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폭행-음주사고-성추행’ 등 사건사고 백화점... 재범 의원도 다수
-솜밤망이 처벌로 일탈 조장... 주민들, 문제 의원 퇴출 요구 폭증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공정뉴스〉는 지방자치의 선봉장이어야 할 지방의원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저지른 사건사고들을 돌아본다.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런 일탈이 끊이지 않는 원인을 살펴보고, 현실적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올해로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을 맞이했다. 현대 사회에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고도의 중앙집권적 운영 형태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방 소멸, 사회적 갈등 해결 등 지역사회 위기 해결능력이 떨어진다. 획일화된 공공서비스도 지역주민들의 다양하고 차별화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세계적인 추세 역시 지방자치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지방의회는 이런 지방자치의 한 축으로서 꼭 필요한 존재다. 실제로 지난 30년간 지방의회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사회적 추세에 따라 공급자 중심의 행정에서 수요자 중심의 행정으로 변화하기 위해선 지방의회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런데 지방분권 논의가 힘을 얻어, 정부의 주요 과제로 거론되는 시대에 지방의원들의 자질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주민의 요구를 수렴해 행정에 반영하고,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일탈을 일삼자 지방의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함량 미달 의원을 시민의 손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관행이 돼 버린 지방의원들 일탈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원들의 일탈이 계속되고 있다. 막말·갑질은 물론 폭행과 자해에 성추행·음주운전·술값 시비 등 유형도 다양하다.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이들의 몰상식한 작태를 보다 못한 주민들은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라거나 "의정비를 모두 환수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대구에선 지난해 9월 민부기 서구의원이 공무원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방으로 불러 질책하며 당시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는 사건이 있었다.

앞서 충북에선 천명숙 충주시의원이 지역의 한 행사장에서 행사 순서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무대에 난입해 큰소리를 치며 행사 진행을 방해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음주 추태는 일상이 됐다. 충남 공주시의회 오희숙 의원은 지난해 10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오 의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0.20%였다.

경기 고양시의회 김완규 의원도 지난해 5월 고양시 일산서구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25%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적발됐다. 부산 사상구의회 권경협 의원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경기 고양시의회 채우석 의원은 대낮에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분리대 화단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고양시의회 김서연 의원은 지난해 7월 본회의에 술을 마시고 참석해 시정 질의를 했다가 음주운전까지 들통 나 형사처벌과 별개로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았다.

회의 중 자해 소동을 벌이거나 동료 의원에게 물컵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충남 공주시의회 이창선 의원은 지난해 8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 중 자신이 낸 예산 삭감안이 되살아나자 책상 유리를 깬 뒤 유리 조각으로 자해 소동을 벌였다.

충남 아산시의회 장기승 전 의원은 예산안 심의 중 동료 의원과 공무원들을 향해 호통을 치며 책상 위에 놓인 찬물이 든 종이컵을 집어 던져 물의를 빚었다.

#바람 잘 날 없는 지방의회-의원

계속해서 터지는 지방의원들의 사건사고로 지방의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월, 경북 예천군의원들이 해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 성매매 요구 등의 물의를 빚어 전 국민이 분노했던 사건에 이어, 2월엔 서울 강북구의원의 동장 폭행 사건이 밝혀졌다.

3월엔 포항에서 경북도의원이 도박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서울 송파구의회에선 동료의원끼리 의사봉으로 폭행했다는 시비가 일었다. 광주 광산구의원은 공무원에 대한 갑질로 당에서 제명 처분을 받기도 했다.

정보공개센터는 2014년 7월 1일부터 지난해 1월 31일까지 4년 7개월 동안 전국 226개 기초의회에 제6회~제7회 지방선거로 당선된 기초의원들의 징계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해 그동안 지방의회 의원들의 징계 현황을 확인해봤다. 징계 대상 의원 성명, 소속 정당, 선거구, 징계 의결 날짜, 사유, 징계 종류 등이 청구 대상이었다.

226개 기초의회에서 의원 징계 내역이 있다고 밝힌 기초의회는 47개였다. 47개 기초의회에서 79명의 의원들이 징계를 받았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징계 받은 경우도 있어 전체 징계 건수는 85건이었다.

4년 7개월 동안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의원 징계가 내려진 기초의회는 대전 중구의회였다. 이 기간 동안 대전 중구에선 무려 11건에 달하는 징계가 있었다. 징계 사유도 매우 다양하다. ▲음주운전 사고, ▲동료 여성 의원 성추행과 음란 사진 전송, ▲정치자금법 위반, ▲의회 원 구성 파행 등등.

대전 중구 박찬근 의원의 경우, 2018년 9월 4일 중구의회 원 구성 파행의 책임을 지고 공개회의에서 경고 징계를 받았다. 이어 12월 4일엔 동료 여성의원 성추행,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각각 30일 출석정지 징계를 받아 3개월 사이에 3건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부산 부산진구의회와 대구 달서구의회는 각각 5건, 4건으로 대전 중구의회 뒤를 이었다. 부산진구의회의 경우 2016년 11월에 경고와 사과 등의 경징계가 몰려 있다.

이는 당시 부산진구의회가 다수파였던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소수파였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 존재했던 것과 관련 있다. 의회 본회의에서 발표한 민주당 의원들의 성명서가 의원 품위유지 규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징계가 이뤄졌다.

부산진구의회는 2018년 11월엔 어린이집 대표와 구의원을 겸직해 겸직 금지 규정을 위반한 의원이 제명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대구 달서구의회의 경우 네 건의 징계 모두 민선 7기(2014~2018) 의회에서 벌어졌다. 2014년, 타 시군으로 비교시찰을 간 자리에서 공무원의 정강이를 발로 차서 물의를 빚고 출석정지 25일의 징계를 받았던 허시영 전 의원.

허 전 의원은 2015년 10월에 부인이 다니는 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이유로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제명 결정을 받기도 했다. 이후 본회의에서 제명이 부결, 지방의회의 '제 식구 감싸기'가 심각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찬근 의원이나 허시영 전 의원처럼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의원들이 많다. 광주 광산구의회 조상현 의원은 2017년 1월 출석정지 30일의 징계를 받은데 이어, 9월엔 의회 직원에게 언어폭력을 했다는 이유로 경고와 함께 30일 출석금지 징계를 다시 받았다.

지난해 3월엔 광산구청장실을 찾아가 폭언을 행사하고, 광산구의회 공무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광주시당으로 부터 제명 처분을 받기도 했다. 과거 의회에서의 징계에도 불구하고, 재선 이후에도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됐다.

경남 함안군 안상식 전 의원 역시 2015년 12월에 의원 간 폭언과 폭행을 이유로 30일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듬 해 6월엔 가족이 대표로 있는 건설 회사를 통해 함안군에서 발주한 도로공사 등 8건을 수의 계약해 지방계약법 위반사유로 제명당했다.

지방의회의 많은 사건사고들은 음주와 관련돼 있다. 음주운전으로 징계 받은 경우가 6건에 달했다. 만취 상태에서 동료 의원을 때리거나, 보안구역인 CCTV 관제센터에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면서 보안요원과 경찰에게 갑질을 한 사례도 있다.

심각한 성비위를 저지른 지방의원들도 있다. 경남 창원시 전수명 전 의원은 2015년, 의회에서 비정규직 여직원을 성추행해 벌금 천만 원을 선고받아 30일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럼에도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2015년, 인천 부평구 오흥수 의원이 다세대주택 담을 넘어가 반지하 창문으로 20대 여성을 훔쳐보다 들켜 15일 출석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오 의원은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 탈당했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다시 공천을 받아 재선 구의원이 됐다.

2016년엔 서울 서대문구 박상홍 전 의원이 여성 동료 의원을 수년 간 성희롱하고, 협박했다는 이유로 공개회의에서 사과하라는 징계를 받았다. 같은 해, 인천 중구 김영훈 전 의원은 아파트 입주자단체 임원들에게 향응을 제공 받는 과정에서 유사 성행위를 해 30일 출석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심각한 비위 사실에도 불구하고 제명 처분을 받은 의원들은 상당히 적다. 지방의원이 일으킨 사건이 전국적 이슈가 되거나, 누가 봐도 징역 이상의 비위를 저지른 경우, 원내의 심각한 정치적 갈등으로 의원끼리 강경한 징계를 연달아 요구하는 경우에나 의원 제명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진다.

동료 의원을 사석에서 폭행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제명이 된 사례는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다.

김정동(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의정활동을 위한 전문성과 공인 자격을 갖춘 인재를 공천하기보다 지역 국회의원 등 공천권자의 수족이 될 사람을 공천하는 정당의 책임이 크다"며 "사건 사고가 발생해도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쉬쉬하는 의회의 자정작용 부재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이어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시민이 언제든 문제가 있는 의원에 대해선 의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시민이 의회를 감시하고, 자격 박탈까지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의원들의 일탈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