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국민투표·특별법 두고 다양한 여러 논의... 현실성 따져서 최선의 방법 찾아야
'국민적 합의' 전제돼야 정당성 확보... 현대판 '천도'의 시대적 사명 완수하길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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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뉴스〉는 600년이란 긴 시간 수도 역할을 하며 다양한 문제를 안게 된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수도권 조밀화로 인한 병폐를 해결하고, 국토의 효율적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수도 이전의 역사와 효과, 이전방법 등에 대해 다각도로 알아본다.

#이전 방식 논란

행정수도 이전은 법률적·정책적으로 복잡다단한 쟁점들에 둘러싸여 있다. 당장 16년 전 내려졌던 위헌 결정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전 방식과 대상을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개헌이다. 하지만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300명)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수인데, 야당 협조가 미지수다. 통합당 의석수는 103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다.

정정순 민주당 의원은 “시대가 바뀐 만큼 헌재 결정도 달라질 수 있다. 여야 합의로 관련 법안을 만들어 행정수도를 완성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헌재 구성상 다시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작은 만큼 일단 법을 만들어 추진하자는 의견인 셈이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도 “특별법을 만들면 헌법소원이 다시 제기될 테고, 헌재에서 ‘관습헌법’에 관한 이론적 근거를 폐기하고 합헌 결정을 하게 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0% 합헌을 장담할 근거는 없다.

‘행정수도=세종’을 놓고 국민 뜻을 묻자는 ‘원포인트 국민투표안’도 나온다. 정주백(충남대 헌법학과) 교수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은 국민투표를 통해 무너뜨릴 수 있다. 또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법의식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줘도 관습헌법은 없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헌재는 국민투표를 통한 추진도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는 분석도 있다. 관습헌법은 성문헌법과 달리 국민투표만으로도 개정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학계에서 다수설은 아니다.

행정수도 추진 방법도 ‘논란 해결 먼저’ 쪽과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쪽으로 갈린다.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으로 행정수도를 기획한 실무 책임자였던 이춘희 세종시장은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등 현재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주장한다. “개헌을 통한 국회·청와대 등 이전이 가장 좋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실제 세종시는 이미 국회 세종의사당 터를 마련했고, 정부도 예산에 국회설계비로 20억 원을 반영했다. 국회사무처도 지난해 8월 국회 세종분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내년 완공되는 정부세종신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만형(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더디 가도 제대로 가야 한다”며 “개헌, 국민투표 등으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낸 뒤 국회·청와대 등을 한꺼번에 이전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박재율 지방분권 전국연대 대표도 “국민적 합의에 따라 전체 이전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한 뒤 단계적 이전이라면 몰라도, 임시방편 식 단계적 이전은 수도 이전을 물 건너가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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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전 방법 놓고 설왕설래

행정수도 이전 방법을 놓고 혼선을 빚은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개헌과 국민투표, 특별법 등 총 3가지 방안을 모두 논의키로 했다.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방법으로 각각 ‘개헌’과 ‘입법’을 언급했고, 당내에선 대통령 주도의 ‘국민투표’ 방안도 나왔다. 민주당은 우선 3가지 방안을 모두 추진하되 야당과의 합의를 기초로 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 TF(단장 우원식 의원)는 지난달 행정수도 이전 방법으로 성문헌법 개정과 국민투표, 여야 합의의 특별법 제정 등을 모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식 행정수도완성추진 TF 간사는 “3가지 방안을 올해 말 정기국회까지 지역별 순회 토론회와 국정과제 간담회 등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이전 방법론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헌재의 2004년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경험한 당사자로서 헌재의 입장 변화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개헌을 하면 헌재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여야가 행정수도특별법에 합의하면 실상 ‘국민적 통합’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헌재가 다시 위헌을 결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민심을 잡아야 하는 야당 입장에서 여당의 제안을 반대할 수 없다는 명분도 깔려 있다.

당 지도부 인사는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방법론에 있어 차이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사실상 시간상의 차이일 뿐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헌재가 합헌으로 결정하면 그걸로 끝이고, 안되면 개헌까지 바라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가 가장 합리적 방법?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27일 행정수도 이전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행정수도 이전 법률을 제정하면 헌재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하고, 헌법 개정은 다른 쟁점들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김 최고위원과 비슷한 취지로 행정수도 이전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 방안은 개헌과 국민투표, 법률 형식의 입법이 있다”며 “헌법 72조 국민투표의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는 2004년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하면서 수도가 서울인 것은 관습헌법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는데,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합의가 확인되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적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성정 정의당 대표도 상무위원회의에서 “국회에서 원내 제 정당이 ‘행정수도 이전 및 국가균형발전 특별위원회’를 함께 구성하고, 이곳에서 나온 합의안을 대통령께서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방안을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를 통한 신규 행정수도법만으로 수도 이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시대 상황과 헌재 구성의 변화를 들어 헌재의 판단이 바뀔 수 있다고 예단하는 것은 입법 모험주의가 될 수 있다”며 “이해찬 대표가 언급한 개헌 또한 필연적으로 권력구조 개편 논쟁 등으로 연계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간도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4년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정책에 헌법소원을 내 위헌 결정을 받아냈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지난달 26일 KBS에 출연해 “국민투표가 가장 바람직한 행정수도 이전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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