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화 문제 해결의 묘책... 기반시설 구축으로 도시기반 탄탄해야
분산·분권 병행하면 탈서울-지방상생 효과... 부동산 문제 해결 시너지 기대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공정뉴스〉는 600년이란 긴 시간 수도 역할을 하며 다양한 문제를 안게 된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수도권 조밀화로 인한 병폐를 해결하고, 국토의 효율적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수도 이전의 역사와 효과, 이전방법 등에 대해 다각도로 알아본다.

수도 이전 효과 예측불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행정수도 이전' 효과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수도권 인구 과밀 현상은 줄일 수 있다면서도 실질적 효과에 대해선 인프라 구축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동하기에, 현재로선 관망해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도시 과밀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수도를 이전한 사례가 거의 없는 데다, 수도 이전으로 인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지역 개발을 위해 행정수도를 따로 건설한 외국의 예는 브라질의 브라질리아가 있다. 앞서 브라질은 식민지 시절부터 동부 해안에 위치한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중심으로 경제 활동이 집중돼 있었다.

브라질 정부는 내륙을 개발하고, 심각한 수도 과밀화 현상을 해소키 위해 해안에서 965km 떨어진 땅에 계획도시 브라질리아를 건설하기로 했다.

브라질리아는 1960년 처음 수도로 지정된 후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인구 300만의 큰 도시로 발전했다. 대통령관저, 국회의사당, 최고재판소 등 행정부·입법부·사법부 핵심 기관이 모여 있어 브라질의 행정 중심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브라질리아는 급격한 도시 팽창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하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도로, 하수처리시설, 거주지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관공서가 몰린 도시 중앙에만 일자리가 밀집해 있어, 출근 시간에만 유동인구가 몰렸다가 퇴근 이후 인근 침상도시로 빠져나가는 유령 도시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매체 '파이낸셜 타임즈'는 과거 브라질리아를 조명한 특집에서 "도시적 낭만을 꿈꾸는 사람에게 경고를 주는 사례"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이 성공하려면 기반 시설 구축이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남훈(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이 실제로 얼마나 인구를 분산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면서도 "잘 이행된다면 장기적으론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가져 오리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행정 기능 이전으로 인해 공무원이나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새 수도로 직접 이사를 가느냐에 달려 있다"며 "특히 국내의 경우 자녀 교육이 거주의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수도로 이전될 지역에 대대적인 교육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서울권 못지않은 대학을 설립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균형발전과 대다수 서민의 소망에 부응

김 원내대표의 ‘뜬금’ 제안에 대한 여당 내 반응은 뜨거웠다. 유력 대권주자 등이 앞 다퉈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지를 나타냈다.

이낙연 의원은, 헌재가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가 서울이란) 관습 헌법에 위배된다며 막았던 게 16년 전이라며 “세월이 많이 흘렀다. 헌재에 의견을 다시 묻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은 “국토균형발전이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철학을 되살려보자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두관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이) 완성됐다면 수도권 집중에 따른 교육·부동산·교통 정책이 제대로 됐을 것”이라며 이미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만난 박병석 국회의장은 "세종 국회가 성사되면 국가 균형 발전 역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지를 보탰고, 김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행정복합도시 계획엔 청와대 이전 예정부지까지 있었다.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해나가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시절 신행정수도를 좌절시킨 바 있는 통합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재추진’을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행정수도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로 판단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헌재가 할 수 없다고 이미 결정했다, 인제 와서 뒤집을 순 없지 않나”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단지 어떤 문제를 덮을 용도로만 쓰기엔 ‘행정수도’ 이슈의 파괴력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를 추진하고, 야당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서야 좌절시킬 수 있었다는 것은, 격렬한 반대 못잖은 열렬한 찬성도 있었단 얘기다.

실제로 김태년 대표의 국회 연설 다음날 즉각 충청권 4개 시도지사(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는 ‘행정수도 완성 지지 표명 환영 충청권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찬성이 절반을 넘었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1일 실시한 '청와대·국회 등 세종시 이전 찬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3.9%가 '이전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전 반대'가 34.3%, '잘 모름'이 11.8% 였다.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4.4%p)

행정수도 재추진의 명분은 분명하다. 수도권 과밀 해소, 국토 균형 발전 등 원래 명분에다가 이젠 전 국민의 평생 화두가 돼버린 ‘부동산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대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집값만 내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자는 건 정부·여당 뿐 아니라 대다수 서민의 소망이기도 하다.

또한 ‘워라밸’을 외치는 젊은 세대들에게 '탈서울' 모토의 행정수도는 매력적일 수 있다. ‘서울 수도는 관습법’이라며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내렸던 헌재라고해서 새로운 법리적 문제 제기가 나온다면 다른 판단을 하지 말란 법이 없다.

수도 이전 종착점은 ‘국토균형발전’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행정수도완성 추진단’ 첫 회의를 열고,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채비를 갖췄다.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의제를 완성하겠다며 ‘2기 혁신도시’ 건설과 ‘권역별 발전 전략’까지 한계를 두지 않고 논의하겠다는 태세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행정수도 완성의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 전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며 “대선까지 시간을 끌지 않고 그 전에 완성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진단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도 이 자리에서 “이미 (세종시는) 청와대와 국회 용지를 확보하고 있고, 기본 설계도 나와 있다”며 “대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국회와 청와대 이전이라는 고강도 처방에 ‘대선 이전’이라는 시간표까지 제시한 것은 두 기관 이전 없이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유호(단국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정책 생산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국회·청와대 등 최고 의사결정 기관이 이전하면 이런 비정상적 도시 기능은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세종이 행정수도로 완성되더라도 서울처럼 주변을 빨아들이는 또 다른 중앙이 된다면 그 의미는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광주대 교수)은 “수도권 집값 문제 해결을 위해 수도를 이전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세종의 부동산 대책과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 국가 균형발전 대책을 함께 내놔야 한다. 세종을 서울처럼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수도 성공을 위해선 수도권, 충청의 공감대뿐 아니라 영호남 등의 지지와 국가 균형발전 완성이라는 명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시전문가인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본래 세종시는 행정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을 기대 받았지만, 행정기능 일부만 옮겨온 ‘불완전체’의 모습이었다”며 “행정기능을 완전히 옮겨오면서 주변 지역에 관련 서비스업종을 연계하면 세종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전북권, 대구·경북권과도 상생하면서 비수도권 지역의 국토 균형발전 사령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기적으론 권역별 발전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거점도시가 지역을 공동화시키는 현상을 막기 위해 권역별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수도권 1극 체제가 아닌 다극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동남권 메가시티 프로젝트, 대구·경북의 행정 통합은 권역별 다극 체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집권적 행정체계가 유지돼서는 행정수도 이전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기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대표(경북대 교수)는 “분산보다 분권이 중요하다”고 짚으면서 “대구경북특별자치도, 대전충남특별자치도 식으로 지역을 권역별로 묶어 광역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도록 중앙집권화 된 입법·재정·인사·조직 권한을 단계적으로 지방정부에 부여하는 분권화 전략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도 “국토 균형발전엔 지방분권이 전제돼야 한다”며 “가령 특정 용처에만 쓸 수 있도록 한정해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꼬리표’ 달린 예산구조 등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권을 위해서라도 분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치분권은 분산의 결과로서 달성돼야 할 목표라는 것이다.

도시공학 박사인 황희 민주당 의원은 “지방에 힘이 생겨야 중앙정부의 권한을 나눠 줄 조건이 마련된다. 분권화에 앞서 지방이 활성화되고, 세수도 늘어야 하는 데 그것을 이루는 수단이 물리적 분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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