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5인 미만 사업장' 처벌 대상 제외 최대 쟁점
경제계 "그저 참담… 가혹한 처벌 부과 위헌적인 법"
5인미만 사업장 전체의 80% 차지… '실효성' 논란
"쪼개기 5인미만·50인 미만 사업장 속출 할 것"
'대표이사 또는 안전이사' 처벌… '책임전가' 우려

[사진=뉴시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대상에서 빠진 중대재해법 법률안이 통과되자 회의장 밖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대상에서 빠진 중대재해법 법률안이 통과되자 회의장 밖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노동계와 경제계 양 측 모두가 법제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재적 266석, 찬성 164명, 반대 44명, 기권 58명으로 중대재해법 제정을 의결했다. 중대재해법을 당론 1호로 내세운 정의당은 동의할 수 없다며 끝내 표결에 기권했다.

중대재해법은 20대 국회때 발의 됐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다가 이번 21대 국회에서 정의당 당론 발의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공감하며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안심사 과정에서 처벌 대상과 수위가 줄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노동계에서는 법안심사소위 과정에서 5인 미만 사업장 처벌대상 제외 등 처벌 수위와 대상이 원안보다 축소돼 실효성이 없다며 개정 투쟁을 예고했다. 반면 경제계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처벌수위에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합리적인 개정을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기업을 빼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조치 부실로 노동자가 일하다 숨지는 중대재해에 대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우선시해 처벌 하는 법으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징역 1년 이상, 벌금 10억 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벌금의 하한선도 없앴다.

특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눠 다룬다.

중대산업재해는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1명 이상 사망한 사고를 의미한다. 중대시민재해는 제조물이나 공중이용시설 등의 이용자가 사망할 경우를 의미한다.

여야 합의안은 정부안을 대부분 수용하고 강의미 정의당 의원이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안 보다는 처벌대상은 줄이고, 처벌 수위도 대폭 낮췄다.

우선 중대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제외했다.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상시근로자 10인 이하의 소상공인과 PC방, 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 바닥 면적 기준 1000㎡ 미만의 업소는 제외됐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의 반발을 받아들인 결과다. 

사망사고가 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강 의원이 낸 '3년 이상 징역'이나 박 의원의 '2년 이상 징역'보다 하한을 낮췄고, 벌금의 하한선도 없앴다. 법인의 경우 5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법인의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역시 정부 의견을 받아들여 '최대 5배'로 정해졌다. 이 역시 강은미 안(최저 3배~최대 10배), 박주민 안(최저 5배)보다 후퇴한 내용이다.

논란이 됐던 처벌 대상 역시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 이사'로 명기해 대표이사는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둘 중 한 명만 처벌해 실질적 대표는 책임을 전가하고 처벌을 피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유예기간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공포일로부터 3년 뒤 시행, 다른 사업장은 모두 공포 후 1년 뒤 시행하기로 했다. 규모별 유예기간 차등이 아예 없었던 강은미 의원안보다는 후퇴했지만 50인 미만, 50~100인 등 사업장 규모별 차등을 두었던 정부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장 논란인 조항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 제외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80%, 사망 사고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망 사고의 30%까지 보는 견해도 있다.

더욱이 전체 사업장의 99%인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동안 적용이 유예되고사고가 반복되는 기업을 처벌하기 위한 인과관계 추정 조항과 공무원 처벌 특례규정도 과잉입법이라며 삭제됐다.

중대재해 사고 발새에는 재발방지를 위해 반복사고 기업과 인허가 또는 관리감독 공무원원의 책임소재를 따져야 함에도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법제정 취지가 무색할만큼 내년 노동자의 죽음에 중대재해법에 적용돼 처벌받는 사업장의 범위는 전체 사업장의 단 1%에 불과하고, 대표는 빠져나갈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발의자인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표결 전 의사진행발언에서 "부족하고 허점투성이 법안이 제출돼 대단히 유감"이라며 "이 법안에는 경영 책임자가 면책될 수 있는 조항이 만들어지고, 중대산업재해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로 또 다른 차별이 기정사실화 되는 등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또 제정촉구를 위해 5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던 김종철 대표도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를 끝내 져버린 중소벤처기업부와 박영선 장관에게 끝끝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달 11일 단식농성에 돌입한지 29일만이 이날 단식농성 해단식을 가졌다. 단식농성을 함께 해온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故)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 등 산업재해 유가족들도 해단식을 함께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법사위 회의장에서도 "중대재해법 제정 청원을 냈는데 왜 청원자의 의견은 들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다가 제지당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했다.

 일단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을 '실효성 없는 법'으로 규정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점, 50인 미만 사업장에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처벌 수위를 낮춘 점 등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각각 성명을 내고 "노동자 목숨값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법개정 투쟁 의지를 내비쳤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여야가 합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를 적용 제외해 노동자의 목숨값을 차별하는 위험의 차별화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며 "법안의 근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온전한 법안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오전 중대재해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앞서 한국노총과 산업재해예방 단체들은  "5인 미만 사업장 300만명 노동자는 죽어도 괜찮다고 공인해준 것"이라고 항의했다.

민주노총도 별도의 성명에서 민주노총은 "오늘 제정된 법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흔쾌히 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또 다른 편법과 꼼수를 통해 중대재해를 유발한 자들이 법의 그물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실을 무시한 법 제정으로 법을 빠져나가기 위해 사업장을 쪼개 가짜 50인 미만,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속출할 것"이라며 "중대재해 피해자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실질적 처벌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제계는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기업 경영 환경에 부담이 막중해지며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며 법 시행 이전에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차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세계 최대의 가혹한 처벌을 부과하는 위헌적 법이 제정된 데 대해 경영계로서는 그저 참담하다"고 밝혔다.

경총은 "우리나라의 산업 수준과 산업 구조로는 감당해낼 수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안전·환경 규제가 가해진다면 우리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고용과 투자 등 실물경제 기반도 약화되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이라며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지 1년여 밖에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원인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숙고 없이 기업과 경영진에게만 책임과 처벌을 지웠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경제계가 각각 반발에 나서고, 심지어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껍데기 법안'이라거나 '누더기 법'이라고 비판받고 있어 중대재해법은 시행전부터 허점많은 법안 논란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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