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술자료 요구 절차 위반 현대-한화 제재
매출액-영업실적 재무상태 깜깜... 하청업체 공생 절실

현대중공업그룹(권오갑 회장)한화그룹(김승연 회장)의 갑질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중공업과 한화그룹은 주요 기업에서부터 계열사까지 광범위하게 갑질문화가 퍼져 있다는 지적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이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가 논란이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은  2일 현대중공업업의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스템과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제재했다.  하도급 업체에게 기술 자료를 요구하면서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하도급 업체 기술 보호를 위한 절차 규정을 위반했다.

공정위가  지난 2일 하도급 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는 등 중소 하도급 업체의 기술 보호를 위한 절차 규정을 위반한 현대와 한화에  제재했다.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고압배전반과 관련된 제품 제작을 위탁했다. 납품 과정에 7개 하도급 업체에게 20건의 도면을 요구했다.

비밀 유지 방법, 권리귀속 관계, 대가 및 지급 방법 등을 정한 서면을 제공하지 않았다. 하도급 업체의 승인도를 이메일을 통해 요구했다. 이메일을 통해 제공받아 보관했다.

현대일렉트릭는 심의과정에 "계약서에 승인도를 제출할 것이 명시돼 있다. 승인도 작성비용을 지급해 승인도의 소유권이 현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도면 제출의무와 도면의 소유권 이전의무는 다르며 현대가 지급한 승인도 관련 비용은 단순히 인건비(드로잉 비용)에 불과하므로 승인도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에 현대일렉트릭은 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에게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교부해야할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으므로 하도급법상 절차 규정을 위반한 것이 인정됐다.

또한 한화에어로도 2015. 1월부터 2016. 6월까지 항공용 엔진 부품 임가공을 위탁하고, 납품받는 과정에서 4개 하도급 업체에게 임가공과 관련한 ‘작업 및 검사 지침서 8건’을 요구하면서 권리 귀속 관계 등을 정한 서면을 제공하지 않았다.

심의과정에서 한화에어로는 해당 자료를 작성할 때 자신의 기술 지도를 토대로 하도급 업체가 해당 자료를 작성한 것이므로 해당 자료는 한화에어로 소유의 자료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당 자료에 하도급 업체의 임가공 노하우와 경험이 반영돼 있으며 당시 기술지도의 실질을 고려했을 때 원사업자가 일부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하도급 업체가 자신만의 고유한 기술 정보를 담아 기술 자료를 작성한 경우 이를 하도급 업체 기술 자료로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공정위는 현대일렉트릭에게 향후 기술자료 요구 절차 규정 위반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정명령하고, 2천만 원의 과징금을 납부하도록 결정했다. 또 한화에어로에게 동일 사유로 시정명령 부과를 결정했다.

한화에어로의 경우, 법 위반행위가 기술자료 요구 절차 위반 시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16-10호)' 시행 이전에 있어서 과징금을 미부과 했다.

이번 조치는 하도급 업체에게 원사업자가 계약서상에 승인도 등의 기술 자료를 제출할 것을 의무화했다 하더라도 이런 기술 자료의 제출 요구 시점에 하도급법상의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발급해야 함을 분명히 함으로써 기술자료 요구의 정당성과 별개로 법에서 요구하는 절차요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아울러 공정위는 원사업자가 발주를 위해 일부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하도급 업체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 사항·노하우를 추가해 기술 자료를 작성한 경우 이를 하도급 업체의 기술 자료로 인정해 기술 자체는 일부 알려져 있으나 원사업자의 특별한 상황에 맞게 수정된 하도급 업체가 비밀로 관리하는 세부 기술사항에 대해 보호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유용행위 뿐만 아니라 원사업자의 기술자료 요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절차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도 강화해 위반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일렉트릭 재무상태 ‘어둠 속으로’

우수한 시장지위에 있는 현대일렉트릭이 하청업체 갑질 뿐만 아니라 영업실적 부진과 거듭된 외형축소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년간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며 재무구조 역시 안 좋은 상황이다.

지난 7월 15일 관련업계와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향후 실적 또한 어두운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일렉트릭은 높은 수출 비중과 주 수요지역의 시장 환경 저하가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출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상승, ▲신규시장 진입 비용 발생, ▲인력효율화를 위한 희망퇴직위로금 지급, ▲보증수리비 등 품질관련 비용, ▲공사손실 및 판매보증충당금 전입, ▲이집트 현장설치 비용 증가, ▲반덤핑 관세, ▲특약점 관련 대손충당금 전입 등으로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현대일렉트릭은 2018년부터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중국법인(인수대금 430억 원)과 미국법인(790억 원) 등 자회사 지분인수로 재무구조가 저하됐다. 또 지난해 이후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에 따른 자본 지출 확대, 당기순손실 발생에 따른 자본감소로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 35.4%, 부채비율 222.4%로 악화됐다.

현대일렉트릭은 2월 5일엔 지난해 영업 손실이 156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 영업 손실 1166억 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매출은 1조7711억 원으로 8.7%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2643억 원으로 전년도 보다 47.7% 증가했다.

한기평은 “현대일렉트릭이 영업적자와 자산손상 등으로 ‘비상경영’ 계획을 통해 진행한 자본 확충 효과가 상당 부분 반감돼 등급하향 압력이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영업수익성이 과거 대비 저조할 전망인 가운데 유상증자,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안 시행에도 재무안정성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업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전망도 어둡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유럽시장 경쟁 심화,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경기둔화, ▲중동의 인프라 투자 지연, ▲국내 에너지 정책 기조 변경 등으로 수요 회복이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글로벌 수요환경을 감안할 때 영업현금흐름은 미흡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ERP 투자, ▲리액터 실험설비, ▲회전기공장 Layout 합리화, ▲저압전동기 금형 투자 등으로 올해에도 약 700억 원 내외의 자금이 소요돼 긍정적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동혁(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근원적인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비우호적 영업환경도 지속돼 단기간 내 유의미한 영업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등급하향 압력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재무상태 개선 계획은 다 세워져있는 상황"이라며 "신용등급이 떨어질 거란 전망은 연 초 부터 나왔으나 어쨌든 신용등급은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원가절감을 통해 흑자전환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도 만성적자

 

올 상반기 한화에어로의 별도 매출액은 5053억 원, 영업 손실은 182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디펜스와 한화시스템, 한화테크윈 등 자회사들을 합쳤을 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734억 원이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실적이다.

매년 매출액이 증가했던 한화에어로의 연결기준 실적과 달리 별도 기준 매출액은 반대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 사업부문별 물적 분할이 이뤄진 탓이다. 2015년 2조 원대였던 매출액은 물적 분할 이후 한화에어로가 출범한 2018년 1조 원대로 낮아졌으며 지난해엔 1조 190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 손익의 경우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출범 첫해인 2018년에 물적 분할이 이뤄졌던 2017년보다 적자 폭이 커지며 마이너스(-) 910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642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적자의 원인은 민수사업에 포함되는 차세대 엔진 ‘기어드 터보팬(GTF)’에 대한 국제공동개발(RSP·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 사업이다. 연간 1000억 원 가량 손실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엔 43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나머지 민수사업인 장기공급계약(LTA) 부문도 코로나19 펜데믹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LTA 부문은 올 들어 항공 산업이 위축되며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 따르면, 올 3분기도 항공기 수요 감소로 LTA 부문 실적이 하락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RSP 사업에 대한 투자 회수 시점은 단정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코로나19 영향으로 RSP의 손익분기점 시점도 다소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도 코로나 영향 등을 비롯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사업 리스크 요인이 여전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지속적인 사업경쟁력 강화 활동을 통한 사업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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