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회복 반복, 줄타기 관계 악순환... 미중관계 예의주시-최근 해빙무드 살려나가야
-대중국 경제 종속화 우려 수준... 아시아 국가들과 경제 네트워크 구축, 경제구조 안정화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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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미·중간 패권경쟁 하에서 미국의 공세적 접근이 전개되고 있다. 이참에 위상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태도 변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선택한 한국정부 등 위험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동북아를 격랑 속으로 휘몰아 가고 있다. 특히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고, 한미동맹도 약화되고 있다. 주변 정세의 안정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희망하는 한국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위기의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올바른 방향성을 지닌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기존의 정책도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공정뉴스]는 한국 외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상대국들인 미중일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구한말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 분석해 본다.

한중관계 실용적 관계로 나아가기

코로나19로 좌초되는 듯했던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일단 중국의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미중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을 관리하려는 포석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D10이나 EPN 등 반중국블록 구상을 밝히며 한국에도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데, 한국의 '줄서기'를 사전 차단하는 동시에 미국에 견제구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선 양국관계를 확실히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중 갈등을 해결하고, 한한령의 완전한 철회를 이뤄낼 수 있다. 또 남북의 대화 재개를 위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사실 지난 몇 년 간 한중관계는 2017년 10월 사드갈등 봉합 이후 이례적으로 주목할 만한 관계 발전도, 특별한 갈등도, 쟁점도 없는 ‘조용한 관계’가 유지돼 왔다. 한중관계 27년의 역사를 반추해 볼 때 특이한 현상이다.

특히 미중 경쟁의 파고가 한반도에까지 미치고, 일본과의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한국의 대중국 외교는 이례적으로 소홀히 됐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역할은 향후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임에도 오히려 간과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변국의 대중국 인식이 동요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중국이 다시 주변 외교에 대한 비중을 높이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일련의 우호적 신호를 보내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가령 리커창 총리의 중국 삼성 공장 방문, 중국 단체 관광객 한국 방문 부분 허용, 5년간 중단됐던 국방전략대화 재개, 왕이 외교부장 방한, 지난해 12월엔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 등이 이어졌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일련의 우호적 신호는 양자 차원에서 관계 발전에 대한 긴밀한 논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새로운 변화라기 보단 중국의 필요와 판단에 따른 독자적 행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대미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중관계는 이미 여러 차례 갈등, 봉합, 회복, 재갈등의 점철을 겪어왔다. 한중관계가 이런 가파른 기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향후 한중관계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전략적 성찰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차원으로 시야를 확장해보면 한반도에서 중국의 역할과 한중관계 또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함을 제시하고 있다. 사드 갈등은 한중관계가 양자 차원을 넘어 미중관계 등 외생변수에 취약한 관계로 변화했음을 단적으로 입증한 사례이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 신호는 결국 미국과의 경쟁의 연장선상에서의 변화인 만큼 미중관계의 변화에 따라 유동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한국의 대중 외교는 양자 차원은 물론 지역, 세계적 차원의 다양한 현안과 쟁점을 함께 검토하는 복합적인 전략적 고려 하에 전개돼야 한다.

우선 단기적으론 미중관계의 유동성을 예의주시하되,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신중히 중국의 우호적 신호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 민간교류 등에서부터 점차적으로 호응 하면서 중국의 민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 선택은 일단 유예하거나 지연시키는 타이밍 외교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론 한중관계가 미중관계에 종속돼 취약해진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구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이 대중 외교에서 독자적 전략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선 한국이 중국의 주변국과의 네트워크가 강한 국가로서의 위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미중 등 강대국에 편중된 한국의 외교지형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동률(EAI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미중 간의 ‘편가르기 식 세력경쟁’ 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런 대리 경쟁에 동원돼 딜레마를 겪게 되는 국가가 늘어날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한국의 외교지형을 기존의 강대국 중심에서 다양화시켜가면서 한국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점차 확장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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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 경제외교 해법은...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37%에 이르는 한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와 그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한국이 겪었던 경제적· 외교적 어려움을 반추한다면 한국의 대응 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중 패권 분쟁의 내재적 의도와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국 경제는 우선 한중 경제협력 구조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이 미중 갈등 상황의 개별 사안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의 높은 대중국 경제의존도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때문이다.

한중 경제협력은 지난 30여 년간 상호보완적 경제구조와 아시아 경제의 세계 경제 성장 주도로 윈-윈 하는 관계였으나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의 중국 경제 동조화와 종속 관계 심화 때문에 한국 경제 구조가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산업 구조를 단기간에 급격히 변화시킬 수는 없다. 우선은 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율(78.9%, 2017년 기준)을 낮추고, 소비재와 자본재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 글로벌 분업체제의 약화, 지식집약화 진전에 따른 세계 경제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중국과의 서비스·투자 분야의 FTA 타결 노력, 한중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 개발 등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한 한중 경제 협력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중국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고, 첨단산업 분야의 투자와 고급 기술인력과 원천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등 '중국제조 2025'에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가속화해 미·중 편중적 경제협력에서 탈피해 중앙아시아·아세안 등으로 경제협력 대상을 다변화해 한국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극복해야 한다.

신북방정책의 대상을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확장해 경제산업 기술의 상호보완성이 높은 중앙아시아국가들과 협력을 모색해 EAEU(유라시아경제연합)와의 FTA 추진 등 인구 1억 8000명, GDP 2조 1000억 달러의 거대시장과의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재덕(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 소장은 “기존에 추진해오던 신남방정책도 가속화, 구체화해야 한다”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제조업을 키우려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해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또 국내 제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한편 스마트 시티 건설, 첨단산업 분야의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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