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지속적 상승세, 내년 상반기 까지... 선사 선박축소-갑질에 중소 화주만 사면초가
선·화주 상생계약 문화 정착-정부 적극적 해결의지... 수출경기 악화 저지 가능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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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운임 상승에 수출기업 애간장 태워

최근 주요국 경기 회복에 힘입어 물동량이 크게 늘면서 해상 화물운임이 상승하고 있다. 화물 특수에 따른 운임 고공행진은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수출기업의 고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6일 전주 대비 134.57 오른 1664.56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전 최고치는 2010년 7월의 1583.18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국과 유럽 항로 해상 운임이 크게 올랐다. 미 서안 항로 운임은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3천871달러를 기록했다. 1주일 전보다 22달러 뛴 금액으로 역대 최고치다. 유럽 항로 운임도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1천246달러로 지난주 대비 106달러 상승했다.

항로별 운임지수를 보면 각 항로별 수요와 공급 차이를 이유로 상승폭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동안항로, 유럽, 지중해, 동남아에서 남아프리카까지 총 12개 항로의 지난 6일 운임지수는 전주 보다 최소 3포인트에서 최대 199포인트까지 상승했다.

6일 기준 가장 큰 폭으로 운임이 상승한 항로는 호주로 전주대비 199포인트 상승했다. 동서 아프리카가 142포인트, 남미 항로 운임지수가 135포인트 상승하며 뒤를 이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유럽 주요국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를 재시행하면서 방역용품 수요가 다시 증대하고 있다"며 "이에 더해 연말연시 대비 수요가 증가하며 운임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해상 운임 상승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 코로나19 여파로 선사들이 컨테이너선 공급을 크게 줄인 가운데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회복으로 최근 선복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중국 춘제(春節) 등 연말연시 대형 이벤트들이 있어 물동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운임은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내년 경기 회복이 가속화되면서 물동량이 전년 대비 5.7% 늘어 선복량 증가(1.5%)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고 말했다.

운임 상승은 수출기업들에겐 비용 증가라는 '폭탄'이 된다.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급등하는 운임에 제품 실을 배를 못 구해 안절부절 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운임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고, 물건 실을 배마저 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뱃길이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대내외 경기 침체로 수출 여건마저 안 좋은데 컨테이너선 운임이 하늘 높이 치솟으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수출업체 입장에선 선사들이 달라는 대로 (운임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콧대가 높아진 외국 선사들은 계약을 파기하고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횡포까지 부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모처럼 활기를 띠는 수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연말 특수를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해상운임 왜 급등했나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9월 최근 급등하고 있는 해상운임 동향과 이에 대한 무역업계의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에 제출했다. 건의서는 수출기업의 물류비용 안정화와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협회는 최근 들어 해상운임이 급등한 원인으로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교역 부진에 따른 선사들의 운용 선박수 축소, ▲물동량 회복세에도 선사들의 수익 증대를 위한 선박 추가공급 지연, ▲중국 發 물동량 급증에 따른 선박 공급의 중국 쏠림현상 등을 지목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글로벌 선사들은 선박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임시 결항(블랭크 세일링)’을 통해 선박 투입을 줄인 만큼 소수의 선박에 화물을 몰아넣어 적재율을 높였다.

자연스레 운임은 상승했다. 일부 외신에선 대기업 선사들이 중소 화주들의 희생을 통해 사세를 번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업계에선 “일부 대형 선사들이 높은 프리미엄(추가 운임)이 형성된 중국 發 화물 운송을 위해 국내 수출기업과 장기 운송계약을 맺은 선박까지 중국에 우선 배치하고 있어 화물 운송에 차질이 크다”고 말했다.

김경용(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 수출에서 해상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98.9%”라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 해상운임 급등은 수출 경쟁력 약화까지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선·화주 간 상생 발전을 위한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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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기업 애로사항 해결 위해 정부 발 벗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 한국무역협회에서 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한국무역협회·한국선주협회·한국항공협회·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유관기관과 함께 제4차 「수출입 물류 대책반」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번 회의는 화주, 해상운송 등 수출입 물류 분야별 현황과 기업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관계부처의 지원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우선 산자부는 아마존 풀필먼트(FBA) 방식의 해외 현지 물류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FBA는 아마존 자사에 입점해 있는 여러 다양한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지불 받고, 제품을 물류센터에 보관해 출고, 배송 서비스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또한 기업별 수출실적 등 데이터를 활용해 해외 거점별로 최적의 사전입고 수량을 先배송해 기업들이 현지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선·화주 간 운송계약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부당한 운임 수취를 방지하고, 운송계약 위반 시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해운법령상 벌칙을 엄격히 적용할 계획이다. 또 현장과 소통하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정부에 ▲글로벌 선사들의 과도한 운임수취 및 일방적인 장기계약 변경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한국 물동량에 대한 선복 배정 유도 및 업계지원 등을 건의했다. 한국선주협회에도 ▲선·화주 간 계약 준수, ▲선주의 적정 이윤 수취 등 해상운임 급등과 관련한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나승식(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물류는 수출의 대동맥과 같아서 최근 수출 플러스 전환 등 수출 회복세를 지속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수출입 물류 애로를 해소해 우리 기업들 제품을 막힘없이, 예측가능하게 최종 수요자까지 도달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 실장은 “특히 최근의 해상운임 상승과 선복 부족 등의 현장애로는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관계부처와 민관이 힘을 합쳐 적시에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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