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2월 신천지 교인들의 코로나19 확진과 확산이 확인된 이후 신천지 이 총회장이 간부들과 공모해 방역당국에 시설현황과 교인명단을 누락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출해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했다. 

또 이 총회장은 '평화의 궁전'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50억여원의 교회 자금을 가져다 쓰는 등 56억원을 횡령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9일 결심공판에서 이 총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위법행위로 인해 방역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어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반사회적인 활동도 서슴지 않으며 공권력을 무시하고 방역을 방해해 죄질이 중하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이 총회장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등 혐의 중 역학조사를 방해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모두 무죄로 인정했다.

한편, 경기 가평군에 신천지 연수원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신천지 자금을 횡령한 혐의와 수원 월드컵경기장 등 공용시설을 지자체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종교행사를 진행한 혐의 등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신천지에 제출을 요구한 것은 감염병 환자 등의 인적사항이나 발병장소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감염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신천지 시설과 교인명단을 요구한 것"이라며 "이는 역학조사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이 신천지 측에 보낸 공문이 감염병예방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설문조사, 면접조사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에서는 역학조사의 방법으로 인적사항, 발병일, 발병장소, 감염원인, 감염경로, 환자의 진료기록 및 그 외 감염병 원인 규명과 관련된 사항을 내용에 대해 설문조사, 면접조사, 인체나 환경 또는 매개 곤충이나 동무르이 검체채취 및 시험, 의료기록 조사 및 의사 면접을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시설과 교인명단은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 역학조사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로서 자료수집에 해당한다"며 "방대본 역시 공문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정보 제공을 요청한다'고 썼다"는 점에서 무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역학조사를 위한 자료수집도 역학조사에 포함된다'고 반론을 펼쳤으나,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범위를 확장해 해석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무죄 선고에 대해 "시설현황 제출 요구는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 단서에 의해 행정기관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법령에 규정이 없더라도 자발적 협조를 얻어 실시할 수 있다"고 무죄 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시설현황 중 일부만 제출했더라도 행정조사에 자발적으로 협조에 응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제출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에 대해 공무원 직무를 방해하는 위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방대본 공문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시설 종류와 제출 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은 점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측역시 모든 시설현황을 제출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전달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중수본, 방대본 공무원들도 지난해 2월24일 민정실장실과의 협의 이후 신천지 측이 자료 제출에 적극 협조했고, 방역당국 요청에 최대한 신속히 정리해 제공했다고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또 정보 누락과 변경 등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구체적 지시에 대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총회장의 업무상 횡령,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위반(횡령) 혐의와 관련해서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천지 지파 관리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 "신천지 규약 등에 의하면 개인에 대한 찬조금 전달은 금지되며 찬조금 등 모든 재산은 신천지 선교재산이 된다고 규정돼 있다"며 "교인들이 피고인 개인을 후원하기 위해 지급한 돈으로 알고 있었다는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유죄 사유를 밝혔다.

평화의 궁전 관련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신천지 돈으로 취득한 부지와 건물에 대해 피고인과 A(전 세계여성평화그룹 대표) 명의로 각 2분 1 지분씩 소유권등기를 했다"며 "즉 자신의 부동산 취득을 위해 신천지 자금을 사용한 것이므로 그 부동산의 용도와 관계 없이 신천지 자금을 횡령하였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평화의 궁전 용도를 보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전입신고를 하고 1달에 최소 10일 이상 실제 거주하였던 점, 이에 반해 신천지 행사는 연 평균 10회도 열리지 않았던 점을 보면 신천지 연수원이라기보다 피고인이 거주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9월 3일 시작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약 4개월여 동안 공판준비기일 3차례, 공판기일 15차례 등 총 18차례에 걸쳐 재판이 진행됐다.

이 총회장은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10여 분 전 휠체어를 탄 채 법원에 도착해 재판에 참석했다.

선고공판이 끝난 뒤 이 총회장 변호인 측은 재판 결과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재판부의 무죄선고에 "재판부 판단을 환영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횡령 등에 대해 죄를 인정한 것에 대해선 깊은 유감"이라며 "무죄가 선고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다시 한번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항소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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