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떠넘기기만으론 해결 불가능... 정부 주도 민간병원 병상 동원 절실
‘중환자 병상-거점 전담병원 설치’ 등 감염 관리 체계 전면 재수립 필요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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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민간병원, 병상 동원해야 할 위기상황

최근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병상 부족 사태가 심각한 상태로 나타났다. 거리두기와 방역조치로 지난 기간 환자발생은 최소한으로 억제돼왔지만 정부는 그 시간동안 치료대응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하루 확진자가 500명을 넘은지 불과 며칠 만에 중환자병상이 사실상 포화됐다고 알려졌다. 중환자 병상 뿐 아니라 일반 병상도 부족해 입원대기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도 따로 병실이 없어 격리 시키지 못하고 있다. 응급진료 대기시간과 이송시간은 계속 늘어나며 가정에서의 진료대기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가 병상동원체계를 즉시 확립하고, 이를 위한 행정력과 재원 투입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의료 자원이 가장 많은 소위 ‘빅5 병원’ 등 민간병원이 코로나 치료 대응에 적극 나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년간 코로나 치료대응은 전적으로 소수의 공공병원에 떠맡겨져왔다. 민간병원은 일부 중환자 치료를 감당했을 뿐, 10%에 못 미치는 공공병상이 코로나19 환자 치료 대부분을 감당해야 했다.

정부는 그간 민간의료공급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구축해왔고, 민간의료부분에 인력과 의료자원을 집중해 왔다. 따라서 이들을 동원해야 제대로 된 치료 병상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민간의료기관의 엄청난 수입은 대개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온다. 이들에겐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일부 의료인들이 여전히 ‘공공병원을 개조해 중환자병실로 쓰라’는 등의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공공병원에서 일할 중환자 담당 의료인력 등 의료인력과 자원을 어디서 동원할지에 대해 아무런 답이 없는 탁상공론이다. 민간 종합병원의 숙련인력을 포함한 자원이 동원돼야 해결될 문제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또 정부가 감염병예방법 상 비상상황에 걸맞은 긴급 병상동원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상 준비는 정부가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준비해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11개월 간 시민사회의 병상 준비 요구를 묵살해 위기를 초래했다. 그러자 최근 ‘테이너박스나 체육관 동원이 해결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왜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민간병원 병상이 버젓이 있는데, 벌써부터 불완전한 의료자원인 컨테이너박스와 체육관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왜 병원 하나에 수천 병상이 있고 의료자원이 있으며 분리된 건물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거대 민간병원들을 동원하지 않는가?

병상확보 문제 해결의 출발은 가장 많은 의료자원을 가진 빅5 병원인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 병원 등에 대한 병상동원 명령이다. 정부는 그간 대형병원 눈치를 보느라 민간병상 동원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하지만 감염병예방법 49조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감염병 유행기간 중 의료인·의료업자 및 그 밖에 필요한 의료관계요원을 동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민간 병원과 자원 동원 체계를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기본 임무이기 때문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그 첫 번째가 민간병원 동원을 통한 치료 병상 확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현장의 위급성과 시급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하루가 급하다. 빅5 병원을 비롯한 거대 민간병원들 병상을 시민들 치료를 위해 확보해야 한다. 의료붕괴가 목전까지 와 있다”고 역설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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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 병상 확보 시급... 국가가 나서야

지난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900명대에 이르고, 위중증 환자도 계속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중환자 병상을 추가 확충하고, 특정 지역에 중환자용 임시병원 설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병상과 의료진 부족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3차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이달 들어 위중증 환자는 하루 6~7명꼴로 늘어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집계 결과, 지난 8일 기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서울 8개, 인천 1개, 경기 3개를 포함해 전국에 43개만이 남았다. 이마저도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 즉각 수용이 어려운 경우가 생기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9일 0시 기준으로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환자가 282명으로 집계됐다. 김재훈 경기도 보건건강국장은 “매일 평균 250명의 확진자가 집에서 병상을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흘가량 자택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중수본은 아직 병상 여력이 있는 상황이지만, 하루를 넘기는 대기 시간은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추가적인 역학조사가 필요하고, 중증도 분류가 필요해 당연히 집에서 어느 정도의 대기는 필요하다. 다만 하루를 초과하는 대기 시간은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신 중수본은 현재 177개인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을 연말까지 331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대형병원들이 코로나19 중환자를 위해 병상을 비워놓으면 정부가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다.

중수본은 이렇게 확보한 중환자 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상태가 일시 호전되거나,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치료하는 ‘준중환자’ 병상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는 매일 500∼600명 수준으로 환자 발생 규모가 유지되는 것을 가정해 세운 병상 확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확산세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중수본은 단기간에 소개 가능한 중환자 병동을 확보하고, 권역별 국립대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과 연계해 중환자 치료 가능 인력을 투입하는 ‘거점형 중환자 전담병원’ 지정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정 지역에 코로나19 중환자만 치료하는 임시병원 개념인 ‘모듈병원’을 설치하고, 인력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와 관련 정부가 코로나19 3차 유행을 진정시키려면 사회적 거리두기에만 의존하지 말고, 병상 확보와 요양병원 등 시설 감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9일, 2020 글로벌 코리아 박람회의 'K-방역과 보건의료' 포럼에서 "정부가 방역 책임을 국민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감염병 폭발단계가 아님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내에 코로나19 치료 병상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지금까지도 병상을 체계적으로 국가가 동원하는 시스템이 없다"며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기피하는 상급병원은 정부 차원에서 지정 취소 같은 강수라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양병원 같은 시설을 통한 집단감염이 전체 감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들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만 높일 것이 아니라 시설 감염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럼서 유럽의 코로나19 대응 사례를 발표한 김남순(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이 초기엔 환자가 폭증했지만, 지금은 국가가 병상을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하며 의료시스템으로 버티고 있다"며 "K-방역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배울 점은 빨리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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