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로망에 SAT 시험지 유출... 전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 의혹 쏟아져
공정교육, 불공정 사회구조에선 불가능... 끊이지 않는 학종 비리, 입학전형 개혁 필요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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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敎育)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말한다. 최순실ㆍ조국 사태는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진 뒤 엄마찬스ㆍ아빠찬스가 대입 급행 통로가 되고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공정(公正)가치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20대가 고위공직자의 자녀 특혜 논란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최순실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조국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단초가 됐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젊은층은 공정성을 중시한다. 정의와 공정을 기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정권교체를 만들었고,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뉴스〉는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입시 현장에서 벌어진 불공정 사례를 바탕으로 입시 문제점을 분석한다

미국 대학 유학 SAT 시험지 유출

학생의 재능과 실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시험지가 유출됐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시작으로 상주 모 여고, 전남완도고, 강원외고, 용인고 등에서 시험지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사가 학생에게 시험지 유출했다. 인하대 등에서도 비대면 온라인 시험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발견됐다. 

10월 6일 미국의 수학능력시험인 SAT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외대부고를 압수 수색했다.

외대부고는 지난해 SAT는 전국 17곳의 시험장에서 모두 3차례 치러졌는데, 이 고등학교도 시험장 가운데 한 곳이다.

이런 방식으로 유출된 시험지는 시차 때문에 한국보다 늦게 시험을 보는 국가에 미리 가 있던 수험생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SAT 시험지 유출은 주로 보안이 취약한 중국 등을 노려 밀봉된 상태의 시험지를 미리 확보해 최대 1주일 정도 미리 수험생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 이용됐다. 최근 국내에서 시험지가 미리 유출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브로커는 A씨 등을 통해 넘겨받은 시험지를 강남 어학원의 강사에게 넘겼다. 해당 강사는 시험지를 풀어 문제와 정답을 2014년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을 받고 26명의 학부모들에게 넘겼다. 실제 이들의 자녀 대부분이 미국 유명 대학 진학에 성공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외대부고측은 "SAT 시험지 유출 의혹과 학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7월 1일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강원외고에서도 시험지 유출사건이 발생했다.

강원외고는 올해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지난해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시험지가 유출됐다.  A학생은 지난 달 14일 새벽 2시쯤 혼자 교무실에 침입해 1학기 중간고사 수학 시험지를 휴대폰으로 촬영했으며 지난해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때는 A학생 등 2명이 교무실에서 영어와 수학문제를 입수해 다른 학생 2명과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교에서 시험지 유출사고는 대입시와 연결되어 있다.  유명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교 성적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성적 뿐만 아니라 부모의 직업(職業)과 금력(金力)이 대입시 당락을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녀 입시에 권력 활용?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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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ㆍ조국ㆍ나경원 등에 공통점이 있다. 전ㆍ현(前ㆍ現)정권의 실세지만 자녀 입시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비선 실세’로 불린 최순실은 딸 정유라를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시킨 의혹을 받았다. 최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면접위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입학시킨 의혹을 받았다.

최는 면접관 재량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수시전형을 적극 활용했다. 당시 정은 ‘2015학년도 수시모집 체육 특기자 전형’에 승마 특기생으로 입학 원서를 내 합격했다.

정유라의 특혜 의혹 사건은 청년들에 분노를 샀고 광화문 집회에 나섰다. 이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에 기름을 부은 계기가 됐다. 최는 이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실세였던 조국 전 법무장관은 서울대 교수와 지방대 교수라는 조 전 장관 부부의 배경을 통해 딸이 입시에 유리한 스펙을 하나둘 쌓은 것이 대학 입시에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의학논문 제1 저자 등재, 단국대 의대 인턴 참여 등 평범한 고등학생은 경험하기조차 힘든 스펙을 쌓았다. 자녀는 스펙들을 자기소개서에 담았고, 2010년 수시전형(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고려대 생명과학대에 입학했다.  2015년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 없이 학부성적과 면접 등으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나경원 전 의원 역시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딸 김유나를 성신여자대학교 현대실용음악학과에 부정입학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은 장애인 전형으로 2012년 성신여대에 입학했다.  무시된 전형이다. 하지만 학사지원팀이 학과에 "성적을 바꿔 달라"는 요청이 담음 메일을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아들 김모 씨도 미국의 사립고 재학 중 서울대 연구진의 학술 포스터들에 별다른 기여 없이 '무임승차'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대는 일부 포스터의 경우 김 씨의 저자 자격이 없다고 결론냈다.

‘공정교육-공정입시’ 왜 안 될까

고교의 시험지 유출사고와 정치인 자녀들의 '부모찬스'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정이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는 청년들에게 시험지 유출과 부모찬스는 정치 불신으로까지 이어졌다. 최순실ㆍ조국 등 문제가 전현 정권에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고, 네임덕 현상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회 청년의 날인 지난달 19일 연설을 하면서 37번 공정을 언급했다. 공정 가치에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때 촛불을 들었던 청년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ㆍ추미애 전현 법무장관 저녀 문제가 불거진 뒤 공정하다고 믿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보수정당을 지지 않는다. 그들 역시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청년 유권자에 정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교육 공정성을 바로잡기 위해 ‘공정한 입시’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자녀의 대학입시 전수조사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에서의 불공정’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정시 확대를 주요방향으로 한 대입제도 개편을 제시했다.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내놓은 2022년 대입개편안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수시와 정시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 입시에서의 공정성을 결정할 과제처럼 이야기된다. 교육제도가 곧 입시제도인 한국사회에서 입시 문제는 모두의 문제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공정한 입시가 정말 모두의 문제일까.

입시 특혜 논란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열망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는 소위 상위권 대학 학생들의 분노였다. 이들에게 입시 특혜는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경쟁에서 승리해 정당하게 획득한 성취를 훼손하는 것이다.

이런 분노를 나타내는 자리는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해당 학교 출신만 허용됐다. 울타리 밖 청년들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입시 특혜 논란이 일으킨 분노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정부는 ‘공정한’ 입시제도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지 여부가 공정한 입시에 달린 것처럼 이야기됐다. 논란이 된 정시 확대 방침은 서울 상위권 대학 중심이다. ‘명문대’를 목표로 하는 입시경쟁이라는 트랙에서의 경기규칙에 관한 것이다. 그 트랙에 오르지 못한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진학 자체가 계층상승의 통로가 되는 소수의 특권이었던 과거와 현재는 다르다. 이젠 학력과 학벌보다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발휘하는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하지만 대학 나와야 그나마 사람대접 받을 수 있는 현실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겪는 무시와 차별은 학력과 학벌에 따라 삶의 기회와 선택지가 달라지는 구조적 차별과 맞물려 있다. 출신학교가 그 사람의 과거를 평가하고, 현재를 결정하며 미래를 예상하는 기준이 된다.

공정 경쟁이 모두를 위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 경쟁에 뛰어드는 게 가능하기까지 필요한 자원부터 다르다. 공정한 입시라는 환상은 출발점이 전혀 달라 경쟁을 할 수 없거나 거부한 사람들에 대한 불평등과 차별 구조를 더 공고히 한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경기규칙이 적용됐으니 공정한 경쟁이고, 그에 따른 결과는 정당하다며 이를 감춘다.

특권과 반칙만 없으면 공정 경쟁을 할 수 있다는 환상 속에서 정부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이것이 지켜지도록 심판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주어지는 차등적인 대우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 여하에 달린 문제로 승복해야 할 것이 된다. 공정 경쟁이라는 환상은 구조의 문제를 능력 없고, 노력이 부족한 개인의 문제로 뒤바꾼다.

불안과 두려움을 학습시키며 다른 선택지에 대한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학교와 사회를 그대로 둔 채 공정한 입시가 대안이 될 수 없다.

대학에 안 가도 잘 살 수 있고, 일하면서 학벌 때문에 억울하지 않고, 공부하면서 불안하지 않다면 공정한 입시라는 환상이 필요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줄을 ‘잘’ 세울 방안이 아니라 줄 세우지 않는 학교와 사회에 대한 요구다.

학종 비리 끝이 없다

금수저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여러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설명하는 원리로, 학생부 올인이라는 용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사실상 입시컨설팅과 사교육에 쏟아 부은 돈이 그대로 점수가 되는 시스템이라 교육 평등의 취지와 맞지 않는 전형이다.

그 외 학교 내부 동아리 활동 등에 부모들이 저명한 교수나 사교육업체를 컨택팅 시켜 다른 동아리들보다 뛰어난 방향으로 변질시키는 일도 암암리에 부지기수다.

상위권 대학에서 학종 전형 비율을 크게 잡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교수들이 이 제도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제자들을 뽑을 수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본인 자녀가 명문대학교에 들어가기 매우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실제 교수 자제들의 상당수가 학종 전형으로 명문대에 합격한다.

교수들이 사용하는 학종 비리의 대표적 방법 중 하나는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넣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직접 밝힌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논문 대상 실태조사 결과 교수가 논문 138편에 중고생 자녀를 공저자로 넣었다고 한다

한편 2016년 대교협에선 43개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의 추천서를 유사도 검색 시스템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617명의 교사 추천서가 '작성자의 소속이 확인되지 않거나 교사추천서를 작성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교육부와 대교협은 이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다양한 문제점으로 인해 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의 경우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부정이 적발돼 입학이 취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30일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대학별 학종 부정 적발 현황에 따르면, 부정적발로 불합격 처리되거나 입학이 취소된 경우는 9건에 불과했다. 2014년 1건, 2015년 3건, 2017년 4건, 2018년 1건이었으며 6개 대학교에서 부정이 적발됐다.

전북대학교의 경우 2015, 2016년도 농업생명과학대학 입학과정에서 연구부정으로 확인된 논문을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에 기재하고, 활동입증자료까지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교육부의 특정감사에 의해 해당 사실이 밝혀졌으며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조사결과 부당한 저자 표시로 판정됐다.

입학서류 및 학생부에 추가되는 지원 증빙서류 자체가 조작된 경우엔 대학차원에서 사실상 이를 걸러낼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 9건의 부정적발 현황 중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감사, 민원에 의해 부정이 적발된 경우가 다수다. 학교 자체적으로 부정을 걸러낸 사례는 3건에 불과했다.

김현아 의원은 “수시 학종 입학전형이 기득권의 입학코스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수많은 부정이 저질러져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 시스템에선 사실상 부정을 적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수시 입학전형 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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