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절대 권력과 관행 앞에 학생들 속수무책... 음악의 자본화 부추키는 원흉
베를린 필 하모닉 “대중과 함께 하는 음악이 진짜 음악”... 우리 음악계도 대중 품에 안겨야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공정뉴스〉는 예술혼을 불살라야 할 음악인들이 자본에 눈이 멀어 벌인 다양한 불공정 상황을 분석해 본다. 우선 입시비리 뿐만 아니라 음악계 구조 자체의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후 그 원인과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알아본다.

교수의 절대 권력에서 문제 출발

과거 서울대 성악과 김인혜 교수가 제자를 폭행하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세간에 알려지자 음대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었다.

그러나 음대생들은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음대를 포함한 예체능 계열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바뀌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음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계속되는 음대 비리의 가장 큰 원인은 교수가 절대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고 했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알고’, ‘한 번 맺은 인연이 평생 가는’ 음악계 특성상 교수에게 밉보여선 장래 진로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 ㄱ교수에게서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ㄴ씨는 “알아서 교수님 기분을 잘 맞춰야 한다.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랬다간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음대를 졸업한 배 모씨는 “오디션을 본다든가, 하다못해 연주회 공간을 빌리더라도 교수의 도움이 있으면 훨씬 쉬워진다”며 “교수가 ‘공과금을 내고 와라, 손목시계 배터리를 갈아오라’고 시켜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교수의 반복되는 부당한 행동을 관행으로 여기고 스스로 둔감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ㄱ교수의 수업을 받은 ㄷ씨는 “학생들이 성적 표현이나 욕설을 오랜 시간 계속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리는 부분이 있다. 옆에서 시중드는 일도 선배들이 그렇게 하는 걸 보면서 ‘세뇌’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학생 ㄹ씨는 “1학년 때 교수님에게 성희롱 당했을 땐 기분이 굉장히 나빴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무덤덤해지더라”고 했다.

20여 년간 음대에 출강해온 강사 ㅁ씨는 “음대에선 공개레슨도 있지만, 대체로 1 대 1로 수업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등 외국에서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레슨을 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지도교수가 가르치는 모든 학생들이 모여 차례로 개인지도를 받게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서울대 음대 학장을 지낸 작곡과 정태봉 교수는 “서울대에선 김인혜 교수 사건이 발생한 뒤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문제교수가 있을 때 빨리 적발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음악의 본질 실천하는 ‘베를린 필 하모니 브라스 앙상블팀’
 

베를린필 12첼리스트 [출처= 뉴시스]
베를린필 12첼리스트 [출처= 뉴시스]

대문호 톨스토이는 "혼자만 잘난 척 할수록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며, 자신을 낮출수록 위치가 더 견고하게 된다"고 했다.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이가 겸손하기까지 하면 그 사회적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된다.

세계 3대 교향악단 중 한 곳인 베를린 필의 대표적 실내악단인 브라스 앙상블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뽐내며 각 국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또 팀의 12인 연주자 모두가 각 악기별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솔리스트들로 평가받고 있다. 교수 혹은 행정가로서도 세계 음악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런 위치인데도 앙상블 멤버들은 모두 격의 없는 소탈한 모습이고, 예술가로서 까다로운 모습이나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서순화에 효과가 큰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호르니스트 사라 윌리스는 "클래식 음악이 '럭셔리 문화'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영감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앙상블팀 연주자들은 예술교육을 통한 사회 공헌에도 관심이 많다. 그들은 과거 방한 기간 중에도 인천혜광학교의 시각장애인 청소년 연주자들을 찾아 마스터 클래스(음악 전문가가 학생을 가르치는 일)를 진행했다.

팀의 트롬보니스트인 토마스 레옌데커는 "평소 어린이와 장애인에 대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에 자주 참여한다"며 "음악이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세상에 전파하고, 자신의 재능을 사회와 기꺼이 나누려는 이들의 진정성 있는 모습은 입시 비리 등으로 얼룩진 일부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삐뚤어진 행태와 크게 비교된다. 조금이라도 경력이 쌓이면 이를 바탕으로 권위를 내세워 돈벌이에 열을 올리고, 정작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엔 관심이 없는 이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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