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펀드 화이트박스 "계열분리 반대...주주 이익 반하는 행동"
LG "전자 등 사업 집중해 주주가치 제고…디스카운드 이슈 해소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구본준 고문.(오른쪽) @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구본준 고문.(오른쪽) @LG그룹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LG의 계열분리에 대해 반대했다. 계열 분리 계획이 가족 승계를 위해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이유에서이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ㆍLG하우시스ㆍ판토스를 거느리고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가 LG그룹의 계열 분리가 구씨 일가의 경영 승계를 위해 주주의 이익을 희생하는 것이라며 공식 반대 의견을 표명한 서한을 보냈다.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는 서한에서 "LG그룹의 계열 분리 계획은 소액주주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실패할 것"이라며 "LG그룹은 현재 주가는 순자산가치 69%수준이다. 주가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는 이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는 "이사회가 가족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주주를 희생시키는 계열분리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면서 "LG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그만 둬야 한다"고 말했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상법규정(제393조)에 의거한 기업의 경영관리 최고 결정 기관이다.  CEO(최고경영자)선임, 목표의 설정, 업무적ㆍ재무적 성과의 평가, 이익 배분 등에 대해 권한을 갖고 있다. 

국내 대기업 이사회는 여전히 거수기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2월 9일 발표한 '2020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현황'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핵 5조원 이상)상장사 266곳의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99.51%가 원안대로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해 실질적인 심의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는 국내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도 불투명한 경영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코리아디스카운트의 대표적 원인은 ▷지배구조 ▷남북관계  ▷노사관계 불안정 등이다.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가 지적한 지배구조는 대부분 대기업이 안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전문경영인을 통해 기업 경영을 하고 있다. 한국은 재벌 총수와 그 일가가 전문경영인을 대신해 경영하고 있다. 재벌총수의 평균 소유지분은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작은 지분을 가지고 총수들은 기업 경영 전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경제논리로 보았을 때 선진화되지 못한 기업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대내외적인 평가이다.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가 보유한 지분은 LG그룹 지주회사 LG주식 약 1%이다. 보유지분율로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경영권 압박에 나선 것이다. 상법 개정안은 사외이사·감사위원 분리 선임 때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면서 1%의 힘이 세진 탓이다.

LG 측은 "계열 분리로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분할이 완료되고 성장전략이 보다 구체화되면 디스카운트 이슈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LG그룹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소유 현황 (2020.9.30.현재)
LG그룹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소유 현황 (2020.9.30.현재)

LG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보유지분율은 46.07%이다. (2020.09.30.기준).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 감사위원인 이사 분리 선임 때 의결권은 25.7%로 감소한다.  5%이상 주주는 최대주주는 구광모 회장(15.95%), 구본준 고문(7.72%), 국민연금공단(7.65)이다.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에 대한 대응 여력은 견고한 상태이다. 

LG그룹은 지난 11월 이사회를 열고 5개사 중심의 신규 지주회사를 내년 설립하기로 결의했다. 구본준 고문이 LG상사ㆍLG하우시스ㆍ판토스를 거느리고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다. 현재 LG는  LG상사(25%)ㆍLG하우시스(34%)의 최대주주이다.  LG상사는 판토스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구 고문이 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에 나선 것은 LG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지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고문은  LG 지분7.72%(1조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을 활용해 LG상사ㆍLG하우시스 등을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독립한다.  LG상사는 지난해 LG본사가 있는 여의도 LG트원타워 지분을 LG에 팔고 LG광화문 빌딩으로 이전했다.  

구 고문이 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에 나서는 것은 현재 LG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지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에는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전자 계열의 분리 가능성이 제기됐다.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가 지적한 대로 LG의 계열분리가 소액주주들에 이익에 반한다는 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이은 자본시장 왜곡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LG가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 어떤 반격 카드를 내놓을 것인가에 재계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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