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부채지수 악화 전망 예상... 저소득·자영업·고령자서 급증세
주택시장 잡지 않으면 부채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 정책당국 신속대응 필요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가계 대출이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의 뇌관이 되고 있다. 가계가 빌려서  갚아야 할 돈을 말한다. 가계 부채의 외연을 넓힌다면 가계 빛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현재 공식적 가계 부채는 1514조원. 가계가 은행, 보험, 대부업체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등을 더한 금액이다. 전세대출(750+a)와 개인사업자 대출(315조원)등을 더하면 2600조원(추정)이다. 〈공정뉴스〉는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인 가계경제의 부실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다. 부채현황, 근본원인을 알아보고, 총체적 리스크 해소를 위한 대책까지도 분석해 본다.

# 코로나19 길어지면 금융 리스크 폭증

가계대출이 10분기(2년 6개월)만에 가장 큰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출금리가 낮아지자 빚을 내 집을 사고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대출과 카드사용으로 진 빚을 의미하는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3천억원으로 1분기보다 25조9천억원(1.6%) 늘었다. 2분기 가계신용 증가폭은 전분기 증가폭(11조1천억원)의 2.3배에 달한다. 1년 전과 견주면 80조5천억원(5.2%)이 불어나 2018년 4분기(86조1천억원·5.9%)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23조9천억원(1.6%) 늘어난 1545조7천억원으로, 2017년 4분기(28조7천억원) 이후 10분기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7조7천억원(5.3%) 증가했다.  2018년 3분기(86조원)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14조8천억원 늘어난 873조원이다.  전분기 증가폭(15조3천억원)보다는 소폭 축소됐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8조4천억원)와 견주면 크게 확대됐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전세자금에 대한 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분양물량 증가에 따른 집단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계 대출 시한폭탄 위험 

가계대출은 위험 수위에 올랐다.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펜더믹이후 경제 충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백신개발이 원활하지 않는 상황에 2차 펜더믹 우려가 나왔다.  설상가상 태풍 피해까지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기가 늦어질 전망이다.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 지표는 양호하다. 문제는 비은행금융기관이다. 가계 대출 상품을 팔았던 상호금융, 보험, 여신금융회사, 증권사 등에 리스크에 노출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321조7000억 원 중 중소법인,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은 90.1%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부동산,  건설업 비중이 55.6%로 높아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중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 대출비중도 9.0%로, 은행(2.2%)보다 훨씬 높다. 올해 1분기 비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1.92%로 은행(0.27%)보다 높았다.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해외 유가증권이나 대체투자에 나선 경우가 많아 시장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3월말 기준 시장리스크 익스포저는 1266조4000억 원이다. 비은행금융기관들은 시장성자금을 조달하는 비중도 높기 때문에 금융시장 충격이 커지면 유동성 부족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비은행 금융기관 충격→은행 등 금융지주 부실→가계ㆍ기업 금융지원 위축→실물경기 추가 악화'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은 관계자는 "비은행 금융기관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의 전파경로가 될 수 있다"며 "정책당국은 주요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적절한 정책대응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가계부채의 진짜 문제

가계부채 증대 원인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지난 몇 년 동안 급등한 집값이다. 전체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이 64퍼센트를 차지한다.

다음은 2008년 이후 경제가 불황을 지속하면서 가계가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소비가 늘어났다. 이른바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과 함께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정체하게 만드는 기업과 정부의 단결된 노력 때문이다.

취약 계층의 높아진 대출 비율도 문제다. 부채 부담이 비교적 낮은 집단은 부채가 줄었다. 하지만,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300퍼센트 이상인 집단의 부채는 약간 상승했다. 가계부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빚을 갚기 어려운 취약계층 대출자는 제1금융권이 아닌 제2금융기관(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회사, 대부업 등)에서 주로 대출을 받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은 금리가 높아 저소득계층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저소득자 등 취약계층 대출자의 부채 규모는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엔 은행 이외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업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자영업자들에겐 수익성 높은 고금리 대출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증대하면서 그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지고 있다. 부채가 증가하면 그 비용인 이자 부담이 늘어나 가계 소비가 줄어들고, 이어서 기업의 생산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국회 보고서는 가계부채 비율이 1퍼센트 포인트 증가할 때 소비는 0.08퍼센트 포인트, 실질GDP도 0.1퍼센트 포인트 하락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점점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되고 있다. 가계부채 증대가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라 무자비하고 잔혹한 이유는 수천만 원의 빚 때문에 일가족이 자살하는 현실 때문이다.

# 자영업자 부채 ‘위험단계’

한동안 증가세가 주춤해지는 듯했던 가계·자영업자 빚이 다시 한국 경제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시중금리가 빠르게 내려가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기 침체로 타격 받은 자영업자의 부채 증가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은행과 대부업체의 가계 대출,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으로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 대출금은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에서 산출한 자료다. 이들 업종엔 유통 대기업도 포함된다. 하지만,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보니 자영업 대출 추이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자영업자 대출은 생계형 대출이 많아 넓은 의미에서 가계대출로 간주된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경기 악화로 벌이가 시원치 않은 자영업자들이 생활자금을 빚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관련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빚 부담이 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자영업자 빚이 늘면서 민간소비를 억누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강성진(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채가 늘면 갚아야 하는 이자비용이 커지면서 가계의 씀씀이도 줄어든다”며 “‘소비위축→기업 투자·생산 감소→가계소득 감소→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물가가 뒷걸음질 치면서 부채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물가 하락으로 현금 가치가 커지고, 실질금리가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빚 부담은 늘어난다. 빚 상환을 위해 가계·기업이 보유자산을 매각하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과거 일본의 장기불황도 부채 디플레이션에 해당한다.

김소영(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와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자산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린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관련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고령층 대출 증가세 주시해야

고령층 빚이 ‘고공행진’ 중이다. 은퇴 후 남은 건 집 한 채 뿐인데 담보로 맡기고, 생활비로 쓰거나 소득이 줄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은행에 손을 벌리는 고령층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전년 동기대비 9.6%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2018년 증가율(9.9%)에 비해선 소폭 둔화했으나 여전히 9%대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2분기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이 4.1%였던 점을 감안하면 고령층의 빚 증가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셈이다. 30대 이하의 가계대출이 1년 전보다 2.9% 증가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40~50대의 대출 증가율도 3.0%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60세 이상의 가계대출 비중은 2016년 16.6%였으나 2017년 17%, 2018년 17.6%, 지난해 2분기 17.9%로 매년 커졌다. 대출 비중은 한은이 약 100만 명의 신용정보로 구성된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다.

고령층은 손에 쥐고 있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통상 가계부채의 ‘취약 고리’로 분류된다. 은퇴 이후 소득은 감소하는데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에 묶여 있어 빚 갚을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트라이프생명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 수도권 가계의 자산배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의 금융자산과 비금융자산 비율은 18대 82로 타 연령층에 비해 부동산 편중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 등 부동산 충격이 나타나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로 고령층 가계의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경우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말 기준 60세 이상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14만5300명으로 2017년 말(13만6600명)보다 8700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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