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기준 강화 반대 국민청원 20만 명 넘어... 지지층 응원청원 맞불
긴급재난지원금-개인 부동산 문제로 해임 주장에 기름 부어... 청와대는 재차 신임 표시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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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해임청원’ VS ‘응원청원’

주식양도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3억 원으로 내리는 방안을 고수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로 "응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설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개된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은 지난 2일 기준 총 23만 4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대주주 3억에 대한 폐지 또는 유예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동학개미들의 주식참여로 인해 어려운 경제 상황임에도 코스피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더불어 기관과 외인들과의 불평등한 과세를 기반으로 개미투자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며 "대주주 3억이 시행되면 개미들의 엄청난 매도로 기관과 외인들 배만 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같은 달 29일 청와대 게시판엔 '맞불' 성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님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하고, 현재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를 맡고 있는 홍 장관을 응원하고자 이 청원을 올리게 됐다"고 했다.

그는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주식양도세 대주주 범위 확대에 대해 여론이 들끓는데, 3억은 서민에게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이며 이 정도 금액을 누구도 소규모 투자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든 정부 지침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것이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단 홍 부총리를 응원하는 청원글은 '해임 청원'과 달리 동의자 수가 저조한 편이다.

개인 부동산 관련 해임 국민청원

홍 부총리는 경기도 의왕 아파트와 세종 소재 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1가구 2주택자다. 정부의 고위공직자 다주택소유 금지 방침에 따라 의왕시 아파트를 매도하려 지난 8월 매매 계약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주변 전세값 급등으로 다른 집을 구하지 못해 2년 더 살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을 행사해 처분하지 못했다.

그런데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전세 난민' 신세가 됐던 홍 부총리가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줘 내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세입자는 홍 부총리로부터 이사비 명목의 위로금을 받고 계약 갱신 요구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관련 업계에선 홍 부총리가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사실상 '임차인 이사비'가 일반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부총리가 위로금이나 이사비 명목으로 '뒷돈'을 주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홍 부총리의 해임을 건의하는 국민청원이 연이어 게재됐다. 지난달 30일 한 청원인은 '홍남기 부총리님의 퇴거 위로금은 얼마입니까'라는 청원글을 통해 "세입자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법도, 상식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선례를 몸소 보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집이 있다고 모두 부자가 아닐진대, 많은 국민들은 집을 팔려면 부총리님처럼 현금이 필수인 세상이냐”며 "경제수장으로서 보여준 '퇴거위로금'은 민간시장에서 또 다른 정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경제담당 수장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뒷돈을 줘서 해결하는 놀라운 일이 2020년 한국에서 벌어졌다"며 "도저히 국민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시 홍남기 부총리를 해임하라"고 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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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편성권 이용해 전 국민 어려움 외면

지난 3월 2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코로나19 추경(1차 추경) 편성과 관련해 민주당과 당정협의를 하던 홍 부총리는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피해를, 불만을, 요청을 더 깊이 헤아리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 이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등 사태는 갈수록 악화됐다. 민생 또한 위기 상황에 몰리자 지난 4월 16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런데 국민의 마음과 피해, 불만, 요청을 더 깊이 헤아리겠다며 울먹이던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소득 하위 70%'를 완강하게 고수하며 '전 국민 지급'을 추진하는 여당에 맞섰다.

홍 부총리는 "무조건 재정을 아끼자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국채 발행 여력 등을 조금이라도 더 축적하는 게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여당은 21대 총선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약속했고, 국민의 열띤 지지를 얻어 기록적인 대승을 거뒀다.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이 국민의 마음이고, 요청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는 민심을 거스르며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려는 여당의 발목을 잡았다. '소득 하위 70%에게라도 지급하려면 전 국민 지급을 포기하라'며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을 몰아붙였다.

이후 홍 부총리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도 “찬성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 6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추석 무렵에 2차 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질의하자 “1차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드릴 때 일회성, 한시적 개념으로 드렸던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재정당국 생각으론 유사 재원이 있다면 더 어려운 계층에 선택적,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돈의 쓰임새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2차 지원금 지급 문제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의 이런 입장은 대한민국의 헌법이 정부에 부여한 예산편성권을 기재부가 틀어쥐고 있기에 가능하다. 그 본질이 '국민이 위임한 권한'인 예산편성권으로 민심과 다르게, 또 민심이 선택한 권력에 맞서는 낯선 모습을 연출했다. 이로 인해 여론에선 기재부의 예산편성권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청와대 “홍남기와 계속 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큰 성과를 냈고, 향후 경제 회복이라는 중대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해 사표를 반려하고 재신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주주 주식양도세 문제와 관련한 혼선에 책임지고 사의 표명한 홍 부총리를 달랜 문 대통령이 다시 재신임 뜻을 전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거듭된 ‘홍남기 재신임 메시지’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우선 문 대통령이 ‘향후 경제회복 과제의 적임자’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홍 부총리가 연말 개각 정국에서도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홍 부총리가) 큰 성과를 냈다고 (대통령이)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그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홍남기 엄호’에 나선 것은 연말 ‘예산국회’에서 경제부총리의 위상을 세워 여야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내년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사실상 마지막 예산이나 마찬가지라 당정청이 모두 예산안 통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홍 부총리가 사표를 낸 당일에 “괘씸하다”는 반응을 보인 여권 내부 분위기도 잠잠해졌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향후 개각과의 관련성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개각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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