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환경-의료’ 다양한 분야 사회 기여...조중훈-양호-원태 3대 경영승계
대표 물류기업 특기 살려 ‘농산물-기부’ 등에서 탁월한 성과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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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총 규모는 1조 7145억 원으로, 기업 당 평균 약 306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 사회공헌 백서’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이 전체 매출액 대비 차지하는 비율은 0.18%로 조사됐다. 매출액 기준 상위 30대 기업의 사회공헌 평균은 0.29%로 100대기업보다 소폭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는 지금 사회적 책임 시대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0년 SR규정을 제정하면서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성과 중심주의를 넘어 공정이나 사회적 기여 등의 가치를 구현해야 하는 세상이 이미 활짝 열렸다. [공정뉴스]는 국내 대기업의 사회공헌 현황과 비전에 대해 살펴본다.

한진그룹(韓進集團, Hanjin Group)은 1945년 11월 1일 설립된 운송(물류ㆍ항공ㆍ해운)전문 기업이다.  한진상사가 모태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의 화물수송을 시작으로 본격 운송업을 한다. 베트남 전쟁(55.11.1.-75.4.1)은 기회가 된다.  1966년 국내 군수 물자 수송과 현지 수송 사업으로 급성장한다. 1969년 당시 공기업인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대한항공을 설립한다. 70년 한진으로 상호를 변경한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비롯해 대한항공, 한진 등 국내 29개, 해외 17개 등 총 46개사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20년 기준 총자산은 31조 7000억 원이다.  재계서열 13위.

한진그룹은 후진국형 경영 형태에 문제라는 지적이다. 창업주 조중훈(1세대)→조양호(2세대)→조원태(3세대)로 경영 승계됐다. 비자금ㆍ갑질에 이어 밀수ㆍ조세포탈 등 오너 일가와 관련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현재도 진행형이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에 경영권 분쟁 중이다.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moral hazard)가 연이어 발생했는데도 개선되지 않는 것은 조씨 일가의 전횡을 막을 견제 장치가 없기 때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에 이어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발단이 됐다. 조 전무의 진에어 불법 등기이사 등재, 이명희(母)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호텔 공사직원 폭행, 이명희ㆍ조현아ㆍ조현민 모녀의 명품 밀반입 혐의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검찰의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그때마다 솜방망이 처벌로 법망을 피했다. 이전 조원태 회장도  과거 인하대 부정편입, 교통경찰 뺑소니(2000년), 노인폭행(2005년), 시위 시민단체 관계자에 욕설(2012년)등 사건이 있었다. 

한진그룹의 문제는 대부분 오너 리스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한진해운을 지원한 것이 발단이 됐다.  2006년 조양호 회장의 친동생인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부인 최은영 회장이 대타로 경영일선에 나선다. 해운업 침체의 높은 파고가 겹쳐 부실화된다.  대한항공은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한다.  대한항공과 계열사들은 한진해운에 1조원을 지원했다. 불과 2년 만에 부채(847.77%)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경영에서 손을 뗀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고집하다가 실기한 것이다.

한진그룹은 위기의 연속이다. 최근 한진그룹이 남매 경영체계를 본격화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항공사업을, 조현민 한진 부사장은 물류사업을 맡았다.  각자의 영역을 분리했다. 작년 말 조 부사장을 마케팅 총괄 전무에서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수를 지원하는 대신 오너가의 항공 계열사 경영 배제를 요구했다. 조 부사장은 이전에 한진칼 전무와 토파스여행정보 부사장직을 맡았다.  조 회장은 산은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 부사장을 항공 계열사에서 손을 떼게 하는 대신 물류산업을 담당하는 한진으로 자리를 옮기게 한 것으로 보인다. KCGI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조 부사장 달래기용 인사라는 추측도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결탁할 경우 경영권 방어가 위태롭기 때문.  조 부사장은 한진칼 지분 6.47%를 갖고 있다.

재계는 한진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는 '소유와 경영'분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호텔체인 4위인 힐튼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 콘래드 힐튼(1887-1979)은 콘래드힐튼재단에 전 재산을 증여한다. 배런 힐튼은 유언장 소송을 제기했고 재단이 350만주를, 배런 힐튼이 설립, 관리하는 재단이 600만주를 귀속한다고 합의가 성립된다. 그로부터 28년후인 2007년 배런힐튼은 힐튼재단과 자신의 재단과 합병시키는 형식으로 전 재산 97%를 출연한다. 힐튼호텔은 힐튼 패밀리와 관계없이 전문경영인이 경영한다. 2007년 힐튼호텔은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인수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인 빌 게이츠도 세 자녀에계 각각 1000만 달러씩만 물러주고 나머지인 99.96%의 재산을 모두 재단에 환원했다. 자녀들이 받는 1000만 달러는 평생 걱정없이 자유롭게 살수 있는 돈이다. 그 이상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데 짐이라고 생각했다. 

유한양행의 창업주 유일한 창업주는 1970년 유한재단을 설립하고 유한공고와 유한공업전문대학을 운영한다. 71년 별세 전 아들 유일선 변호사의 딸의 학자금으로 쓰일 1만 달러를 제외한 전 재산을 교육사업에 기부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진그룹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기 전에 소유와 경영 분리가 필요해 보인다. 한진의 모든 위기가 오너 리스크에서 비롯됐다. 경영일선에 오너를 비롯해 오너 일가가 나섰지만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유명무실하다. 견제 장치가 없다보니 회사 안팎에서는 오너 일가의 갑질이 만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유와 경영 분리를 통해 한진가에서 문제가 되는 1인 독단적 경영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 결국 기업구조가 개방돼 투명해질 수 있다.

한진의 창업정신 

“기업의 이윤은 그것을 가능케 한 사회에 반드시 환원돼야 한다.”.

이는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창업정신이다. 조양호 회장도 “세상을 향해 먼저 많이 베풀수록 세상도 우리를 더욱 찾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현 회장도 "대한항공의 강점을 살린 CSR 활동과 우리문화 알리기 활동을 더욱 활발히 추진해 국가 브랜드 향상에도 더욱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한진그룹은 창업주 때부터 현 경영인까지 말로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욌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면서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오너 일가에 독단적 경영행태와는 달리 기업 내부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하다.

한진그룹은 수송물류 전문그룹의 특성을 살려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인명구조를 위한 특별기나 헬기를 통해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구호품과 운송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법인인 정석인하학원과 사내 기술대학인 정석대학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교류 증진과 우호관계 유지 발전을 위해 해외장학생을 선발해 교육하는 한편, 해외연구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수인재 양성 및 국가 학문 발전을 위해 숨은 인재와 업적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학술 사업 및 장학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환경보호에 책임을 다하는 기업문화 구축했다. 기업경영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환경과 기업이 공생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환경영경체제, 환경사고 대응체계를 갖추고, 임직원 대상으로 지속적인 환경교육을 통해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1사 1산, 1하천 가꾸기 운동’, ‘그린키퍼 캠페인’, ‘꽃씨 나눠주기 행사’ 등을 통해 고객 및 지역주민과 함께 자연보호 활동, 나아가 정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한진그룹은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설립해 국내외 소외 계층에 대한 의료 지원과 재난지역에서의 의료봉사 등 의료복지 수준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미얀마, 라오스, 에티오피아 등 제3세계 의사들에겐 인하대병원에서의 연수 기회를 제공해 선진의료기술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하대병원과 인하대병원 의료봉사단은 몽골,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제3세계 국가에서 환자 진료와 현지 수술, 초청 수술 및 현지 의사들에게 선진 의료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동시에 약품 및 의료물품 기증, 보건교육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의료시설이나 의료인이 부족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도서지역 주민들을 위해 양질의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매년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가재난 및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의료진과 간호, 행정지원을 파견해 재해지역과 주민에 대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공헌 스케일이 글로벌급

대한항공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화해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로 CSR 활동을 넓히면서 국가 브랜드 재고에 나서고 있다.

우선 대한항공은 몽골과 중국 등에서 글로벌 플랜팅 프로젝트(Global Planting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2007년부터 13년 동안 중국 쿠부치 사막에 `대한항공 녹색생태원`을 조성하고, 매년 자사 임직원과 중국 현지 주민이 나서서 사막버드나무와 포플러나무 등을 심는다.

총 491만㎡ 규모의 대한항공 녹색 생태원엔 약 143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 생태원이 지역 사막화 방지뿐 아니라 황사를 막는 방사림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2010년부터 10년째 이어진 `꿈의 도서실`은 중국 향촌지역 학교에 도서실을 만들어 교육용 기기를 지원한다. 그럼으로써 책을 읽을 공간과 장서가 부족한 중국 어린이에게 보다 나은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이다.

대한항공 임직원은 26개 사내 봉사단을 통해 다양한 나눔 활동도 펼치고 있다. 봉사단원 수만 4000여명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사랑 나눔회‘는 부산지역 테크센터 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으로 2004년 결성돼 매년 국내와 해외 오지를 방문하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나눔 경영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그룹 주특기 ’물류‘ 사회공헌에 접목

한진 CSV팀의 목표는 하나다. 바로 “한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물류’를 기반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창출하고, 나아가 CSV의 핵심인 고객 가치를 실현하고자 더욱 노력하겠다”는 것.

한진의 지역특산물 CSV 프로젝트는 지역특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프로젝트다. 첫 번째 프로젝트 대상은 ‘함안수박’이다. ‘#식탁위수박’이라는 메인 테마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수박 소비 씬(Scene)을 창출’했다는 것이 한진 측의 소개다.

수박은 오프라인 구매 및 보관이 다소 어려운 대형 과일에 속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악화까지 겹쳐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한 바 있다. 한진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박을 특산물로 삼고 있는 함안군,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지역 농협과 손잡았다.

함안수박 판매를 위한 기프트카드를 제작하고, 카카오 선물하기 상품으로 등록해 소비자가 모바일을 통해 상품 구입 후 배송지만 입력하면 곧바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더불어 한진이 가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함안수박의 마케팅과 판매, 포장과 배송 등 물류를 도와 판매 증진에 도움을 줬다.

그 결과 함안수박은 카카오 선물하기 배송상품 베스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특히 한진의 함안수박 CSV 활동이 DFA 어워드(Design For Asia Awards)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분야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로 18회를 맞은 DFA 어워드는 홍콩 디자인센터(HKDC)가 주관하는 아시아 최고 권위의 디자인 어워드로 한진은 함안수박 CSV 활동을 함께 펼친 함안군, 함안군조합공동사업법인과 공동 수상했다.

한진 CSV팀은 “영세한 수박 농가의 위기극복 및 수익률 개선에 성공함과 동시에 한진은 농산물 관련 배송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사회문제 해결과 동시에 기존에 없던 유통‧물류 구조를 개척해 새로운 물량을 발생시킴으로써 수익을 창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진은 ‘물류와 기부의 만남’도 진행하고 있다. 투명한 기부문화 형성을 위해 한진이 선택한 사업은 기부 플랫폼 ‘잇다’다. 잇다는 피후원자가 필요한 물품과 사연을 작성하면 후원자가 해당 물품을 직접 구매해 기부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 플랫폼이다.

‘잇다’ 플랫폼은 기부단체와 연계해 피후원자의 사연 등록을 돕고, 후원자로 하여금 사연 확인과 기부 물품 구매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 물품 전달, 메시지 전송, 물품 수령 확인, 기부영수증 발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진택배는 실시간 배송 역량을 적극 활용해 가시성을 확보했다. ‘기부 One-stop 서비스’를 구축해 후원자로 하여금 기부 편의성과 투명성, 가시성 모두를 제공한다.

한진의 변화 예고

한진은 내외외환을 겪고 있다. 오너 리스크에서 시작된 기업 위기가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경쟁사인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통해 위기 탈출에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좋은 기업은 가장 능력 있는 경영자가 선임되고 경영에 있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게 하는 감시가 가능한 구조"라면서 "한진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소유와 경영 분리를 통해 기업 본연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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