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방송 모 pd, 성희롱·직장 내 괴롭힘으로 다수의 피해자 양산... 결국 해고 퇴사
적페 고발 sbs프로 pd들, 정작 본인들이 내부 갑질 관행... pd들 문제인식 결여 더 큰 문제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의 비리가 심각하다. 고(故)장자연 사건이 연예산업에 고질적인 병폐를 단면적으로 표출했다. 연예산업과 연관된 정치ㆍ경제ㆍ언론 등 인사들에 부적절한 갑질과 성(性)문화를 보여줬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이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까지 재소사를 했지만 흐지부지 끝났다. 연예산업 뒷 이면에 큰 벽에 비리에 근원임을 실감케 했다. 〈공정뉴스〉는 영화ㆍ방송ㆍ가요 등 연예산업의 정점인 방송사의 잘못된 갑질 관행이 악순환 되고 있는 문제를 사례 중심으로 살펴본다. 최근 벌어진 사건을 통해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CJB(청주방송) 갑질 pd 해고

지난해 청주 지역 민영방송사 CJB(청주방송)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로 한 PD가 해고됐다. CJB는 7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유사 피해를 일관되게 증언함에 따라 최고 징계를 내렸다. CJB 라디오팀장이었던 PD ㄱ씨는 지난해 1월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해고 징계 받고 퇴사했다.

표면적 사유인 ‘회사 명예 손상’도 있었지만, 이면엔 수년간 쌓인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및 퇴직강요 등 강압행위 고발이 있었다. 전·현직 직원 9명이 진정서를 썼다. 성희롱 피해가 최종 인정된 사람은 3명, 직장 내 갑질 피해자로 간주된 사람은 5명이다.

이 중 라디오 작가였던 A씨가 당한 퇴사강요는 인사권 없는 PD가 권한을 남용했단 취지로 주요하게 다뤄졌다. 지난해 11월 ‘CJB 성고충 및 직장 내 갑질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진 배경이다.

조사위는 유사 피해가 오래 반복돼 다수의 여성 피해자를 낳은 사실에 집중했다. 성희롱 사건은 2016~2018년까지 3년에 걸쳐 있었다. 단 둘이 술자리를 계속 요구받던 중 회식 후 새벽 귀가 길에 집에서 커피 달라는 요구를 받은 사례, 다른 여직원을 두고 처녀라고 언급한 사례, 성희롱수준의 악의적 험담을 하고 다닌 사례 등이다.

‘강압적 지시와 고성이 일상적이었다’고 밝힌 사람은 7명이다. 라디오작가 A씨는 3개월 간 지속된 심리적 위축이 정서적 우울감으로 이어져 상담을 받았다. A씨는 ‘네가 팀에 얼마나 피해를 주는 지 아냐’, ‘너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질책을 들으며 일했다.

이어 “방송 중 DJ 눈을 보고 있지 않아도 고성을 듣고, 회의시간에 핸드폰을 켜도 혼이 나는 게 일상이었다”고도 했다. 쉰다는 말을 못해 감기몸살을 견디면서 일을 끝낸 후 저녁 6시에 퇴근하면 ‘넌 3개월 간 휴가 없다’며 혼나기도 했다.

첫 직장에, 계약서도 안 쓴 비정규직이었던 A씨는 자책만 했다. 3개월 새 몸무게가 4kg 줄었고, 불면증이 생겼다. 퇴사 후에도 깊은 우울감이 남은 배경엔 ㄱ씨 퇴직강요 사건이 있었다.

A씨는 최소 주 5일 하루 8시간 이상씩 일하며 근태도 관리 받은 ‘무늬만 프리랜서’였다. 5개월 차 때 ㄱ씨는 A씨를 불러 돌연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듣자마자 눈물을 쏟고 선 채로 2시간 동안 퇴사를 강요받았다.

’지금 여기서 정해라. 오늘까지만 하고 나갈래, 어쩔래’라는 말이 반복됐고, A씨는 결국 “이번 달까지 하고 나가겠다”고 답했다. 비슷한 괴롭힘을 받은 한 직원은 눈물 때문에 퉁퉁 부은 얼굴로 생방송에 나간 적도 많다. 일부 피해자들은 탈모, 생리불순 등 신체 변화도 겪었다.

조사위 결론은 ‘엄중한 징계와 특단의 피해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노·사측 관계자 각 1명, 전문가 2명으로 구성된 조사위는 ㄱ씨가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2항이 적용 가능한 성희롱과 연속적인 직장 갑질 가해를 했다고 봤다. 조사위는 9명의 진정서를 기초로 6명을 조사했고, ㄱ씨도 3회 조사했다.

PD ㄱ씨는 조사위 결론을 신뢰할 수 없어 법적 대응을 준비했다. 그는 피해자 진술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은 데다, 절반 이상의 사례가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ㄱ씨는 여직원에게 일대일 술자리를 계속 요구한 적이 없고, '커피를 달라'거나 '처녀'라는 언급을 한 적도 절대 없다고 밝혔다.

ㄱ씨는 퇴사강요도 A씨의 업무미숙 문제 때문이고, A씨는 이후 3주 더 근무하면서 여름휴가도 썼다고 밝혔다. 갑질·고성 부분은 상사로서 업무지시를 내린 상황이거나, ‘결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ㄱ씨는 조사위 조사가 편파적이고, 부실하다고 회사 측에 소명했지만 회사는 해고를 결정했다. ㄱ씨는 같은 이유로 노조에서도 제명됐다.

#MBC 드라마 PD 성추행 사건

2018년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MBC 내부적으로 드라마 PD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관계자는 당시 “사안의 성격상, 피해자들을 조사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당연히 징계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조사 중으로 어떤 말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 징계 대상이 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17년뿐만 아니라 예전 작품에서도 성추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까지 명확하게 찾아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피해를 축소했다는 말을 듣지 않게 폭넓게 조사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방송계에 따르면 2017년 방영한 드라마의 메인 PD였던 A씨는 편집실에서 작업 하던 편집팀 PD B씨를 성추행한 일이 알려졌다. 해당 드라마 스태프인 C씨가 MBC 내부에 이를 제보했고, 이후 A씨는 인사위원회 회부를 앞두고 대기 발령 됐다. 예전에도 A 씨에 의해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들은 “MBC 성추행 사태는 복수의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한국판 하비 웨인스타인 사태로 볼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한 누리꾼은 당시 “법조계 사태에 이어 방송계까지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갑질 성추행에 경종을 울리는 미투 캠페인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PD 마저 갑질

2018년,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 일했던 작가가 방송계 갑질 문화를 고발했다. 사회 정의를 외치며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했던 프로그램이어서 파장은 컸다. 이후 막내작가들과 방송 스태프가 용기 내어 폭로했다. 그러나 SBS PD는 침묵했고, 관계자들의 명확한 사과는 나오지 않았다.

같은 해 KBS 구성작가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내가 겪은 쓰레기 같은 방송국, 피디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인니’라는 필명의 작성자는 “내부 고발자가 살기 힘든 세상이기에 ‘글을 쓰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최근 분위기 변화에 힘입어 글을 올린다. 세상에 알리고 싶다”며 글을 쓴 취지를 밝혔다.

그는 2016년 ‘그알’에서 방송작가로 근무한 사실을 명시했다. '인니'는 수시로 밥, 커피 등 잔심부름을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으며, 밤낮 주말도 없이 일했다고 밝혔다. 그는 “밖에서는 정의로운 척, 적폐를 고발하겠다는 피디들이 내부 문제엔 입을 조개처럼 꾹 닫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10여 년 전, SBS 막내 작가 한 분이 본사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문제점은 발생했다”며 “노동자의 비참한 선택을 조명해야 할 언론이 자신들의 치부가 두려워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조차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의 비판은 정부로도 향하고 있다. 이 같은 방송사의 근로환경 문제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지만, ‘관례’라는 이유로 ‘방송사를 상대로 한 조사·처리가 힘들다’는 조사관의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에 “이 글은 얼마든지 다른 곳에 퍼가셔도 좋습니다. 널리 알려질수록 좋은 것 같아요. 우리 작가들의 처지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글이 오르자 공감 댓글들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글 쓴 분의 용기에 박수를 드린다. 저 역시 억울한 일을 당해 작가 동료들에게 호소해도, 당장 일자리에서 잘릴까 두려워하며 선뜻 도와주지 못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다”고 방송작가들의 현실을 꼬집었다.

또 다른 댓글들엔 “언론의 진짜 적폐가 누구인지.. 글을 쓰신 작가님 무한 공감한다. 이런 이야기는 널리 알려야 한다”, “총파업까지 하며 방송 자체를 바꾸자고 개혁을 외쳐대는 사람들이 이게 뭔가요 뒤에선... 정말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폭로는 이어졌다. '그알' 막내작가 A씨와 B씨는 모두 “다시는 '그알'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작가 A씨는 “(취재 및 편집) 4주 동안은 단 하루도 쉬지 못한다. 밤을 새는 날도 많고, 정말 많이 자면 4~5시간”이라고 폭로했다. 방송스태프 C씨는 “집에 가 씻는 시간도 아까워 목욕바구니를 회사에 두고 있는 작가도 있었다”고 전했다.

B씨는 “생리휴가는 꿈도 꿀 수 없다. 동료 중에 생리가 멈춘 사람도 있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옥주엔 눈치가 보여 병원을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으면서 참는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PD들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그알? 역겹다. 사회정의, 적폐청산 말하는데 웃음만 나온다. 본인들이나 내부에서 잘 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B씨도 “그냥 한마디만 하겠다. 갑질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C씨는 “그냥 상식적으로 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알' PD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당시 '그알'을 담당했던 임기현 PD는 "정확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고, 보직 변경 전에 '그알'을 담당했던 이광훈 PD는 "CP님(김기슭PD)과 상의하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슭 CP도 "(방송사)홍보팀으로 연락하시면 된다"라고 말하며 회피했다.

이전에 '그알'을 연출한 경험이 있던 PD들 또한 '잘 모르겠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박진홍 PD는 "잘 모르겠다. 내가 '그알'을 맡고 있을 때 발생한 일이 아닌 듯하다"라고 말했다. 최성 PD도 "현재 '그알'을 담당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안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최종렬(계명대 사회학) 교수는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위계적 조직문화가 현재의 막내작가 처우를 만들었다. PD들이 처음부터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계 전반에 깔린 관습인데, 사회정의를 내세우는 '그알' 구성원들이 그런 습성을 그대로 받아들여 문제다. 시청자가 알고 싶은 건 미스터리나 사건고발이 아니라 이런 일상의 문제들”이라고 분석했다.

정연우(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부당한 갑질 대우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늘 정의를 말하는 조직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될 일”이라며 “작가를 고용할 권한이 PD에게 있기에 개별 대응은 어려울 수 있다. 방송 관계자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알’ 제작진은 사건이 불거졌던 당시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당시 SBS는 “작가 및 보조 작가의 처우 문제를 포함해 프로그램 제작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키 위해 전반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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