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對北 ‘단계적 협상 전략’ 카드... 우리 정부 중매 역할 커져
미국 중심 경제정책 우리에게 청-적신호 인지 예측불가... 한미동맹 변화 적절히 대처해야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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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은 혼돈의 시간이었다. 대선 결과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였다. 사실상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바이든이 현재 확보한 선거인단 수가 과반인 270석을 넘겼다. 결과가 뒤바뀔 확률은 거의 없다. 바이든을 지지했던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선 승복해야 진정한 미국 우선주의"라고 트럼프의 승복을 압박하고 나섰다. 바이든 당선자는 국제질서를 트럼프 시대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뉴스]는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선거과정과 결과를 살펴보고, 향후 국제정세와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해 본다.

바이든 단계적 대북정책 시사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톱다운’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실무협상부터 단계를 밟아 상향식으로 협의를 이뤄가는 ‘바텀업’ 방식으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내버려두는 전략으로 일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비록 실패했지만, 1,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마저도 무너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바이든 당선자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실질적 성과 없는 정상회담은 정당성만 부여한다고 비판하면서 아무 전제 조건 없인 김 위원장과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대북 협상에서 실무 협상을 중시하며 한국, 일본 등 동맹과의 공조 및 중국의 동참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김준형(국립외교원) 원장은 “바이든은 북한 핵문제를 중국과 협력할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지나치게 실무적이라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은 김 위원장을 '폭력배'라고 지칭하는 등 북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 대북 협상 등 북미관계에서 바로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자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핵능력 축소에 동의한다는 조건에서만 만날 것”이라며 “반드시 핵 없는 한반도가 돼야 한다”라고 말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놔 긍정적 여지를 뒀다.

바이든 당선자의 생각은 북한이 핵감축에 나서면 정상회담 조건이 갖춰질 것이고, 정상회담을 할 경우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는 의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 ‘빅딜’과는 달리 ‘스몰딜’,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으로 북미협상을 하겠다는 신호로 보여진다.

이는 동시·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고수해온 북한에겐 청신호다. 또 하노이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한국 정부가 미국의 ‘빅딜’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의 절충점인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을 추진했다가 실패했는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설 경우 그 가능성이 실현될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대북정책의 방향은 한국 정부의 추동력이 관건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는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소통할 경우 ‘김대중-클린턴 정부’의 궁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김준형 원장은 “민주당 내에 대북 강경파와 비핵화 그룹이 공존한다. 바이든이 어느 쪽 말을 듣느냐가 관건”이라며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어느 쪽 말을 듣게 할지 외교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조언했다.

한미동맹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 현안에 대해서도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우선 동맹 관계와 공조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상대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바이든 캠프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 시 주한미군 철수나 중대한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정 수준의 방위비 분담 요구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바이든 캠프 입장에 대해 "동맹국 입장을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방위비 분담이 이전보단 증액돼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밖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의 경우, 최근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조기 전환 추진에 대해 미국 측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접점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동맹 재건을 최대 목표로 내세운 바이든은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공조하며 북한에 대응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더 안정적인 외교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황지환(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트럼프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바이든이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며 “바이든의 정책과 우리 정부의 정책을 조화시킬 수 있는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백악관의 주인이 바이든이 되더라도 한·미 동맹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바이든은 훼손된 동맹을 이전 상태로 복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것이 꼭 한국에 이득이 될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혜정(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점점 동맹 간 새로운 분업 체계를 원할 것”이라며 “미국의 동아시아 및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군사적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동맹의 성격과 근거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동맹의 구체적인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국중심 무역주의 유지... 우리 정부 대응책 마련해야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경제 문제는 바이든이 집권하더라도 미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조가 거의 동일하게 유지될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정부는 통상, 유가, 환율, 산업, 대북정책 등 우리경제에 전방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8일 산업계와 분야별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경로별로 분석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통상 분야 美 동맹국 연대 요구 ▲유가 상승 ▲달러화 가치 하락 ▲친환경산업 성장 등이 제시됐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산업계의 촉각은 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박병일(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대체로 무역 및 통상 정책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이에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감안해 정부와 재계가 어려운 통상 환경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교수는 “다만 바이든 집권 초기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고, 시장을 보다 개방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데,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보다 절상한다면 원화 가치도 함께 강세를 띨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이 역시 호의적인 시장 환경으로 우리에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며 “이래저래 한국 경제는 어려움에 직면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향후 통상마찰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글로벌 교역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KB연구소도 바이든 당선이 우리 경제에 더 청신호라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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