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주주 '국민연금' 반대의결 했지만 '유상증자' 통과
인수자금 2조5천억 마련 목적… 2억5천만주→7억주
'한진칼 3자 배정 가처분' 기각 이후 또 한고비 넘어
저비용 항공 재편… 통합LCC, 제주, 티웨이 3자 구도

[사진=뉴시스] 2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등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
[사진=뉴시스] 2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등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막바지 고비로 여겨졌던 유상증자를 위한 정관변경안이 6일 오전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됨으로써 두 항공사 합병이 목전에 다다랐다.

대한항공은 3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 위해서 정관에 규정된 주식 총수 한도를 반드시 늘려야만 했다.

이날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는 발행 주식을 기존 2억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유상증자 정관 일부개정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앞서 대한항공 지분 8.11%를 보유해 2대 주주격인 국민연금이 주총 전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 회의를 열고, 위원들간 치열한 공방끝에 '미비한 실사' 등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의결권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해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대하는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등 3자 연합은 대한항공 지분이 없어 이변이 없는 한 유증 통과는 무난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3자 연합은 한진칼 지분 45.23%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진칼이 이미 대한항공 정관 변경에 찬성하기로 결정해 이번 유증에 3자 연합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사항으로 주총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가결 조건이다.

이번 주총에는 의결권을 가진 주식 총 1억7532만466주 중 55.73%인 9772만2790주가 출석했으며, 이 중 찬성 69.98%로 정관 일부개정안 가결 조건이 충족됐다.

결국 국민연금 8.11%을 제외하고도 전체 주식의 50% 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당수의 소액주주들과 6.39%를 보유한 우리사주의 의결권이 유증에 찬성표를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한공은 이번 유증에 대한 주총 의결로 지난 KCGI 측의 한진칼 3자 배정 유증 결의에 대한 가처분 소송의 법원 기각에 이어 두 번째 큰 관문을 넘은 셈이다.

인수전에서 산업은행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고, 이 중 5000억원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투입하게 된다.

KCGI 펀드 등 3자연합은 산은의 한진칼 투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과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며 이를 반대해왔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18일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반발해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주총 5일 앞두고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이승련)는 1일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한진칼의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인수 작업 초반의 고비를 넘긴 대한항공은 예정된 유상증자를 비롯해 기업결합신고 제출, PMI(인수 후 통합 절차, Post Merger Integration) 수립 등 절차를 거쳐 통합을 완료 할 계획이다.

14일까지 해외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하고, 3월17일 전까지 통합계획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아울러 인수 발표 직후 통합 반대 의사를 밝혔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에 대한 설득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그동안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노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등 양사 4개 노조는 노사정 협의체를 통한 인수전 재논의를 요구해 왔다.

다만, 인수를 반대했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과 만나 상생하는 노사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도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과의 면담에 나서는 등 대화에 나서고 있다.

두 항공사의 합병은 세계 10대 거대항공사 탄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한항공 측은 합병 시너지로 연간 3000억원의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으로 상황이 진정돼 항공산업이 정상괴도를 회복할때를 대비해 통합작업에 양사 임직원의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다.

조 회장은 4일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두 항공사 합병에 "양사의 통합은 두 회사가 단순히 하나로 합쳐진다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 하늘을 책임지고 있는 양사 임직원들에게 주어진 운명, 시대적 사명이라고 믿는다"며 "마음과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조 회장은 합병으로 인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대한항공 측은 양사의 국내 인력은 약 2만8000명 중 본사 및 오버헤드 인력은 2000명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인력의 95% 이상이 직접부분 인력으로, 통합돼도 공급 줄일 예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연간 자연 감소 예상 인원이 1000명 이상으로 중복 인력은 전체 인력에 비해 크지 않다. 필요 시 부서 이동 등으로 충분히 흡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거대 1국적 항공사 탄생으로 저비용항공사(LCC)의 재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두 항공사 계열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 LCC는 진에어를 주축으로 통합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럴경우 국내에는 통합 LCC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3개 항공사가 경쟁 구도를 펼치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됐고, 신생 LCC 2곳은 아직 기존 항공사들과 경쟁에 뒤쳐진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신생 LCC 중 에어로케이는 지난달 말에서야 국토교통부로부터 국제·국내 항공운송사업 운항증명(AOC)을 발급받으며 노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플라이강원은 2019년 말 10월 말 AOC를 발급받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고전 중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2월 AOC 발급을 신청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에 의한 국내 항공업계 재편으로 향후 국내 항공산업이 다시 순항하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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