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정보 비대칭성-제약시장 구조-처벌미약’ 등으로 리베이트 지속
영진약품, ‘투명경영’으로 매출상승-고용증진 효과... 제약업계 뿌리내려야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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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뉴스〉는 우선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제약회사와 도매업체, 의사들이 어떤 비리를 자행했는지 살펴본다. 제약과 관련해 비리가 끊이지 않는 원인과, 그런 관행을 거부하는 사례도 알아본다. 나아가 제약업계가 앞으로 어떤 경영마인드로 사업에 임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분석해 본다.

이래서 리베이트 관행은 없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2010년 11월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업체와 이를 받은 의사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제'를 도입했다. 또 2014년 7월엔 병원이나 의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두 차례 적발되면 해당 제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도 도입했다.

하지만 리베이트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제약업계는 대대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리베이트가 계속되는 것은 의약품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전문의약품은 의류나 식품 등 다른 소비 품목과 달리 소비자들이 약의 효능과 성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최종 선택권이 소비자가 아닌 처방 의사에게 있다. 이 같은 '의약품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리베이트가 발생하고, 제약사들은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나 병의원에 영업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또한 내수와 복제약(제네릭)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제약시장 구조도 리베이트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특히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생동제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복제약 허가가 늘어났다.

공동생동제한 규제가 폐지되면서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복제약은 다른 업체의 생동성시험 자료를 활용해 누구든 복제약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제약사 입장에선 수 천만 원을 들여 1년 가까이 소요되는 생동성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복제약을 만들어 팔 수 있어 복제약에 매진하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공동생동제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하나의 오리지널 약에 수십 개의 복제약이 쉽게 생산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유명도가 덜한 중소 제약사들은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리베이트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제약 값을 높게 책정한 정부 정책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부터 제네릭의 약가 등재 순서에 따라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계단형 약가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복제약 가격도 신약(오리지널약)의 최대 53.55%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일본(33%)이나 미국(16%) 보다 훨씬 고가다.

제약사들은 1~2조원 대의 신약 개발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복제약을 비싸게 받을 수 있게 되자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복제약을 만들어 리베이트 비용을 뿌리며 판매경쟁을 벌이는 쪽을 택하고 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리베이트를 받다 적발될 경우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점도 유혹의 손길을 뿌리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다 적발돼 구속된 사례는 한 번뿐이다.

제약사들은 매달 약 값의 10~30%를 현금이나 약품 등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주고 있다. 신제품의 경우 처방액의 2~3배를 주기도 한다.

의사들은 한번 처방한 약은 좀처럼 바꾸지 않는 패턴을 보인다. 한 번 상위권에 오른 약은 10년 간 장기집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제약사 입장에선 리베이트 비용이 상당해도 장기적으론 이득을 보는 것이다.

제약회사의 좋은 선례
 

박수준 영진약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수훈 받고 있는 장면. [출처= 뉴시스]
박수준 영진약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수훈 받고 있는 장면. [출처= 뉴시스]

 

박수준 영진약품 대표. 취임 당시부터 고강도로 추진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은 김영란법이 정착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글로벌 제약회사의 매출 반등을 이끌어낸 박 대표가 영진약품의 체질 개선에 도전했을 때 주변에선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세간의 우려는 완전히 사라졌다. 김영란법 시행 후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소모적인 네트워크보다 생산적이며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모든 기업이 투명해야 하지만, 특히 제약회사는 훨씬 더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 받는다. 박 대표는 2016년 영진약품에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CP를 추진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영업 스타일과 전혀 달라 내부 직원들 반발이 거셌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영업총괄 전무와 한국 산도스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면서 CP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경험이 있기에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강력히 밀어붙였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박 대표는 7천만 불을 수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수훈 받았다. 이에 앞서선 보건복지부 지정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됐다.

박 대표가 취임한 후 영진약품은 1,931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5년 1,700억 원보다 12%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가 취임하면서 계속 부르짖은 CP가 정착되면서 우려했던 매출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만족도가 높아져 영진약품의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

CP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파트너십을 탐색하면서 가장 먼저 살펴보는 기준중 하나다. 동시에 그는 다국적 제약사들 수준의 통합 영업 관리 시스템인 SFE(Sales Force Effectiveness)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CP 전문 변호사를 영입해 CEO 직속 리걸앤컴플라이언스(L&C) 부서도 신설했다.

이런 노력은 세르비에나 머크, 아스텔라스 등 다국적 제약사의 러브콜을 받으며 매출 신장의 토대가 됐다.

박 대표는 “현재 많은 제약회사들이 투명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희생될 것 같은 걱정에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영진약품은 CP를 통한 투명경영을 실천해 직원들의 자부심이 높아졌다. 영업매출이 떨어지진 않을까 조바심이 났던 것도 사실인데, 실제로 초창기엔 매출이 다소 감소하기도 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저는 ‘느리게 가더라도 멀리 보자’라며 직원들을 독려하며 마인드 전환과 인식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했다”며 “동시에 직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고, 비즈니스 규모가 성장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개발부터 시작해 생애주기가 긴 제품의 특성상 제약회사는 먼 미래를 보고 움직인다. 앞으로 10~15년 뒤 어떤 신약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것인지 예측해야 생존할 수 있다. 차별화가 되지 않는 단순 제네릭 제품들론 경쟁력을 갖출 수 없어 시장에서 사장될 수 있다.

영진약품은 CP를 통한 투명경영으로 활기찬 사내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일자리 창출에 공헌했다. 2018년 취업 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영진약품은 신규 채용을 발표해 모범적인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비효율적 근무 방식을 개선해 직원들의 생활이 윤택해졌다”며 “영업부는 자율적으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 했으며 각 분야의 전문가인 직원이 책임질 수 있도록 결재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했다.

계속해서 “전체적으로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고용이 증진됐다. 미래를 대비해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게 돼 뿌듯하다”며 “앞으로 항암 신약에 대한 R&D에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가 부임한 후 영진약품은 안정을 되찾으면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18년 COPD(만성폐쇄성질환) 신약후보에 대한 해외 글로벌 임상 2a에 성공했다. COPD 치료제 시장은 국내 시장만 2,000억~3,000억 원, 세계 시장은 2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는 “영진약품이 개발 중인 제품은 경구 제형으로 환자가 복용하기에 간편할 수 있다”며 “기존 치료제가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신약에 거는 기대가 크다”라고 전했다.

또한 미토콘드리아 이상 희귀질환 치료제에 관한 신약으로 외화벌이에 한몫했다. 스웨덴의 Neurovivo에 기술이전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박 대표는 “제약회사에게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2~3년 안에 개발되는 제네릭으론 생존할 수 없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해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한다”며 “현재 영진약품 매출의 40~45%를 해외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 일본 수출이 약 절반 수준인데 앞으로 수출 노선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수출 물량 확대를 위해 제조시설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진약품은 제약회사의 사회적 책무도 잘 알고 있다. 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제조하는 약사,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작은 정제 하나로 건강을 회복할 수도 있지만, 오·남용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제약회사가 바른 행보를 고집해야 함을 박 대표는 잘 알고 있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이익을 취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윈-윈 할 수 없다고 본다”라며 “이익을 서로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고, 멀리 보는 미래경영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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