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시민단체, ‘준법감시제도’ 이재용 봐주기 위한 꼼수 지적
전문가들, 국가-국민 농락한 중대범죄...권력형범죄 솜방망이 처벌 시도 문제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주노총·참여연대 주최로 '이재용 부회장 불법승계 혐의 공소장 분석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발단이 된 이 부회장의 재판은 3년을 넘기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적극적 행동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재판을 앞두고 이 부회장 측에서는 변호인단을 바꿨다. 검찰 특수통 출신 변호인에서 판사 출신 변호인단으로 재편했다. 검찰의 손을 떠나 법정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공판 방어권'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이부회장 재판을 통해 한국사회에 만연된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전관예우 문제를 되짚어 본다.

#국회-시민단체 이재용 재판 이의제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대법원이 지난 18일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낸 재판부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파기환송심은 기존대로 서울고등법원 형사 1부(부장판사 정준영ㆍ사법연수원 20기)이 심리한다. 7개월 만에 재판이 재개될 전망이다. 

특검이 2월 정준영 부장판사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다. 특검은  "재판장이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예단을 드러냈다....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일관성을 잃은 채 피고인에게 편향적 재판을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파기환송심을 맡고 있는 정준영 판사는 "삼성에 준법감시위원회를 도입하고 이를 양형에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 1심 재판에서  "심리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 달라"며 이 부회장과 삼성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 체제 폐해 시정 △기업 비전 제시를 요구했다.

정 부장판사는 올해 1월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삼성이 준법감시기구를 언급했다. 삼성은 재판부 요청에 따라 최고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외부 기구 형태의 준법감시위원회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를 설치했다.  또 5월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승계 문제로 더는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삼성은 재판부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였다.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까지 모두 수용하면서 재벌재판의 공식인 '3ㆍ5법칙'을 모두 채웠다.  무엇보다 정준영 재판장이 계속 파기환송심을 맡으면서 재판의 결과도 미리 예견되는 상황이다. 

재벌 재판에는 공식이 있다. '3ㆍ5법칙'이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판결한다. 기업의 경영 공백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법원의 판결에 인용된다.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경영권 유지 등을 목적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등 횡령ㆍ배임을 저지른 재벌 총수들은 그동안 모두 '3ㆍ5법칙'판결로 풀려났다. 형법상 집행유예가 징역 3년 이하의 형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재판부가 재량으로 형량을 최고 절반까지 낮춘 뒤(작량감량)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재벌총수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 등의 사회적 비난이 일었다.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도 '재벌총수 봐주기'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나섰다. 재벌 총수 형사 재판에서 '준법감시기구'설치가 감형사유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준법감시기구 설치 등을 이유로 한 삼성·부영 등 재벌봐주기 재판의 문제점' 좌담회를 개최했다.

준법감시제도는 기업이 자체 내에 법규를 준수하는 감시 및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김종보 변호사는 "기업범죄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회사 구성원이 저지르는 범죄로서, 다수의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결부됐다고 해서 기업범죄라고 할 수 없다"며 "기업 내 준법감시제도 설치가 기업범죄에 대한 감형 사유로 작동하려면 해당 기업이 범죄를 저지른 구성원들을 기업 차원에서 징계하고 재발방지 목적으로 설치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준법감시기구 설치가 재벌 범죄에서 감형의 이유가 돼선 안된다고 것.

이어 "이 부회장의 뇌물죄 및 횡령죄 사건도 기업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부회장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승계하고 강화하고자 삼성전자의 돈을 횡령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한 사건"이라며 "그룹 지배력을 승계하고자 뇌물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속 이상훈 변호사도 "법원이 법에도 없는 준법감시 기구 설치를 이유로 준법경영 의지를 보였다고 간주한 것은 재벌체제를 이해하지 못한 무능이거나 처음부터 감형을 의도한 명분 쌓기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경우, 본질은 뇌물을 제공하는 반부패 범죄행위이다. 단지 뇌물의 재원이 회사 자금이어서 횡령죄가 추가됐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준법감시제도를 근거로 형을 감경하는 것은 뇌물 부패범죄를 엄격히 처벌하는 미국과 선진국의 사법 흐름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월 4일 국회와 사회단체에서도 법원의 삼성 재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시민단체는 "사법부와 재벌의 짜맞춘듯한 양형 봐주기 공판진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재판부가 사법정의를 세우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결코 이 재판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국민들을 눈 뜬 장님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어라,

양형에 상관없다 라고 했다가 바꿨으니

삼성과 재판부가 짜고 치는 느낌이 들지 않겠냐....

삼성 봐주기를 위한 진정성은 상당히 느껴지는데,

사법정의의 진정성은 아니다

박용진 의원은 "2017년 대법원은 버스비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내렸다"며 "노동자는 법의 엄중함 앞에 다른 할 말을 하지 못하는데, 삼성 총수 일가와 이재용 부회장에겐 대한민국 법이 왜 이렇게 물러터졌는지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기업 이익을 얘기하면서 준법감시위를 형의 감경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는데, 기업 이익을 위해선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이건 이재용이라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과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재판부가 국민들을 눈 뜬 장님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어라, 양형에 상관없다 라고 했다가 바꿨으니 삼성과 재판부가 짜고 치는 느낌이 들지 않겠냐"며 "삼성 봐주기를 위한 진정성은 상당히 느껴지는데, 사법정의의 진정성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역시 "최근 전문심리위원을 둬 (준법감시위) 실효성을 판단한다고 했던데, 그러니 짜고 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문엔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평당, 민중당 의원 16명이 이름을 올렸다. 박 의원은 지난번 성명서에 참여한 의원 40명의 뜻을 다 묻지 못해 일부만 이름을 넣었다며 "함께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많다는 것을 재판부가 명확히 이해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바라본 이재용 재판 문제점

김종보(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권력형 범죄자는 ‘치료’ 대상이 아니라 ‘응징’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 사건은 그 자체로 국정농단이며 권력형 범죄라는 자명한 사실을 재판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사법부가 소위 ‘3·5법칙’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해 재벌총수들이 무서움 없이 뇌물죄나 횡령·배임죄를 저지를 수 있었다며, 재판부는 사법부의 과오를 기업 내 준법감시제도로 덮으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제시한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은 ▲‘개인’이 아닌 ‘기업’에 대한 양형기준이라는 점, ▲범행 당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는 점, ▲사후적 도입에도 적용된다는 규정은 없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아닌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 적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가 미국 양형기준을 거론하며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것은 재판부의 이 부회장 봐주기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 및 양형자료로써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현저히 방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검사의 증거신청을 거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수사자료 증거신청을 기각한 것은 실무 관행에 비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하는 사법부의 판결 경향이 권력형 범죄를 용인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했다며, 범죄를 저지른 임원은 회사에서 퇴출돼야지 퇴출된 임원이 회사에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한수(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경제개혁연구소 자문위원) 교수는 "이 부회장의 경우 집행유예에 부정적 사유와 긍정적 사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선고형이 5년에서 8년으로 집행유예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건은 오랜 기간 사회적 합의로 마련돼 적용해온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李, 미국 양형기준 5년10개월-9년형 추정

재판부가 언급한 미국 사례와 관련해 최 교수는 미국의 연방양형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의 예상 형량을 계산하면 최소 70개월(5년 10개월)에서 최대 108개월(9년)까지로 나온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준법감시기구가 기업범죄를 억제하는 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연구사례를 들며 재판부가 내부통제장치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기업범죄가 주로 CEO 보수와 관련된 미국과 달리 재벌 총수의 그룹지배권 승계와 유지를 위한 범죄가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배주주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권한과 책임도 불분명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한국 법원의 재벌 총수일가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재벌범죄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라며, 재판부가 언급한 ‘치유적 사법’은 최근 미국의 형사사법시스템에서도 주된 철학이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면 대체 어떤 피고인이 범죄는 이미 다 저지르고, 법리에 대한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 최종 선고를 앞둔 상태에서 재판부가 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발방지 조치를 하고, 감형을 기대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권고 이행을 이유로 형이 감경된다면 그 자체가 특혜이고, 사법정의 훼손이며 양형거래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준법감시기구 감형 사유될까?

삼성이 미국 기업이었다면 이미 감옥에 가고 풍비박산 났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범죄 사건은 엔론(Enron Corporation)사태이다.  엔론은 1985년 설립됐으며 미국 택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기업이다.  2001년 파산 전까지 2만명의 직원을 보유했다. 2000년 매출이 1110억 달러이다. 포춘지는 엔론을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회계부정을 은폐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산한다.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과  제프리 스킬링 최고경영자는 연방법원에서 사기와 내부자 거래 등으로 각각 징역 24년 4개월, 24년의 유죄 판결을 받는다. 당시 엔론의 외부 감사를 맡고 있던 미국의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였던 아서 앤더슨도 영업정지를 당하고 결국 파산한다. 

국민들은 삼성의 재판을 보면서 착찹하다. 재판부는 법대로 하면 된다는 지적이다. 재판부 스스로가 법의 관용이 베푸는 것은 자신이 법위에 올라서는 비정상적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런이유에서 법과 원칙이 중심인 사법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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