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가 불공정 진원지 역할... ‘악기 강매-지도교수 줄 세우기-레슨제자 부정합격’ 등 만연
교수채용 파벌싸움으로 예술인 정신 망각... 노예전속계약 등 재능 많은 음악인 설 자리 잃어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공정뉴스〉는 예술혼을 불살라야 할 음악인들이 자본에 눈이 멀어 벌인 다양한 불공정 상황을 분석해 본다. 우선 입시비리 뿐만 아니라 음악계 구조 자체의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후 그 원인과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알아본다.

‘서울 왕십리에 위치한 모 대학 입시에선 심사위원이 3명으로 이뤄져있다. 다른 대학에 비해 현저히 적은 심사위원이다. 다른 대학은 5명은 기본으로 최고점 최하점을 제하고 3명의 심사위원 점수만으로 평균을 내어 입시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 대학의 바리톤 모 교수는 레슨비만 타임 당 약 100만원, 테너 모 교수는 타임 당 약 60만원, 소프라노 교수도 50만원으로 학교의 교수이면서도 입시생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수들은 개인레슨을 진행하며 부정입학을 시키고 있다.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모 음대의 상황도 심각하다. 심사위원은 5명이상이지만, 심사하는 교수들 중에선 레슨을 한 제자들이 있는 교수들이 있다. 개인레슨을 진행하며 부정입학을 시키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모 학교도 마찬가지다. 교수와 컨택이 없으면 입학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왔던 글이다. 예술계에 만연한 비리를 고발하고 있다. 예술 대학입시는 비리 복마전이나 다름없다는 취지이다.

#불공정 전속계약으로 아티스트 예술혼 쥐어짜기

지난 봄 종영한 SBS 드라마 <하이에나>. 주인공 직업이 변호사로 설정돼 있어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가 ‘소송’과 ‘재판’이었다. 여러 에피소드 중 인상 깊었던 하나가 바이올리니스트 고이만의 에피소드였다.

드라마에서 고이만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소속사 대표인 어머니에게 살인적인 스케줄로 혹사당하면서도 오직 무대만을 꿈꾸는 순수한 음악가로 등장했다.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상황이 부당함을 깨달은 고이만이 “어머니와의 전속계약을 무효로 만들어 달라”며 주인공 정금자 변호사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오면서 이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기획사의 만행은 연예계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계에도 만연하다.  무대와 연주 활동, 미래의 음악 인생을 빌미로 부당한 계약과 갑질을 일삼는 기획사도 있다. 

실제로 드라마와 같은 사건이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는 예상보다 많다. 바이올리니스트 A씨는 선고일로부터 3년 전, 공연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B씨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B씨가 공연 수익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A씨는 이 외 여러 불미스런 사건으로 B씨에 대한 신뢰를 잃어 전속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B씨와 합의에 이르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졌다.

전속계약의 주요 내용은 상식적 수준에서 봐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초기 몇 년은 인지도를 위해 기독 공연을 하고, 이후에 점차 클래식 공연을 한다, ▲계약 기간은 20년이다, ▲계약 해제는 ‘천재지변’ 등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에 의해 계약 이행이 불가능할 때 가능하다, ▲음반 수익과 공연 수익은 모두 경비를 제외한 순이익 중에서 바이올리니스트 A씨가 3~4, 기획자 B씨가 6~7을 갖는다, ▲상호 동의 없이 계약 파기 시 손해 배상 정산이 어려우면 연 1억 원 이상으로 계산해 소급 청구한다.

소송을 제기한 바이올리니스트 A씨는 20년이라는 장기간의 계약 기간과 거액의 위약금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전속계약은 무효이며, 공연 수익금도 제대로 정산되지 않았으니 미정산된 수익금을 지급하라고 요청했다.

또 B씨는 전속계약 체결 전에 ‘앨범 발매 제작비로 필요하다’며 약 1,000만 원을 받아 갔으나, 앨범 역시 발매되지 않았으니 이 제작비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원고 B씨는 이 앨범 제작비를 ‘A씨가 자발적으로 준 돈’이라고 하며, 전속계약 파기에 대해 A씨에게 1억 원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지난해 재판부는 전속매니지먼트계약 (전속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이올리니스트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정확히 말하면 ‘반’만. 미정산 수익금 지급에 대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속계약의 주요 내용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기 때문에 이 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계약 기간이 20년으로 민법상 고용계약 또는 근로기준법상 최장기보다도 무려 17년 이상 길게 돼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시하는 표준계약서 상의 7년을 무려 3배나 상회하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A씨가 개인적인 필요나 희망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어떤 내용도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도 중요하게 봤다. 지나치게 장기간 A씨의 직업 선택 및 활동의 자유 등을 제한하거나 구속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B씨가 A씨에게 요구한 1억원의 손해배상금도 과도하다고 봤다. 이익 분배 시 순이익에서 제외하는 ‘비용’의 기준과, 손해배상금 책정의 기준 역시 ‘홍보비’, ‘인건비’ 등으로만 명시해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A씨가 요청한 공연 수익금 지급은 이 전속계약 자체가 무효이며, A씨가 적게 정산 받았다는 공연 수익금에 대한 증거가 없어 지급 요청이 기각됐다.

앨범 제작비 명목으로 지급한 1,000만 원 역시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데 반해, A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해 이 또한 기각됐다. B씨가 A씨에게 요구한 손해배상금 1억 원에 대한 지급 요청 역시 이 전속계약이 무효이므로 기각됐다.

A씨에게 전부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었다. 소송비용의 일부도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A씨는 부당함에 저항해 자유를 얻었다. 부당하게 A씨의 능력을 착취한 B씨는 열정적인 연주자를 잃었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적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주요 공연장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무대는 ‘클래식 스타’들을 위한 무대가 됐다. 무대 위의 음악 인생을 꿈꾸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연주자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당신의 연주 기회를 제공하겠다”라는 말로 연주자들을, 특히 나이가 어린 연주자들을 상대로 불공정 계약을 하는 일부 기획사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미 계약을 한 연주자는 나의 계약이 정당한지 다시금 살펴 보고, 앞으로 계약을 앞둔 연주자는 이를 유념해 정당한 계약을 해야 한다.

#음대가 뿌린 불공정 씨앗

사립 예술재단과 여기서 운영하는 음악대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밀회>. 드라마 속 음대의 비리를 두고, 극적 과장이 아니라 현실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인공인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의 “돌아올게요”라는 마지막 대사처럼 ‘음대 비리’는 입시철이 되면 돌아온다.

<밀회>에서 한 첼로 전공 학생은 교수한테서 “악기가 후지다”는 말을 듣는다. 교수의 소개로 첼로를 비싼 값에 샀지만, 소리가 이상했다. 진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수는 나 몰라라 한다.

첼로와 바이올린 등 현악기 전공자들은 악기 ‘강매’가 반드시 허구는 아니라고 한다. 한 음대 교수는 “이름난 명예교수의 소개로 8000만원을 주고 악기를 샀는데, 소리가 제대로 안 나서 악기점에 갖고 갔더니 300만원도 안 되는 악기였다”고 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한 대학 강사는 “교수들이 악기 가격을 부풀려 자기 수입으로 챙기는 일도 있다. 학생들을 상대로 악기를 팔아 오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중간에 강의를 잘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콘트라베이스 전공 교수는 자신이 입시 지도를 한 고등학생에게 자신의 악기를 이탈리아산 진품이라고 속여 1억8000만원에 팔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악기는 한국산 접착제 등이 쓰인 가짜였다.

드라마에서 가짜 악기를 속아서 산 학생은 지도교수를 구하지 못해 결국 자퇴를 고민한다. 음대생들에게 지도교수는 절대적 존재다. 서울의 한 음대 성악과 학생은 “지도교수님이 은퇴해서 새 지도교수를 찾아야 하는데 다른 교수님들이 안 받아줘 고민이 많았다. ‘누구 제자’라는 게 없으면 밀어주고, 당겨주기가 어렵다”고 했다.

음대 입학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들은 ‘입시 과외’로 입학 전부터 사실상 지도교수 ‘라인’에 서기도 한다.

서울의 한 음대 피아노과 졸업생은 “과외는 일반적으로 대학 강사들한테 받는데, 입시가 임박하면 지도교수님한테 직접 과외를 받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대학도 자기가 과외 받은 선생님 소속 학교로 지원하기도 한다”고 했다.

과거 서울대 박아무개 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그의 ‘제자’들이 ‘탄원 음악회’ 등 구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대 음대의 한 학생은 “저렇게 구명운동까지 하다가 다른 교수님들한테 찍힐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드라마엔 학과장 등 교수 4명이 유력자 자녀 위주로 합격자 명단을 추리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에서 교수들이 한통속이 돼 부정입학을 저지른 사실이 적발된 사례는 없다. “한 예고에 몰래 출강하는 교수가 있는데, 제자들 중에 해당 예고 출신 학생이 많다”는 식의 소문만 있다.

서울대와 경북대에선 신임 교수 채용을 하면서 교수들이 파벌 싸움을 하거나 담합을 한 게 드러나기도 했다. 경북대는 음악학과 교수 9명 가운데 5명이 점수 몰아주기로 특정인을 교수로 채용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대 성악과는 교수 간 파벌 싸움으로 신규 임용이 두 차례나 무산된 적이 있다. 서울대 박 교수 성추행 의혹도 교수 채용을 둘러싼 파워게임이라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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