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화시인상’ 수상자 불공정 선정 문제 시끌... 이상문학상-젊은작가상 출판사 민낯 드러내
수상 작가들 보이콧 선언-지역서점들 판매거부... 출판사 중심 시스템 여러 문제 노출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문화는 권력이다. 이창동(소설가)ㆍ도종환(시인)이 각각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문화 행정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산하 단체장에도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문학계가 '문화권력화'에 중심에 섰다. 그 문화 권력의 양면성이 나타났다.  갑을(甲乙)현상을 만들었다.  성추행ㆍ출판사 갑질 등 오랜 관행처럼 굳어진 평폐가 드러났다.  <공정뉴스>는 한국사회의 문화권력으로 자리매김한 문학계에 불공정한 현상을 고발하는 한편, 창작과 소비에 윤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고하고자 한다.

2020년 문학계가 불공정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초 이상문학상(문학사상사)을 작가가 수상 거부를 시작으로 문학동네신인상(문학동네)ㆍ창비소설상(창작과비평사)등이 연이어 수상을 보이콧됐다.  이상문학상은 동인문학상(조선일보)ㆍ현대문학상(현대문학)과 함께 국내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16년 가을 문학계를 뒤흔든 '#문단_내 성폭력 폭로'미투(me too_나도 당했다)이후 문학계에 불공정한 관행을 뜯어고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소설가 김금희 작가가 9월 장편소설<복자에게>를 출간했다. 제주도 부근 작은 섬에서 자란 두 소녀가 세월이 흐른 후 판사와 원고로 법정에서 만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그녀는 지난 1월 저작권을 요구한 출판사가 수상 조건으로 내건 '단편 저작권 3년 양도'규정이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다"면서 계약 거부와 함께 우수상 수상을 보이콧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작가와 함께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은형 작가도 "출판사에 조항 수정을 요구했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면서 수상을 거부했다. 여기에 이기호 작가끼지  이상문학상의 수상을 거부했다. 여기다 지난해 대상을 받은 작가 윤이형은 절필 선언했다. 

작가의 절필과 보이콧은 불공정 계약 관행 때문.

출판사는 이상문학상 수상 동의서에서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 동안 양도할 것을 요구했다. 작가 개인 단편소설집을 낼 때도 수장작을 표제작으로 쓸 수 없고, 다른 단행본에도 수록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출판사의 불공정 관행은 상일 빌미로 저작권을 독점하려는 출판사의 꼼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출판사는 오랜 기간 동안 문학상의 명성을 이용해 젊은 신인 작가들을 등단시킨다는 이유로 열정페이를 착취해 왔다.

문학계는 페쇄적 구조를 갖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문학가가 문학계의 권력구조에 상층부를 형성하고 있다. 신인 작가가 문단에 등단하기 위해서는 문하생으로 들어가  도제식 공부를 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됐고,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구조가 부정과 나쁜 관행에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문학계의 대표적 부조리 케이스는 ▲‘등단’ 빌미 도서 구매나 금전 요구 ▲사설 과외·학원·학교서 부당 영향력 행사 ▲출판·문예지 청탁 권력 남용 ▲문학 권력 이용 성폭력 ▲계약서 미비 및 저작권 양도 ▲2차 저작권과 전자책의 결산 등 다양하다.

문학계 자성의 목소리 

미투에 이은 출판업계 갑질 관행이 불거진 뒤 문학계 안팎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젊은 작가들이 문학사상, 문학동네, 창작과비평 등에 원고를 싣지 않는 보이콧 선언으로 이어졌다.

정소연 작가는 "업계 내 권력을 이용해 윤리적 문제도 덮으려는 출판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기본적인 윤리 문제를 질문하고, 확인해 걸러내지 못한 문단 비평도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현재 문단 권력과 출판 자본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면서 "출판 자본에 유리한 쪽으로 작가나 작품의 문학성을 판단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문단 내 목소리가 필요하고, 독자들이나 지식인 사회에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한다면 출판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화시인상’ 불공정 논란

최근 대구지역의 대표적 문화행사인  ‘ 상화시인상’(이상화기념사업회 주최)에서도 심사의 불공정 의혹이 제기됐다.

8월 개최된 '제35회 상화시인상'은  운영위 구성과 개최를 하지 않고 특정인을 심사위원을 선정하면서 커넥션 의혹이 불거졌다. 이 심사위원은 수상자의 시집을 발간했던 출판사 대표라는 점에서 심사위원으로서 이해충돌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2008년부터 매년 수상자 상금을 포함해 1억여 원을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 전액을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상화시인상’ 수상자 선정 규정을 보니 세밀하지 못하고, 포괄적인 부분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에 개선안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지역 문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들은 뒤 대구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계의 변화 예고

문화 권력의 지형변화가 예고된다.

종이 출판시대가 저물고 전자출판과 웹과 모바일 출판 시대로 급변하고 있다. 문학사상 등 출판계 공룡과 신인 작가들이 맞서 싸울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권력구조 변경이 한몫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출판사와 적이 된다고 해도 얼마든지 저술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작가가 등단하기 위해서는 유명 작가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거나 출판사와 언론사 공모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핸드폰과 PC만 있다면 누구든 출판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거대한 공룡이 된 문화권력들이 스스로 자성하고 바꾸지 않는 한, 결국 역사의 유물로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